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불행의 원인이 개인의 무능이라 말하거나 심지어 각자가 믿는 종교의 교리를 빌려와 그것이 업보 또는 신의 형벌이라 단정하기도 한다. 불행해 마땅한 존재로 개인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살고자 불행과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은 이렇게나 잔인하고 예의가 없다.
정말 속상한 것은, 불행에 지칠 대로 지친 이가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저항할 힘이 없어 스스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마라. 스스로 무례해지지 마라‘ - P274
하지만 나는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지현’, ‘은영’, ‘지은’을 상상한다. 어떤 형태로든 삶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나 역시 그저 계속하겠다고.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바란 것 이상을 나 스스로에게 바라지 않겠다고.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