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 P74

잊힐 권리는 최근에야 알려진 개념이기에 아직은 많은 사람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여기기도 하는데요. 우리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개인의 계정에 올릴 때 다른 이의 초상권을 침해 하거나 누군가의 잊힐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더불어 내가 인터넷에서 쉽게 넘겨보고 또 공유하는 정보가 그런 잊힐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의 것은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P76

‘국제노동기구‘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1919년에 창설되었어요. 이때 합의한 원칙 중 하나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어요. 과거, 찰리 채플린은 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 분노했는데, 현대 사회는 달라졌을까요? 배달 노동자가 음식을 배달하다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면 그것이 과연 ‘손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상품하고 무엇이 다를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편리함에 길들어가는 동안 누군가의 사생 활은 침해받고 있으며, 어떤 노동자는 당연한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요. 눈앞에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궁리하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그저 감탄만 한다면, 과연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을까요?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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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아가는 것과 착하게 살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같을까요? - P57

대한민국의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에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확진자의 동선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도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건 사람들이 이미 디지털 기계의 편의성이 주는 이점에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해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게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이게 과연 바람직한 상황일까요? - P57

빅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은 분명 혁신적이에요. 그렇지만 혁신 기술이 사람들의 생각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고는 볼 수 없어요. 포털 사이트는 조회 수가 많은 기사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려줘요. ‘좋아요‘를 많이 받은 댓글을 ‘베스트 댓글‘이라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노출해주죠. 하지만 그건 다수의 의견‘일 뿐이에요. 다수가 좋아한다고 그 정보가 무조건 옳은 건 아니에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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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장애인은 제도적으로 투표권을 보장받지만 문턱이 있는 기표소와 비장애인 중심의 선거 공보물은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 P19

사생활은 혼자만의 공간이나 가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사생활의 자유란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다른 이에게 알리지 않을 자유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해요.


즉 특정 시간이나 공간에서 보내는 생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의 여러 가지 일이나 경험을 다른 이에게 알리지 않을 자유를 갖는 것이 사생활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예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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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는 외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걸요. 반대로 그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외로워지기도 하고요. - P257

미안해. 정말 미안. 앞으로 안 그럴게.
그러나 열세 살에게 관용이나 이해심은 없었고,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화나 만화영화와 달리 화해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무섭다. 손아귀에 누군가가 잡히면 쥐고 흔들고, 편 가르고 내쫓는 일에 순수하게 재미를 느낀다. - P268

……지영아, 자기가 하는 짓, 떠벌리는 말, 그게 다 질투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어. - P271

나에게는 이렇게 괴로운 일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엔 아무 렇지 않게 되겠지. 내가 한 달간 온 신경을 쏟았던 일이, 정체를 궁금해하고 알지도 못하는 얼굴을 향해 저주한 일이, 나의 불행이 아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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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된 건 이토록 이상하구나 생각하면서 동시에 왜 이렇게 압도적일까. 원망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아름다움과 무서움의 차이가 너무 미세해서 마음이 달라진 건지 여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 P201

사람이 사람을 떠나면서도 몸이 바뀌나. 아마도 그렇겠지. 이 전 몸을 떠나 다른 몸으로 갈아입으면 얼마간은 새로 입은 몸이 낯설고 두렵고 껍데기처럼 느껴지겠지. - P207

세선이 나를 안아주는 건지 밀어내는 건지 의심했다. 따지고 싶으면서도 뭘 따지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나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게 느껴졌다. 그게 가능한 관계도 있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전부 그럴지도 모르겠다. - P224

나는 대체로 유쾌한 사람들을 좋아하네. 어째서일까? 내가 불유쾌한 사람이어서인가? 나에게 없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 걸 까? 하고 자조적으로 물으면 세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너도 모르게 유쾌한 사람이지. 그러고는 웃었다. 내가 그 말을 정말 믿을 수 있도록. - P234

우리는 우리가 숨고 싶을 때 숨을 수 있고 나타나기를 원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할 수 있다. 참 쉽고, 그 쉬운 것이 이토록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 P248

세선은 언제나 내 마음 한쪽 어딘가에 있었고 그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알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운 마음. 꺼내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마음.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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