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 P11

알렉산드리아 시대에는 책을 사고파는 국제적 시장이 존재하지않았다. 오랜 문화생활이 누적된 도시에서 책을 사는 일은 가능했지만 청년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아직 책을 살 수 없었다. 자료에 따르면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려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살 수 없는 책은 몰수했다. 탐나는 책을 손에 넣으려면 목을 자르거나 수확물을 쓸어버려야만 했던 때도 나라의 숭고함이 사소한 양심의 가책보다 중요하다며 명을 내렸다. - P13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 P16

책은 오래전에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어느 전쟁에서 우리와 동맹을 맺었다. 우리는 귀중한 창조물이면서 한 줌의 공기 같은 말을 지켜내고자 투쟁했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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