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일본 - 일본 귀족문화의 원류
모로 미야 지음, 노만수 옮김 / 일빛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지극히 일본적이다!

일본 사람이 쓴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와는 기본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 사람이 쓴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록 소수이지만 일본 사람들이 쓴 책들을 읽으면서 뭔가 우리와는 다른 일본 사람들의 독특한 시각이라고 느꼈던 것들 가운데 하나가 ‘실용성’이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헤이안 시대의 일본을 다룬 이 책은 다섯 장밖에 되지 않지만, 헤이안 시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부딪힌 것은 이름!

일본식 이름에 생소한 나로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름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행동들이 묘사되는데(더구나 1장은 정치와 인물을 다루고 있어서 기본적인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누구인지 생각해 내지를 못해서 계속 앞장을 들춰 보아야 했다.

이래서야 이 책을 쉽게 읽어나가지 못하겠다는 불안감 같은 것마저 느꼈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가면서 그 불안감은 다시 막연함으로 바뀌었다.

내가 무슨 (장르의) 책을 읽고 있는지가 아득하게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도 굳이 꼭 하나 집어서 말한다면 소설의 ‘설정집’을 읽는 듯한 기분!

시대적 배경, 인물적 배경, 소설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자질구레한 상황들까지도 작가의 손에 의해서 설정되어 있고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

이러한 배경을 충분히 숙지한다면 헤이안 시대의 일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한결 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으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보았던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영화나 소설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집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 시대와 관련된 무언가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초적인 지식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인물, 음식남녀, 신도와 불교, 문자와 문학, 다시 쓰는 겐지 모노가타리 등 다섯 장에 불과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치 잡학 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폭넓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말.

생각보다는 좀 더 지루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의 재미는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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