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하게 고통받다가 처참하게 죽은 생명의 몸뚱이를 매일 입에 넣는 것. 그게 영혼을 건강하게 해줄 리 만무하다. 육식이 자연과 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 고로, 동물 문제는 영혼의 건강, 환경 문제는 자연의 건강, 건강 문제는 신체의 건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34
나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나의 몸과 영혼, 자연의 건강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가지래도 좋을 판에, 저 세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니 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정신이 번쩍 드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동시에 불편한 진실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되어도 여간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그것이다. - P37
놀라운 건 이십대 (특히 남성)들이 개고기 금지에 가장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너무나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소나 돼지는 동물 아니냐", "음식은 개인 선택이다", "업자들 생계는 어떡할 거냐"는 말만 반복/변주하는 걸 관찰할 수 있다. 경험상 이런 반응들에는 논리적으로 답변해 봤자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정말 비건들처럼 개와 소, 돼지, 닭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에 저럴까? 그들이 낙태 이슈나 동성 결혼 합법화에도 개인 선택 존중을 위해 저렇게 분연히 일어설까? 그들이 보신탕 업자들을 진심으로 염려해서 저럴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증이지만, 이들은 동물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성소수자, 난민 이슈 등에 공통적으로 분노나 혐오를 곁들인 보수적 견해를 피력하는 층이라 예상한다.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가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 P39
"넌 한국 사람들이 뭘 믿는다고 생각해?" • • "우리가 믿는 건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라며 멸시하는 반응, 모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기반하는 거야…." - P40
우리는 행동으로 증명할 것이다. 비건은 평범한 개인이 지구와 동물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도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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