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외국어를 할 줄 알까?
신은 외국인도 이해해 줄까? - P15

우리가 고향에 있다면, 모든 것에서 외국의 냄새가 나는 걸까?
나는 우리 나라를 오직 냄새로만 안다. 그것은 어머니의 음식 냄새다.
아버지는 말한다, 사람은 자기 나라의 냄새는 어디서라도 기억할 수 있지만, 오직 멀리 있을 때만 그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 P16

신은 어떤 냄새가 날까? - P17

우리는 아무것에도 정들면 안 된다.

나는 그 어디라도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는 데 익숙하다.
그러면, 내 푸른 수건을 의자에 펼쳐 놓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바다다.
내 침대 곁에는 항상 바다가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나는 바로 헤엄칠 수 있다.
내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해 반드시 헤엄치는 법을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밤이면 나는 바다를 어머니의 꽃무늬 가운으로 덮는다.
소변을 보러 일어날 때 상어가 날 잡아먹지 못하도록. - P24

고향에서 사람들은 꿈에서조차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다. 소리 내어 말했다가 스파이에게 들키면 시베리아로 끌려간다.
벽 속에는 스파이들이 다니는 비밀 통로가 있다.

그러나 이방인들도 우리를 해치고 싶어 한다.
나는 결코 혼자서 트레일러를 나가면 안 된다.
다른 아이들과 놀아서도 안 된다.
어머니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나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 - P35

아이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많이 속한다. 어머니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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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귀속과 변형 과정, 정체성의 구성과 거부 과정은 내 안에서 언제나 서로 연계되어 있었고, 뒤얽혀 있었으며, 서로 맞서 싸우며 제약하는 것이었다. 원초적인 내 사회적 정체화identification (자기를 자기로서 인지하기)는 거부된 정체성에서 끊임없이 힘을 얻는 탈동일시에 의해 교란당했다. - P109

예술에 대한 취향은 학습되는 것이다. 나는 배워서 얻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세계, 다른 사회 계급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리고 내 출신 계급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수행해야 했던, 나 자신에 대한 거의 완전한 재교육의 일부였다. 예술적·문학적 대상에 대한 흥미는 언제나,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이에 접근 기회가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자기—구성적인 간격ecart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구별짓기distinction를 함으로써, 타인들—‘열등한‘ ‘교양 없는‘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정의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나중에 나는 ‘교양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전시회나 음악회, 오페라 공연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 가장 ‘고상한‘ 문화적 실천에 열심인 사람들이 이러한 활동으로부터 자신에 대해 엄청난 만족감과 우월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수없이 자주 확인했다. - P120

나는 존 에드거 와이드먼John Edgar Wideman이 『형제와 보호자Brothers and Keepers』에서 그의 남동생에 관해 썼던 것을 문자 그대로 가져와, 내가 형에게 느꼈던 감정을 묘사할 수 있다. "나의 성공은 내가 우리 사이에 놓은 거리에 의해 재어졌다." 이보다 어떻게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 이것은 형이 나에게 암묵적으로 준거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그처럼 되지 않을 것. 와이드먼은 머릿속으로 남동생에게 말을 걸면서 질문한다. "네가 나한테 낯설게 보였던 것만큼이나 나도 너한테 낯설었을까?" 그 시절에 나도 스스로 그런 질문을 했던가? 나는 그 답을 알았고, 그래서 행복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형에게서 낯설어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 P126

어떤 책은 우리가 그것을 읽기도 전에 커다란 의미를 띨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깝다고 느끼는 타자들에게 중요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 P136

나는 학교 체계가 우리 눈앞에서 작동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 사악한 기계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중 계급의 아이들을 배척하고, 계급적 우위 및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 기회를 영속화하고 정당화하는 것. 그 기계는 설령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이러한 결과에 다다른다. 학교는 피지배자들에 맞선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 가운데 하나다. 교육자들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질서의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대항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아주 미미하다. 그 질서는 은밀한 동시에 모두가 볼 수 있게 작동하며, 모든 것에 대하여, 그리고 모든 것에 맞서서 부과된다. - P138

어쨌든 우리는 투표가 대개 우리가 표를 주는 정당이나 후보자의 담론 혹은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적이거나 삐딱한 지지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이는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아마도 핵심은 개인적으로 혹은 집합적으로, 비록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할지언정, 우리가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지받고 대표된다는 것을 알거나 그렇게 믿는 감정에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의 이러한 몸짓과 단호한 행동을 통해, 정치적 삶에서 존재감과 중요성을 인정받는다는 감정 말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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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거리의 눈은 쌓여간다. 아이의 키만큼. 눈은 자란다. 어른의 키만큼. 겨울이 깊어지는 만큼 더 높고 더 단단하게.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사랑하고 증오하고 기뻐하고 원망한다. 어떤 연인들은 삶이 그대로 멈추기를 바란다. 그들의 바람대로 겨우내 쌓인 눈은 녹지 않는다. 겨울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 P203

한동안 보이지 않던 행복이 어느 틈엔가 나타나 그들의 옆에서 웃었다. 이제 행복은 더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때때로 내리는 눈과 마찬가지로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행복이 오기는 온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알게 됐으니까.
삿포로의 할머니가 한 말처럼, 그렇게 긴 삶이 계속됐다. - P205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Belle Epoque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전쟁이 떠오른다. 프랑스어 벨 에포크란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1914년 전까지 유럽이 평화를 누리며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으로 번성 했던 시절을 회고적으로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고적으로‘라는 말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이어지지 않았어도 전쟁 전의 유럽이 그토록 평화롭고 풍요롭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회고적으로‘라는 말은 그뒤에 일어난 끔찍한 일, 즉 전쟁을 겪고 난 뒤에야 그 시절이 제대로 보였다는 뜻이다. 벨 에포크를 살아가는 사람은 그 시절이 벨 에포크인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 P214

"책임감?"
"다르게 말하면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그리고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저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영향을 받는 만큼 그 사건이나 죽은 아이들의 의미도 달라질 테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책임감이에요. 그 사건에 기꺼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겠다는 것." - P236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주희의 눈에 수백 개의 별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수천 개의 별들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희가 보지 못하는 별들은 그보다 더 많다. 우리 은하계에만 천억 개 이상의 별들이 있으니까. 누구도 보지 못해 아직 밤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별들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천문학적인 발견이란 관측을 통해 어떤 별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다. 말하자면 어떤 별은 우리가 보는 순간부터 반짝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관측이 별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 P238

느닷없이 떠오르는 나의 생각처럼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어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건 누구의 생각일까? 세상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 P253

이 놀라운 것들은 다 무엇인가?
답을 제시하는 사람의 자리에서 내려와 지켜보고 돌보는 사람이 될 때 모든 질문은 감탄으로 바뀐다.
이 놀라운 것들은 다 무엇인가!
질문을 하는 것도 나의 마음, 감탄을 하는 것도 나의 마음이다. 나의 마음에 따라 너무나 많은 삶이 입을 다물었다가 또 활짝 펼쳐지는 것이다. - P257

그날 밤, 엄마를 만나러 가는 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그 어떤 이야기도 답이 될 수 없는 곳에 지금 내가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로는 종교란 대답하지 않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날 밤, 내게는 종교가 필요했다. 놀라고 감탄할 뿐, 어떤 대답도 주지 않을, 그런 종교가. - P258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우연이란 ‘나‘가 있기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게 인간의 우연한 삶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우연한 일들을 내 인생으로 끌어들여 녹여낼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고 안이하게 외부의 스토리에 내 인생을 내어주고 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 P262

죽어가는 사람은 늘 있을테니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여름은 모두 누군가 죽고 난 뒤의 여름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분명 좋은 여름, 최고의 여름이 있었다. 좋은 여름은 누군가 죽고 난 뒤의 여름, 누군가 죽고 난 뒤의 여름은 최고의 여름······ 나의 마음에 따라 이 름은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여름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하나뿐인 여름이 해마다 시작된다. 그 여름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는 나의 마음에 달린 문제다. - P263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운명을 살아간다는 것은 세계를 향해 뛰어드는 것입니다. 뛰어드는 순간 우리는 이 세계가 온갖 우연이라는 만남에서 ‘나‘를 발견 해내어 새로운 ‘시작‘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쩜 이 세계란 이토록 경이로울까. 저는 ‘시작‘을 앞에 두고 사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우연과 운명을 통해서 타자와 함께하는 시작으로 가득한 세계를 사랑합니다. 이것이 지금 제가 도달한 결론입니다. - P264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 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그러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길. - P266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 P281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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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세계는 급속도로 풍화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풍화는 건물 표면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라는 영구적인 음영을 남긴다. 풍화가 만들어내는 빛과 어둠, 크고 작음, 또렷함과 모호함, 실재와 가상, 미켈란젤로 적인 의미의 ‘살아 있는‘ 돌과 ‘죽은‘ 돌, 정신과 물질의 대비는 풍요로 착각되지만, 그것은 파괴로 가는 전 단계에서 일어나는 잠시의 풍요이다. - P143

빅토르 위고는 한 소설에서 책이 건축보다 더 오래간다고 말했지. 시간의 풍화를 막는 책의 물매가 건축의 물매보다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야. 책은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지만, 건축은 그럴 수 없으니까. 하지만 책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새로운 내용을 드러내진 않아. 어떤 질문에도 책은 정해진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지만 풍화되는 건축은 항상 새로운 대답을 내놓지. 쇠퇴한다는 것, 몰락한다는 것, 풍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야.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영혼은 늙게 태어나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데 이것이 인생의 희극이다. 반면에 육체는 어리게 태어나 점점 더 늙어가니 이것이 인생의 비극이다.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풍화되어야만 영혼이 드러나게 돼 있어. 폐허마다 영혼이 드러나.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저절로 드러나는 영혼이지. 이 폐허는 끝이 아니야. 이건 이 집의 가장 어린 영혼, 새로운 시작이야. 알겠니? - P145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관계성의 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인터뷰를 할 때 혹은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물 한 잔을 떠올리는데, 그게 바로 그녀가 말하는 관계성의 물이었다.
"일단 물 한 잔을 얻어 마시는 게 중요해요. 물 한 잔 정도의 호의를 받을 수 있다면 관계성이 형성되거든요. 물 한 잔을 준 사람과 물 한 잔을 받은 사람. 그렇게 서로 맺어지는 거죠. 한 번 맺어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좀 쉬워집니다." - P163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비슷했다.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미워할수록 더 미워하게 된다. 매 순간 관계가 호의와 악의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 P166

"그 언니의 손을 맞잡기 전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 좋은 쪽으로만 생각했어요. 다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하고, 아빠는 깨어날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 머리는 폭발한 것처럼 멍해졌고 끔찍한 공포가 밀려왔죠. 그때 그 언니의 손을 잡게 된 거예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그저 그 언니의 손에만 집중했어요. 그러자 마치 태어나서 누군가의 손을 처음 잡아본 것처럼 그 손의 물성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물렁물렁한 손바닥이라든가, 그 안에 든 뼈 혹은 흐르는 피의 온기 같은 것들이. 나는 눈을 감고, 그 느낌에만 집중했어요. 거기서부터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 작지만, 내 쪽에서 찾아낸 좋은 느낌에서부터." - P167

"밖에서도 검게 칠하고 안에서도 검게 칠하면, 인간은 그 즉시 하찮아집니다. 그것 역시 인간진화학의 법칙이죠. 벌레보다도, 티끌보다도 더 하찮아지다가 인간은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자 협동농장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이렇게 두 손을 들어 바라봤습니다. 내가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가 싶어서 말입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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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부르주아 세계와 프티부르주아 세계에 발을 좀 담가보았다고 해서 이렇게 가족을 버리고 그들을 부끄럽게 여겨도 되는 것일까? 지적·정치적으로 사회세계의 위계질서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가 왜 그 질서를 체화하고 있는 것일까?" - P80

폴 엘뤼아르Paul Bluard 가 슬픔과 회한이 담긴 유명한 시에서 동정했던, 이 "명예를 잃고 흉한 몰골"로 "포장도로 위에 남겨진 불행한 여자," "옷이 찢겨나간" "피해자"와 비슷해졌다는 것을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 P85

어떤 정치적 서사가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누구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서사가 화제로 삼고 해석하는 개인들의 삶을 구축된 허구로부터 빠져나간다는 이유로 비난하기에 이른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통일성과 단순성을 해체하고 거기에 모순과 복잡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리고 거기에 역사적 시간을 다시 도입하기 위해, 변화해야만 하는 쪽은 서사이다. 노동 계급은 변화한다. 그것은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지 않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노동 계급은 1930년대나 1950년대의 노동 계급과 더 이상 같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사회적 장 안에서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동일한 현실, 동일한 열망을 갖는 것은 아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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