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르
난, 신문 기자들을 믿지 않아. 그들 모두가 거짓말쟁이라고. 난 내 나름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학교 선생 출신으로서 말이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 명확한 것만 믿는다고. 그럼, 아무쪼록 명확하고 합리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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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 발명되었을까? 책이 널리 전파하려는, 혹은 책을 없애려는 비밀스러운 노력의 역사는 무엇일까? 그 길에서 사라진 것들과 구원받은 것들은 무엇인가? 그중 몇몇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가? 시간의 이빨, 불의 손톱, 물의 독이 얼마나 많은 책을 앗아갔는가? 얼마나 많은 책이 분노로 인해 불탔으며 어떤 책이 열정적으로 필사되었는가? 그것들은 동일한 책이었을까? - P17

프로도와 샘, 두 호빗이 모르도르의 험한 산에 있는 키리스 웅골의 계단에 도착했다. 그들은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예기치 못한 자신들의 모험 이야기를 한다. J. R. R. 톨킨이 쓴 반지의제왕 2부인 두개의 탑 마지막 부분에 일어나는 일이다. 샘 와이즈가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일은 맛있는 음식과 위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우리가 노래나 전설에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가 거기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불 옆에서 들려줄 수도 있고 책으로 읽어줄 수도 있겠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말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거예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야!‘" - P39

그것이 알렉산드로스의 꿈이었다. 자신의 전설을 갖는 것. 기억에영원히 남을 수 있게 책에 기록되는 것. 그는 그렇게 했다. 그의 짧은 생은 동서양에서 신화로 남았다. 코란과 성서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남아 있다. 그가 죽은 뒤 수 세기 동안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그의 환상적인 여행과 모험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며 그리스어로 쓰였다가 나중에는 라틴어와 시리아어를 비롯해 1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소설 「알렉산드로스」로 알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현재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 이야기를 종교서를 제외하면 전근대 시대에 가장 많이 읽힌 작품으로 간주한다. - P40

로마 시대의 어느 여행자이자 지리학자는, 알렉산드로스에 관해 쓰는 사람들은 늘 진실보다는 경이로움을 선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P40

"지구는 나의 것이다."였다.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 P45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는 아프리카를 가든 아시아를 가든 늘 일리아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조언와 통찰력을 구했다. 독서는 마치 나침반처럼 그에게 미지의 길을 열어주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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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주 좋아. 내 관심사는 이거다.
단편소설을 써야지. 문제는 ‘계획‘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든다는 사실이다.
비가 내린다.
"아, 삶은 얼마나 느리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아, 아폴리네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나는 얼마나 지루한가.
그냥 도망쳐버릴까? 어쩌면. - P59

빗줄기, 비가 퍼붓는다. 점심이 늦춰졌다. 햇살을 머금은 비로 불투명해진 창문. 아름다워졌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화를 잘 내고, 태양에 매혹된 눈부신 비, 전날 풀이 베였다는 데 위안을 느끼는잔디밭, 이 자리에 있다는 데 잠시나마 위안을 느끼는 나……
"비가 온다, 참 멋지네, 사랑해, 우린 집에 있자, 이런 늦가을 날씨에는 우리끼리 있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을 테니."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카르코의 시가 맞을 거다. <집시 여인과내 사랑>. 누구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집에 있으리란 건 확실히 알겠다. - P60

담배 파이프가 손에서 미끄러져 창가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파이프가 우연히 심연의 가장자리에 멈추기를 기다렸다. - P62

프루스트를, 스완의 열정을, 행복해하며 다시 읽는다.
진정한 행복은, 진실과 산문이 일치하는 순간처럼 드문 일이다.
나는 문학에서 발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포크너를 읽으며 한 번도 진짜로 감동을 받은 적이 없는 이유다. 그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 눈에 대서양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마지막 문장이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 혼자 쓸데없는 말놀이를 하는 대신 단편소설이나 써야겠다. - P77

마지막으로, 넓은 잔디밭과 나무들을 바라본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주의 깊게…… 불안에, 아니면 마약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수백 명이 있고, 신경이 쇠약해진 사람들이 올 겨울에, 내년 여름에 이 풍경을 바라볼 것이다.
병은 정말 최악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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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 P11

알렉산드리아 시대에는 책을 사고파는 국제적 시장이 존재하지않았다. 오랜 문화생활이 누적된 도시에서 책을 사는 일은 가능했지만 청년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아직 책을 살 수 없었다. 자료에 따르면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려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살 수 없는 책은 몰수했다. 탐나는 책을 손에 넣으려면 목을 자르거나 수확물을 쓸어버려야만 했던 때도 나라의 숭고함이 사소한 양심의 가책보다 중요하다며 명을 내렸다. - P13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 P16

책은 오래전에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어느 전쟁에서 우리와 동맹을 맺었다. 우리는 귀중한 창조물이면서 한 줌의 공기 같은 말을 지켜내고자 투쟁했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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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려는 마음이 시작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말 고통스러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 P19

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틀림없이 1958년의 어느 행인이 정신분열로 이렇게 천천히 추락하는 걸 막아줄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렇게 있을 것이다. - P43

내 전문 분야는 ‘그는 잔에 커피를 부었다. 커피에 우유를 넣고 설탕을 넣고, 어쩌고 저쩌고’인 것 같다. 서글픈 일상, 프레베르, 뷔페, 소중하디 소중한 이 시대? 사르트르, 아무도 착하거나 악하지 않다. 하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지루함, 날개 아래로 고개를 감춘 아름다운 사랑, 그것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나?
왜 알려고 하나 등등.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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