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위해? 그는 잠시 일기장에 적힌 날짜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신어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어떻게 미래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다르다면 이 수난의 기록은 무의미한 것이 되리라. - P17

윈스턴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기를 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위해서? 아니면 가상의 시대를 위해선가? 그의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무(無)가 있을 뿐이다. 일기는 재로 변할것이고, 그 자신은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사상경찰만이 그의 일기장을 없애기 전에 한번 읽어 볼 것이다. 자신의 흔적도 사라지고 종이에 끼적거린 익명의 글마저 실물로 존재할 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미래에 호소할 수 있단말인가?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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