일부 언어학자들은 설령 유인원들이 복잡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그들의 수어를 언어라고 부를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 다수는 유인원들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또다른 이들은 부이나 와쇼 같은 침팬지들이 단지 기계적으로 그러한 반응들을 보이도록 훈련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커스의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유인원에게 언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이들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한다. 침팬지들이 보여준 역량은 흔히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한데도, 어린아이들의 성장 중인 언어 능력이 분명하게 인정받는데 비해 침팬지의 그것은 부인된다는 것이다. 많은 유인원들은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아예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으며, 보통 인간이나 다른 유인원에게 먼저 대화를 건다. 동물들이 인간 교육자가 아닌 서로에게서 수어를 배운 사례도 수없이 많다. - P115
"무엇이 언어인가에 대한 기준은 철저하고 확고하게 인간의 관점에 입각해 있다. 인간에게 종속된 동물들의 언어학적 위치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간의 탁월성을 이미 확립해두는 것이다". 언어가 인간에게만 특유한 것이라는 시각은 당연히 인간에게 유리한 것이다. - P116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동물의 언어나 소통 능력이 어째서 그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는가? 미국 수어를 모르는 침팬지는 외롭게 감금되고 실험당하는 삶을 선고받는 반면, 수어를 쓰는 침팬지는 어째서 해방을 촉구하는 대중적 항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걸까? - P116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동물의 언어나 소통 능력이 어째서 그 동물을대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는가? 미국 수어를 모르는 침팬지는 외롭게 감금되고 실험당하는 삶을 선고받는 반면, 수어를 쓰는 침팬지는 어째서 해방을 촉구하는 대중적 항의를 불러일으킬 수있는 걸까? 의심의 여지없이 부이는 수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감정을 지닌 존재였다. 부이가 미국 수어를 습득한 것의 특별함은 그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갑자기 감정을 가진 지적 존재로 거듭났다는 데 있지 않다. 그건 그의 언어 사용이 인간인 우리를 그의 지적 역량 그리고 정서적 삶과 비로소 대면시켰다는 데 있다. - P116
우리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특정한 신체들과 특정한 행동 방식을 우선시하는 문화 아래에서 가치절하되거나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인간의 동물 지배에 대한 정당화는 거의 항상 인간과 동물이 가진 능력과 특징에 관한 비교에 의존했다. 우리 인간은 언어, 이성, 복합적 감정, 두 개의 다리 그리고 다른 네 손가락과 마주 볼 수 있는 엄지손가락opposable thumbs을 가진 종이다. 동물들은 이런 특징 및 능력을 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도덕적 책임 바깥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그들을 지배하고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물을 어떤 능력을 갖거나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은 비장애 중심주의적이지 않은가? - P119
"장애를 가진 사람을 소외시키는 비장애 개인able individual이라는 개념은 동물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간은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신앙부터 인간이 진화의 정점이라는 믿음까지, 비장애중심주의는 우리의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떠받치고 있다. - P121
동물을 연상시키는 인간들(유색인종, 여성, 퀴어, 빈민그리고 장애인 등) 또한 지적으로 모자라고, 가치가 적은 존재로, 때로는 심지어 인간 이하less human의 존재나 비인간 non-human 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특정한 능력이나 역량들이 인간을 정의할때 핵심 요소가 되고, 인류와 나머지 동물 세계를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이런 식으로 비장애중심주의는 동물과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인간으로 여기는지 구체화한다. - P121
장애가 아우르는 체현embodiment, 인지cognition, 경험experience의 다양성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 장애에는 결핍lack과 무능inability의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다르게 알고, 존재하고, 경험하는 방식들을 양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름otherness에 대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런 가치 부여는 장애 문화를 동물 정의justice 관련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동물은 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동시에 극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종들 사이의 다양성은 그 자체로 포용되고 소중히 여겨져야지,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 P123
"목소리 없는 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침묵을 강요받았거나, 듣지 않으려 하기에 들리지 않게 된 자들이 있을 뿐이다." - P127
세인트클레어는 이렇게 썼다. "불훅을 가진 잔인한 조련사를 짓밟고, 조롱하는 관객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학대하는 조련사들을 물에 처박은 것은 동물을 소유물로, 이익을 뽑아내는 엔진으로, 착취와 학대의 무심한 대상 mindless object 으로 다뤄온낡은 질서에 균열을 낸 것이다." 여기에 나는 재닛이 동물들을목소리 없는 존재로 보는 낡은 질서에도 균열을 냈다고 덧붙이고 싶다." 동물 옹호가들이 동물들을 목소리 없는 존재처럼 그릴 때, 설령 은유로 쓴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동물을 "무심한 대상"으로 여기는 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 P132
다른 모든 동물들에게는 없고 오직인간만이 가진 "도덕적으로 중요한 능력"이란 없다. 예컨대 모든 동물이 언어를 갖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언어를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P136
신경전형적이며 비장애 신체를 지닌 인간의 능력이 어떤 존재의 가치를 재는 척도로 사용될 때, 비인간 동물과 장애인 모두 손해를 본다. 인간들이 인지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해온특징들은 분명 어떤 종류의 복잡한 인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징표지만, 그것들이 지능을, 더더군다나 가치나 의의를 측정하는유일한 방법일 수는 없다. 게다가 그런 기준들은 인간적 능력으로 식별되는 한에서만 높이 매겨진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적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무시하도록한다는 점에서 비장애중심주의적이다. - P142
우리는 동물이라고 하면 인지적 결핍을 떠올리는 것을 문제삼아야 한다. 많은 종들이 인간적 지능의 흔적을 보여주며, 동물들의 정신은 단연 (인간적 능력과 쉽게 비교되거나 대비될 수 없을만큼)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존재의 가치 그리고 그 존재가 받아야 할 보호 여부를 지적 능력을 기준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47
1960년 제인구달Jane Goodall은 야생 침팬지들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Louis Leakey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도구를, 인간을 다시 정의해야 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도구사용은 더 많은 동물들에게서 뚜렷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영장류, 돌고래, 문어, 다양한 종류의 새들, 설치류, 어류(예컨대 새조개 껍질을 깨기 위해 돌멩이를 사용하는 종들이 발견되었다)가 포함된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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