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는 건 꿈을 꾸는 거야." 가르스가 말했다. "볼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아. 실재하는 건 한 번에 하나씩 가질 수 있지. 손에 들어왔다가 사라져, 흠." 그는 지팡이 끝을 만지다 말고 턱을 쓰다듬었고 그 바람에 턱에 진흙이 묻고 말았다. "보인다는 건 영화 같은 거야. 하지만 영화에 뭐가 잘못되거나 이상한 점이 있어도 자신을 의심하지는 않지. 누구도 ‘이런, 연구실에서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어. 내 눈이나 뇌가 이상한 것 같아. 내가 장님이 되었나 봐’라고 말하지 않아. 그들은 자신 밖에서 원인을 찾지. ‘이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결함이 생긴 것 같아’라고 말한다고. 음, 우리는 장님이 아닌 것 같아. 세상이 잘못된 거야.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고, 자기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아." - P220

"앨리스를 계속 사랑하고 싶으면." 그녀가 말했다. "이 상담 후에 당신은 좀 더 독립적으로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내 신체 부위들을 알려줄 수도 있고 오늘밤 우 리가 거쳐 갈 여러 단계들을 설명해서 당신의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당신은 몇 달 전부터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은 여자를 그리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그 여자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상대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요." - P240

나는 산악가들이 사지 중 하나 이상을 땅에서 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팔다리 네 개 중 세 개는 땅을 짚고 있어야 했다. 그 법칙이 왜 일상생활도 적용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정말 합리적인 법칙 아니 먼가? 하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법칙을 따를 수 있으려면 손이 자유로 워야 하는데 술잔을 넘길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들고 있던 잔 두 개 중 술이 더 적게 남 은 쪽을 단숨에 들이켜고 술이 든 컵을 빈 컵 안에 넣은 다음 빈손으로 땅을 짚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훨씬 나았다. 바닥은 안정적이었다. 인파 밑에 있으니 더 시원하고 조용했다. 새로운 세계였다. 어둡고 기발하고 이상한 세계. 저 위에 있는 누구도 나를 찾는 것 같지 않았다. 혹시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예의를 차리느라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았다.
사라지는 게 얼마나 쉬운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 P306

나는 침묵과 수수께끼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마음속에서 한층 혼란스러워진 파티와 맞먹을 정도의 혼란이 일었다. 나는 태풍의 눈 안에 서 있는 태풍이나 마찬가지였다. - P313

나와 세상 사이를 가로막아 나를 2차원 맹시의 세계에서 살도록 만든 검은 종이가 고이 접혀 현실 모형이 되었다. 모형은 원래의 세계를 대체했다. 우주였다. 진짜 우주. 그리고 나도 진짜였다. 나는 공허 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바로 공허이기도 했다. 공허가 곧 나였다. 필립이나 엥스트랜드는 없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관찰자의 함정을 해결했다. 관찰자를 없애고 무로 그 자리를 채우면 된다. 그러면 관찰 대상도 없어지고 그 자리도 무로 채워진다. 관찰자도, 관찰 대상도 없고, 그러면 나는 술을 마시고 추락해도 문제가 없다. 그저 마음을 생각하는 마음만 존재할 뿐. 아, 이게 문제라면 문제겠군. - P337

나는 시간 부자였다. 내가 충분히 가진 이것을 시간이라 부르는 게 맞다면 말이다. 어쩌면 공간일 수도 있다. 시간이 맞다면 확실히 널찍한 시간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눈으 로 보기에 여유로웠다. 여유 속에 놓을 만한 것도 없긴 했다. 하지만 곧 여유로운 것은 시간도 공간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무였다. 무가 풍요로웠다.
무가 거대한 파도처럼 셀 수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무가 아닌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한 모든 무는 무가 아니었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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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혼자만의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떴다. 별이 숨은 하늘 아래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학교 교정을 천천히 걷는 동안 머릿속은 생각들로 오염되었고, 나는 집 주변을 한참 빙글빙글 돌았다. 마침내 집에 도착해 소파에 앉았을 때, 에반과 가르스는 상담소에서 돌아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 P159

결함이 앨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의 육체가 아니라 그녀의 정신과 영혼을 차지하기 위해 결함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승산이 있을 것 같은 싸움이었다. 나는 결함에게는 불리하고 나에게는 유리한 논점들을 정리했다. 앨리스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앨리스가 결함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느 쪽이 더 간절한지, 어느 쪽이 더 확고한지 생각했다. 답을 확신할 수 없었다. - P182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내가 말했다. "나는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두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여자 한 명과 함 께 살고 있어요. 그 여자는 지금 자화상을 그리고 있어요. 구운 식빵만 먹으면서요. 거길 나오는 선택지가 있다는 건 멋지지만 그럴 수 없어요.결합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죠. 끝을 봐야 해요. 앨리스만큼 나도 연관이 되어있다고요" - P196

"긴장 풀어요." 그녀가 말했다. "시작이 조금 느리고 어색하다 해도 괜찮아요. 관계의 전체적인 맥락과 지속될 믿음은 첫 만남 몇 번 동안 발전하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서로 밀고 당기면서 말이에요. 이런 재료들이 많을수록 관계는 더 나아져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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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는 이 "자연"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정의했는가?
"자연 상태"라는 관념, 즉 인간의 문화가 존재하기 전의 자연 혹은 인간의 문화가 부재하는 자연이라는 관념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개념은 우리가 어떤 몸을 살기 적합한livable 것 혹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지, 또한 어떤 몸들을 착취하고 소비하고 먹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논하는 우리의 철학 이론, 정치 체계 그리고 견해들을 구축했
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런 판단들과 구분들을 정당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정당화하는 것인가? - P216

커뮤니티 구축과 장애 커뮤니티들 사이의 차이를 관통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반영하게 된 단어로서 "장애"가 갖는광범위하고 성긴 의미와 달리, 철학적이고 의학적인 틀에서 "중증 장애"에 관해 전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자명한 비극" "잠재적 인격 결여" 등이다. - P230

쾌고감수능력을 가진 피조물이 살아 있음과 죽어감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없다고 대체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다양한 동물들이 죽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는 스스로에게 극도의 통증을 유발하는 행동도 포함된다(어떤 동물이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발을 물어뜯는 것처럼).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게 분명하다. 언제든 죽을 수 있고 죽음 같은 것이 있다는 걸 스스로 모를지라도 말이다. - P231

싱어에게 장애가 창조적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장애인 무용수이자 예술가, 시인인 닐 마커스Neil Marcus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장애는 ‘용감한 고투‘나
‘역경과 마주하는 용기‘ 같은 것이 아니다……장애는 예술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이것은 예술가로서의 나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집거나 어디엔가 도달할 방법을 창조적으로 알아내려고 하는 장애인으로서의 나, 이 양쪽 모두와 공명한다. 마커스의 말은 장애가 단순히 결핍이라는 생각에 저항한다. 게다가 그의 말은 우리가 효율성, 진보, 자립, 이성을 반드시 중심에 두지는 않는 삶의 방식들에서 가치를 찾도록 촉구한다. 장애학 연구자 로버트 맥루어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겪을 장애를 환영하고 그것을 욕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 수 있는가?"


장애는 해방적일 수도 있고, 신나는 일일 수도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 "정상적이기"를 요구하는 사회의 지속적인 공세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의 장소일 수도 있다. - P238

존슨은 날카롭게 물었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불행한‘걸까요?" 그러고는 이렇게 썼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의미로도 말이에요.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선천적 장애를가진 우리는 장애가 모든 것을 구축하는 존재일 거예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은 적응해가겠죠. 우리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제약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쾌락도 즐기지만 우리만의 고유한 쾌락도 즐기죠. 우리는 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 P244

싱어와의 대화에서 내가 방어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우리 중 어떤 이들은 2달러의 알약을 먹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라고대답했다. 하지만 확실히 자신에게 있는 장애를 즐기지 않는 장애인들, 장애를 "창조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비웃는 장애인들,
치료된다는 말에 크게 기뻐할 장애인들은 많을 것이다. 이는 비단 비장애중심주의와 내면화된 억압 때문만이 아니라, 상실, 고통, 개인적 욕망 때문일 수도 있다. 싱어에게 나는 어떤 장애인들은 장애를 갖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그렇지는 않다고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답조차 그런 질문들에 너무나 큰 힘을 부여한다. 고통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고통이 성취를 부정한다고 상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료의 문제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자긍심 대 의료적 개입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만들어낸다. - P247

우리가 문제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뜻하는 바가 장애란 객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런 감정들만이 장애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보는, 아주 뿌리 깊고 만연한 전제 자체다.
장애가 좋은지 나쁜지, 그것이 고통을 일으키는지 아닌지 증명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별반 기대할 바 없는 게임이다. 게다가 그런 것은 우리로 하여금 취약성, 가변성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기를 원하는지 같은 더 중요한 물음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 P248

우리는 모두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 자신의 다른 경험들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
고통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분명 문제적임을 지적하는 것만큼, 고통에 대한 부인 또한 문제적임을 지적해야 한다. 고통을 느끼는 역량은 인간들 사이의 차이와 종들 간 차이를 막론하고 공유되는 것이다. 고통은 공감의 장소이자 타자의 고투를 인식하는 장소다. 어떤 존재가 지닌 고통을 느끼는 역량을 부인한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다른 동물들에게 너무나 자주 행사해온 극심한 폭력 행위나 다름없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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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을 사랑한댔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이제는 아니지만"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했던 이야기잖아, 필립."
"진짜라는 거네"
"응. 나는 결함을 사랑해." 그녀는 움찔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이제 입 밖으로 내기가 편안해진 듯했다.
"나는 당신에게 너무 현실적이었던 건가? 상상 속 존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줄 몰랐네."
"결함은 진짜야, 필립. 우리를 찾아온 거야. 외계인처럼."
"앨리스, 결함은 하나의 관념일 뿐이야. 당신을 투영해 만들어진."
그녀는 반항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결함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그 누군가보다 훨씬 나은 관념이야. 완벽함과 사랑, 완벽한 사랑 그 자체야."
"석류에 대한 사랑, 계산자에 대한 사랑이 완벽하단 말이야?"
"맞아. 결함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사랑. 순수한 사랑이야." - P154

"나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거야. 결함보다 더 수수께끼처럼 굴 수는 없으니까. 존재하는지조차 알기 어렵게 굴잖아" 앨리스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빤히 보았다. "당신은 여기 있어. 나는 갈게. 여기서 흔자 울어.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혼자 울게. 똑같이 처참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섬이 되는 거야. 당신은 여기 아래에, 나는 저 위에" - P157

우리는 둘 다 눈물을 흘렸다. 두 장님과 아파트를 떠올리니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는 공허하고 황량한 우주가 아닌 지구 어딘가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침실과 침대가 있는 평범한 장소. 자동차와 우리 집, 결합이 삼킨 소리굽쇠, 도자기, 재떨이와 두 장님의 딱딱거리는 지팡이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이 무거운 추가 되어 우리를 공허에서 꺼내 주는 것 같았다. - P158

나는 우리 사이 공간을 기어가 그녀를 안았다. 내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르고 얼굴은 그녀의 머리칼에 묻었다. 우리는 함께 울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하나였다. 빈 곳 없이 서로에게 딱 맞는, 대체할 수 없는 두 개의 조각이었다.
우리는 우리 자체로 하나의 시스템이었고, 우주였다. 그 순간만큼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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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린네의 용어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인간/남자 man ofwisdom"를 뜻하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백인 남성에 귀속되는 특징인 이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 P173

<가장 가까운 친족>에서 파우츠는 자신이 과학자의 가장요한 규칙을 어겼다고 썼다. "연구 대상을 사랑하지 마라."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 그 규칙을 깨뜨려주길 바란다. - P182

동물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나는 이것이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분리시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 P189

동물과 비교당하는 것이 우리에게 강도 높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가 동물들에게는 주체적이며 정서적인 삶, 즉 우리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대하게 만드는 종류의 삶이 결여되어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서구 전통에서 동물은 우리에게 거의 아무런 의무도 요구하지 않는 존재들의 범주다. 우리는 그것들을 사고팔고 물건처럼 처분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를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를 아무런 책무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어떤 죄책감도 없이 대상화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 P195

"종차별주의 담론은 언제나 하나의 인간 집단이 다른 인간 집단을 공격하는 데 쓰일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종에 속한 사회적 타자 혹은 종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계급 등으로 구분된 사회적 타자들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 P195

인간과 동물의 전시는 종교적·과학적·식민주의적 실천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는 하나의 계보를 공유한다. 중세시대에 왕의 힘을 상징했던, 살아 있는 기형의 존재들을 대상으로 한 컬렉션부터 서구 식민지 세력의 승리를 과시하기 위한 19세기의 동물원, 사이드 쇼, 만국박람회까지, 인간과 동물들의 전시 혹은 소위 "식민지 상품들"은 오랫동안 경제적·문화적으로 얽혀왔다. - P197

그들은 과연 동물 취급을 받아도 괜찮은 존재인 걸까.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끔찍한 폭력을 당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폭력은 흔히 인간들이 서로에게 휘둘러 온 폭력과 같은 계보를 공유한다. 동물들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우리가 동물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동물들이 우리의 친족kin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의 사례로 본다면 어떨까? 동물임을 자처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동물화와 종차별주의의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일수도 있다면 어떨까? 즉 동물해방이 우리 자신의 해방과 얽혀 있음을 인식하는 방식이라면? - P198

장애 문화에 동물로의 전환 animal turn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이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동물들을 전적으로 친족으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묻는 조짐 등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을 장애와 결부시켜 고찰하는 것이 여전히 비하적인 함의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풍부하고 생산적으로, 그리고 통찰력이 돋보이도록 만들 수 있을까? - P207

애초에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의 자연스러운 몸이란 무엇인가? 어디에 있는가?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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