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각은 이중사고의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진실을 훤히 알면서도 교묘하게 꾸민 거짓말을 하는 것, 상반된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서로 모순되는 줄 알면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믿는 것,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서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도덕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당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잊어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든 잊어버리고 필요한 순간에만 기억에 떠올렸다가 다시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자체에다 똑같은 과정을 적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지극히 미묘하다. 의식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빠지고, 자신이 방금 행한 최면 행위에 대해서까지 의식하지 못하는 격이다. 그래서 ‘이중사고‘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조차 이중사고를 사용해야만 한다. - P53

‘나는 ‘방법‘은 안다. 그러나 ‘이유‘는 모른다.

"그는 전에도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정신병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정신병자는 단지 몇 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때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믿는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엔 과거는 움직일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어쩌면 이렇게 믿는 사람이 윈스턴 혼자뿐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 혼자뿐이라면 그는 진짜 정신병자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 자신이 잘못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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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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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진실을 말하는 외로운 유령이었다. 어쨌거나 완곡하게 진실을 말하는 한, 그 발언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후대의 인간에게 남겨 줄 유산은 말을 들려주는 것보다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리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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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위해? 그는 잠시 일기장에 적힌 날짜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신어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어떻게 미래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다르다면 이 수난의 기록은 무의미한 것이 되리라. - P17

윈스턴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기를 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위해서? 아니면 가상의 시대를 위해선가? 그의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무(無)가 있을 뿐이다. 일기는 재로 변할것이고, 그 자신은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사상경찰만이 그의 일기장을 없애기 전에 한번 읽어 볼 것이다. 자신의 흔적도 사라지고 종이에 끼적거린 익명의 글마저 실물로 존재할 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미래에 호소할 수 있단말인가?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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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매일매일 실수한다는 건 매일매일 세상을 배워 간다는 말과도 같죠. 스스로의 사건들로 꿋꿋이 새로워진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 P185

ADHD 비극의 본질은 과한 착장을 요구하는 사회와 맨몸으로 맞닥뜨린 것일 뿐이라고, 나는 미친 게 아니라 지친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한 건 지능이나 기능보다 위로일지 모르겠어요. 세련된 위로는 내가 계속 나여도 된다는확신을 주잖아요. 세상을 노려보느라 건조해진 눈알에 물기를 핑 돌게 하고요. - P186

나는 이때부터 가망없어진 관계를 회피했다. ‘나를 떠나간 사람의 범주에는 내가 선수 쳐 끊어 버린 인연이 더 많다. 이미 이상함을 감지한 사람에겐 내 의견을 피력할 의지나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구구절절 털어놓은 초라한 진심조차 ‘이상함‘의 증거로만 수렴된다면, 내가 그 실망과 낙담을 견딜 수나 있을지 무서웠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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