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탓하지 말라
모든 빛나는 것들은
어둠의 어깨를 짚고
비로소 일어선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들이 더 반짝이 듯
그렇게
한 시대의 별들도
어둠의 수렁에서 솟아오른다 - P56

답을 주는 영화 vs.질문을 던지는 영화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

[ASGHAR FARHADI · 아쉬가르 파라디]


영화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명언.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제대로 된 생각이 시작된다.
Why의 인생을 살고 있나요.
What의 인생을 살고 있나요. - P75

플라뇌르

*플라뇌르(flaneur) : 한가롭게 배회하는 산책자

플라뇌르는 한가롭게 배회하는 산책자, 산책하는 사람을 뜻한다. 어쩌면 모든 예술가는 플라뇌르다. 나도 이 지구에 플라뇌르가 되기 위해온 것은 아닐까? - P103

지루함을 결정짓는 2가지

•일의 난이도(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거나)
•주관적 ‘의미‘(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지루함을 벗어나는 방법

•일의 난이도가 쉽다면 제한 시간을 둔다.
•일의 난이도가 어렵다면 작게 일을 쪼개서 하거나 잘하는 사람에게 배운다.
•나에게 줄 수 있는 의미를 찾는다. 처음의 열정을 복기한다. - P110

게으름에 대한 고찰

류시화
게으른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게으름을 나무란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하는 게으름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만약 당신이 건강한데 일정 시간이 지나서도
침대에 누워 있으면
어떤 이들은 당신을 게으르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기운이 없거나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놀거나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어떤 이들은 게으르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게으름이란 무엇인가?


류시화 시인의 게으름에 대한 고찰. 몇 번을 읽었다. 그중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 1년에 적어도 서너 달간 ‘게으름 피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 누군가 게으름이라 하는 것을 누군가는 깨어 있음이라 한다. 누군가는 어리석다 단정한 것을 누군가는 앎이라 한다. 누군가에게 주저한다고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중심에 다가가는 일이다.
• 바쁘게 살면서 우리는 삶의 중요한 문제들과 직면하기를 피한다. 자기 자신과 대면하지 않으려 바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문제투성이의 게으름이다. - P132

알게 되면 보이나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 - P148

기준과 정의를 찾아보기

친구가 노트에 적은 기준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각자의 방법을 정의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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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조심스럽다고 파괴력을 지니지 않은 건 아니다. - P54

너의 리스트는 이랬다. 『델러웨이 부인』 『삶의 한가운데』 『모래의 여자』, 『포스트맨은 받을 두 번 울린다』. 나는 네가 뒤라스의 『연인』은 리스트에 넣고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넣지 않아서 너를 좋아했다. 나는 너의 취향을 대부분 신뢰했다. 종종 너무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만으로 일상을 구성하고 편집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스스로의 약한 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상처받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는 스스로를 전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네가 가진 다른 부분에서 느낀 호감이 그 작은 부분들을 상쇄시켰다. - P58

괜히 차장을 건드리며 생각했다.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사람 좀 사람을 곤란하게 하더라, 하는 평은 듣고 싶지 않았다. 특히 너처럼 예의를 지키는 일이 각별히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한참 만에 차가 움직이고, 너는 입을 열었다. 정면을 주시하는 너의 얼굴에 그래 이 사람이라면 괜찮아, 말해도 괜찮아.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서 두려웠다. 듣게 될 말들보다 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말을 꺼내기로 한 너의 결심이. - P61

너는 너만 그렇게 현명하고, 그래서 남이 들어오고 들어오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도 알고 있고, 그걸 나만 모른다고 생각하지. 나만 너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네가 아무리 가까이 와도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더 깊이 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사이란 건 그 선을 조정해가며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걸 텐데 너는 이미 선이 있고 항상 단호하고 나는 선이 있던 적이 없으니까. 늘 한쪽만 맡는 일이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 P64

지나간 너의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한다. 제가 진짜 못 하는 일이거든요. 못하는 일. 그러니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과, 진짜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뭘까. 너와 규희와 그리고 나의 차이는 도대체 뭔가. 왜 규희와 너는 진짜 못하는 일을. 나는 종종, 자주, 제법 즐기며 하고 마는 걸까. 나는 규희가 사라지고 나서야, 여기에 없고 나서야 규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너를 이루는 조각과 내 조각들을 맞춰보고 비교한다. 화가 나서 던지기도 하고 소중하게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기이한 모양의 성을 쌓는다. 그게 규희가 떠난 뒤 내가 유일하게 몰두하는 일이다. - P66

블로그식 말하기구나. 나는 너의 화두를 들으며 그런 것을 감별 한다. 너는 점심시간에 네 명이 모였을 때 나누는 스몰토크로는 인스타그램식 말하기, 외근 나가는 길에 두셋이서 대화를 나누면 트위터식 말하기, 그리고 예외적으로, 아주 가끔 생기는 이런 둘의 시간에는 블로그식 말하기를 한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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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나하면 우린 여전히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리고 우리와 같은 상황에선, 죽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 이미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누군가가 아직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이들보다 먼저 죽어야만 해. 그게 바로 내 생각이야, 사우다. 난, 살려야 했던 사랑을, 그걸 맛봤고, 가져야만 했던 아이를, 난 그 애를 낳았어. 배우는 일만 남아 있었는데, 나는 배웠지. 그러니 내겐 죽음밖에 안 남은 거지, 내가 그걸 택하면 그 죽음은 완전해질 거야. - P118

그리고 난, 용기가 필요할 때면, 노랠 부를게, 노래를 부르겠어, 사우다, 네가 가르쳐 준 노래 말이야. 그러면 내 목소리는 네 목소리가 되고, 네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되겠지. 그렇게 우린 함께하게 되는 거야. 함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어. - P119

제가 바로, 아이들을 강에다 버리러 간 사람입니다. 겨울이 었죠. 양동이를 집어 들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나왔어요. 밤은 아름다웠지만 추웠죠. 깊은 밤이었습니다. 달도 없는. 강은 얼어붙어 있었죠. 저는 도랑까지 가서, 그곳에 그 애를 놔뒀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노래하는 여인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 겁니다. 그래서 멈췄는데, 제 의식이 차가워지면서 밤처럼 캄캄해졌죠. 목소리가 마치 제 영혼 속에서 흘러내리는 눈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되돌아가, 양동이를 집어 들고 걸었죠, 오랫동안 걸었습니다. 저는 윗마을, 키세르완 쪽으로 양 떼와 함 께 돌아가던 농부와 마주쳤죠. 그 사람이 저를 보고, 제 고통도 봤으며 마실 것도 주었죠, 그리고 저는 그 사람에게 양동이를 건네주었습니다. 제가 말했죠. 받아요, 노래하는 여인의 아이예요." 그리고 저는 다시 떠났습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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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합 네게 선물을 가져왔어, 나왈.
나왈 피에로 코네!
와합 순회 극단이 다녀갔을 때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거야.
네가 많이 웃었잖아! 내게 말했지. "저 코! 저 코! 저 사람 코 좀 봐! 나는 네 웃음소리를 듣는 게 너무 좋았어. 난 그들의 야영지까지 갔다가 사자에게 잡아 먹힐 뻔했고, 코끼리에게 짓밟힐 뻔한데다가, 호랑이들과도 담판을 지어야 했어, 난 뱀 세 마리를 먹어 치우고 피에로의 텐트로 들어갔지, 피에로는 잠들어 있었고, 코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지, 그걸 들고 도망쳐 버린 거야! - P101

민병 당신들이 그 두 여인이군. 한 사람은 쓰고 다른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말이야, 이 신발 보여? 우리가 오늘 밤 시체 발밑에 있던 질걸 뺏은 거야. 신발 주인들을 한 사람씩, 마주 잡아 죽여 버렸지, 눈을 마주 보며. 그들이 말했어. "우린 같은 피를 나눈, 같은 나라 사람이잖아요, 우린 그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그들의 신발을 빼앗았지. 처음에는 손이 떨렸어. 모든 게 그렇듯 말이야, 처음에는 망설여지지. 머리통이 얼마나 단단한지 우린 몰랐어. 그래서 얼마나 세게 내려쳐야만 하는지 몰랐거든. 칼을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도 몰랐지. 우린 몰랐어. 가장 어려운 건 칼로 찌르는 게 아냐, 그걸 빼내는 거지, 모든 근육이 수축 되면서 칼을 움켜쥐거든. 근육들은 아는 거지, 거기에 삶이 있다는 걸. 칼 주위에 말이야. 그래서 날을 아주 날카롭게 하기만 하면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지. 날이 들어갈 때처럼 나오니 말이야. 처음에는 어려워. 그 뒤엔 좀 더 쉽지. - P103

사람들이 내 뱃속에서, 내 품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아들을 빼앗아 갔을 때, 난 선택해야 한다는 걸 이해했어. 세상을 흉측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그 애를 찾기 위해 모든 걸 하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매일매일 그 애를 생각했지. 그 애는 스물다섯 살이야, 죽이거나 죽거나, 사랑하거나 고통 받을 나이야, 네게 이 모든 걸 말하면서 내가 뭘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그 애의 명백한 죽음과 나의 헛된 추적을 생각하고 있어, 내가 영원히 불완전하리란 걸 말이야, 왜냐하면 그 애는 내 삶에서 태어났지만 난 그 애의 몸을 절대 못 볼 테니까 말이야, 내 앞에 있는 그 애의 몸을 말이야. 그 여인의 고통을 내가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녀의 고통은 내 안에 독처럼 들어 있어. - P114

내 말 듣고 있어? 하지만 난 약속했어, 읽고, 쓰고, 말하는 걸 배우겠다고 한 노파에게 약속했지, 불행에서 벗어나고, 증오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서 난, 이 약속을 지킬 거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말이야. 어느 누구도 증오하지 마, 절대로, 꿈을 꿔야 해, 항상. 아름답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으며, 전혀 아무것도 아닌 어느 노파에게 한 약속이지만. 그 약속이 날 도와줬고, 보살펴줬고 구해 줬지.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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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느 하지만 왜, 왜 엄마가 선생님께 그걸 말해 줬을까요?
에르밀 르벨 나야 알 수 없지! 그분에게 물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 P88

시간은 누군가에게 목이 잘린 암탉이었어,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고 있는 거야, 이리저리, 목이 잘린 사람처럼, 피가 뒤범벅되면서 우릴 흠뻑 적셔버린 거야. - P91

잔느 시몽, 잔느야. 공항에 있어. 시몽, 엄마 고향으로 떠난다고 말하려고 연락했어. 아빠를 찾아볼 거야, 만약 그분을 찾는다면, 그분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 그분에게 봉투를 전해 줄 거야.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야. 널 위한 거고. 그 다음을 위한 거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그분, 바로 엄마를 찾아야 해, 예전 삶에서, 우리에게 감췄던 그 시기의 삶에서 말이야. 끊을게, 시몽 끊을게, 머리부터 먼저 내동댕이칠 거야, 먼 곳으로 떨어질 거야, 내 삶을 구축해 줬던 이 명확한 기하학으로부터 아주 먼 곳으로.
난 쓰고, 셈하고, 읽고, 말하는 걸 배웠잖아. 이 모든 게 더 이상 아무 소용 없어. 내가 떨어질 구렁, 이미 빠져들었던 그곳이, 바로 엄마의 침묵의 구렁이야.
시몽, 울고 있니, 울고 있는 거야? - P92

맹세하지. 잘 생각해 봤어. 우린 백년전쟁의 서막에 있는 거야. 마지막 세계 대전의 서막에 말이야. 네게 말하는 거야, 사우다, 우리 세대가 "흥미로운" 세대라는 걸, 내가 말하려는 걸 네가 이해한다면 말이야. 하늘에서 보면, 아주 교훈적일 거야, 야만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해 주려고 우리가 서로 싸우는 걸 보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 흥미로운 거야. 한 세대가 수치심을 품고 있 는 거라고, 확신하지. 정말이야. 선택의 기로에 있는 거야. 만약 이 전쟁이 끝난다면, 그러면 시간도 멈춰 버릴 거야. 세상은 알지 못해, 그렇지만 우리가 이 학살에 대한 해결책을 바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영원히 찾아내지 못하고 말 거야. - P98

책들은, 좋은 거지만, 항상 너무 늦거나, 너무 빨라. 거기엔 우스운 결과가 있지.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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