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胃)로 가는 것들은 위로가 된다. 나는 아랫배도 부르고 윗배도 부를 때까지 무리해서 먹고 마셨다. 대식가라 불릴 재능은 없었지만 과식가라 불릴 만한 열정은 있었고, 그 기질은 술 앞에서도 그대로 발휘됐다. 술집에는 술이, 끝없이 나오는 술이 있었다. 마시는 것도 좋았지만 취하는 건 더 좋았다.아무리 바쁘고 힘들 때도 술을 마시면 완행버스에 오른 것처럼 느긋한 리듬으로 인생을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 P12
그가 보여주는 방향을 한 잔 한 잔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나만의 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실줄 아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덩달아 깊어졌다. 지금은 나 역시 확신한다.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나와 술의 가능성을 동시에 얕보는 일이다. -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