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누구한테든 응답받고 싶은 마음만큼은 알아요. 그래서 당신의 고민에도 답했던 거예요. 어쨌거나 다정한 말이 필요한 세상이잖아요.이미 알고 있다는 듯 웃고 있는 상대방의 표정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누구라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을, 정확히는 ‘괜찮다‘는 그 말 자체를 기다렸을 뿐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럼 나는 다시 답할 것이다.괜찮다는 말을 듣기는 어려운데 해주는 건 쉽더라고요. 이렇게 쉬운 걸 다들 왜 안 해주는지 모르겠어요. ‘괜찮다‘는 세 음절을 내뱉기만 하면 이름모를 당신보다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됐다는 착각도 들던데요...…실은 그게 제일 부끄러워서 연락을 못했어요. - P23
개의 진지한 마음을 거절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나 해? - P176
위(胃)로 가는 것들은 위로가 된다. 나는 아랫배도 부르고 윗배도 부를 때까지 무리해서 먹고 마셨다. 대식가라 불릴 재능은 없었지만 과식가라 불릴 만한 열정은 있었고, 그 기질은 술 앞에서도 그대로 발휘됐다. 술집에는 술이, 끝없이 나오는 술이 있었다. 마시는 것도 좋았지만 취하는 건 더 좋았다.아무리 바쁘고 힘들 때도 술을 마시면 완행버스에 오른 것처럼 느긋한 리듬으로 인생을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 P12
그가 보여주는 방향을 한 잔 한 잔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나만의 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실줄 아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덩달아 깊어졌다. 지금은 나 역시 확신한다.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나와 술의 가능성을 동시에 얕보는 일이다. - P88
문제는 사람이냐 개냐가 아니라 에티켓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겠죠. - P25
내가 그렇게 어린애처럼 엉엉 목놓아 울기 시작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담 넬슨이 죽은 뒤 누군들 울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마담 넬슨의 장례식 땐 그저 소리만 크게 울었을 뿐이다. 마치 내가 엄청난 고통이라도 받은 듯이 말이다. 이 세상에 버려진 고독의 고통 말이다. 세상은 우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완벽하니까 말이다. 마치 이 갑작스럽고 비이성적인 절망이 이성적인 슬픔에 붙어서 내 소중한 삶에 내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 P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