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로빈!"
"응?"
"너희 집에 우산 있어?"
"있을 걸."
"그럼 우산을 가져와 봐. 그리고 네가 우산을 들고 왔다 잤다 하다가 가끔씩 나를 올려다보면서 ‘쯧, 비가 오겠네‘ 라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벌들도 우리 작전에 속아 넘 어가지 않을까?"
너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몰래 웃었어. ‘바보 곰돌이 같으니라고! 하지만 너는 푸를 무척 아꼈기 때문에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어. 그냥 집으로 우산을 가지러 갔지.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불행의 원인이 개인의 무능이라 말하거나 심지어 각자가 믿는 종교의 교리를 빌려와 그것이 업보 또는 신의 형벌이라 단정하기도 한다. 불행해 마땅한 존재로 개인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살고자 불행과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은 이렇게나 잔인하고 예의가 없다.
정말 속상한 것은, 불행에 지칠 대로 지친 이가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저항할 힘이 없어 스스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마라. 스스로 무례해지지 마라‘ - P274

하지만 나는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지현’, ‘은영’, ‘지은’을 상상한다. 어떤 형태로든 삶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나 역시 그저 계속하겠다고.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바란 것 이상을 나 스스로에게 바라지 않겠다고. - P2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더지라고 다 땅파기를 잘하는 건 아니야.
난 맨날 길도 잃고 흙도 먹고 무서운 생각도 난다고.
다들 놀러 가는데 나만 땅파기 연습이라니….
오늘은 안 할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 P74

잊힐 권리는 최근에야 알려진 개념이기에 아직은 많은 사람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여기기도 하는데요. 우리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개인의 계정에 올릴 때 다른 이의 초상권을 침해 하거나 누군가의 잊힐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더불어 내가 인터넷에서 쉽게 넘겨보고 또 공유하는 정보가 그런 잊힐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의 것은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P76

‘국제노동기구‘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1919년에 창설되었어요. 이때 합의한 원칙 중 하나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어요. 과거, 찰리 채플린은 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 분노했는데, 현대 사회는 달라졌을까요? 배달 노동자가 음식을 배달하다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면 그것이 과연 ‘손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상품하고 무엇이 다를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편리함에 길들어가는 동안 누군가의 사생 활은 침해받고 있으며, 어떤 노동자는 당연한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요. 눈앞에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궁리하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그저 감탄만 한다면, 과연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을까요?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하게 살아가는 것과 착하게 살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같을까요? - P57

대한민국의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에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확진자의 동선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도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건 사람들이 이미 디지털 기계의 편의성이 주는 이점에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해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게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이게 과연 바람직한 상황일까요? - P57

빅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은 분명 혁신적이에요. 그렇지만 혁신 기술이 사람들의 생각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고는 볼 수 없어요. 포털 사이트는 조회 수가 많은 기사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려줘요. ‘좋아요‘를 많이 받은 댓글을 ‘베스트 댓글‘이라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노출해주죠. 하지만 그건 다수의 의견‘일 뿐이에요. 다수가 좋아한다고 그 정보가 무조건 옳은 건 아니에요.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