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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ㅣ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다른 책에서 ‘하워드 진’이라는 이름을 자주 보게 되었지만, 정작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마친 기회가 되어서 관심 있게 보았다.
이 책은 9.11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후에 정치지도자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했고 그들을 보자 나는 또 다시 두려워졌으며 그들의 말에 넌더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앙갚음, 복수, 응징을 떠들어 댔다. 또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들은 지난 20세기의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수백 년에 걸친 앙갚음과 복수와 전쟁, 수백 년에 걸친 테러리즘과 그에 맞선 반 테러리즘,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했던 어리석은 역사로부터 정말 하나도 배운 것이 없었다. … 그래서 지금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고 있고 불가피하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왜냐하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폭격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12, 13)
“미국 정부는 사고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대신 9/11을 제국이 또 한 번 발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사실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침공은 미국이 계속 저지르는 행위 패턴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 미국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민주주의라는 축복을’ 다른 나라와 ‘낙후된 사람’들에게 전해 줄 권리를 신에게서 받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16)
그렇다. 김준형은 그의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었다. 그것이 분명 ‘침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그냥 ‘전쟁’으로 부르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미국의 스타일에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계속되는 전쟁 지상주의자 테디 루스벨트(38), 앵글로 색슨족 옹호자 윈스턴 처칠(49), 음모의 실행자 아서 맥아더(77) 등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연속타를 먹였다. 그나마 위대한(?) 지도자들로 알고 있었던 이들이 내가 알고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아니, 사실 나는 그들의 이름과 외부로 드러난 아주 일반적인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했었을까?
저자는 “결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논한다(9, 14). 하지만 그것은 몽상가의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진다. 책 전체에서 나열되고 있는 거짓들의 행렬(!)은 나를 절망에 밀어 넣는다. 이 책에는 미국의 정부와 언론의 계속되는 거짓말들이 계속해서 나열된다. 대충 적어보았는데도 (34, 52, 53, 59, 66, 69, 77, 80, 84, 96, 97, 120, 135, 151, 180, 248, 267, 278) ⇐ 이 정도나 많다!
아! 하워드 진, 그는 천상 선동가다! 안 그래도 견딜 수 없는 내용들을 주욱 나열하면서도, 거기에 설상가상 멀리서 지켜보던 백인 장교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스페인 국기를 탈취한 흑인 병사에게서 그것을 가로챈 사건(58),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여 체포된 늙은 덕호보리교도를 고문해 죽게 하고 시신에 군복을 입힌 사건(107)을 읽을 때에는 분통이 터지고 속에서 울컥 하고 올라오는 그 생소한 감정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가진 건 두 주먹 밖에 없는데 어디론가 뛰어 나가 강렬하게 항의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고민 중이다. 중학생인 딸에게 이 책을 읽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내 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망설여진다. 하워드 진이, 그가 소개하는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이, 미국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