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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ㅣ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평점 :
이 책은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라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전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무시하고 생각하지 않는, 그리고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려 하는 내용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저자가 계속해서 지적하듯이, 우리는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과 반공 교육에 이미 세뇌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상론(理想論)에 치우쳐 현실을 무시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전쟁과 평화, 군대와 군 입대 거부라는 문제를 논하면서 현실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이 문제는 풀어가기 어려운 난제(難題)이다. 저작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점을 궁금해 하면서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책의 제목과 내용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이 ‘군대와 평화의 관계’에 대한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책의 내용은 주로 병역 거부와 병역 기피에 대한 내용, 그리고 대체복무에 대한 내용들을 채워져 있다. (가끔씩 전적인 평화주의에 입각하여 대체복무를 미흡하게 여기는 발언도 나온다. 138p) 소제로 ‘병역 거부자 이야기’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책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보다는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 붙여진 느낌이다. ‘군대가 없으면’보다 ‘군대에 가지 않으면’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듯…
책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것에 비해 책의 편성이 다양해서 읽어가기가 쉬웠다. 각 장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Peace & People 난도 좋았다. 특히, 헬렌 캘러의 이야기와 토머스 홉스의 이야기는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기대하고 생각했던 만큼 흡족한 결론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에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번쯤은 읽으면서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 된다.
*****(읽으며 메모한 것들, 괄호 안의 숫자는 페이지)*****
1.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착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을 무조건 쫓아내고 벌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까? 나와 생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공동체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 올바를까? 친구나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쓰는 것이 진정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으킨 전쟁이 혹시 그들을 더 심한 고통으로 밀어 넣는 건 아닐까?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항상 좋은 방법일까? 더구나 신념 때문에 무기를 들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전체를 위해서 무기를 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행위가 아닐까?(14) - 바른 지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논지가 사형반대론자들의 주장과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2. 일본의 정치학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사라진 뒤에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예전이라면 ‘침략’이라고 불렸을 군사 작전이 ‘인도적 개입’으로 불리고 있다며 개탄했다.(16) - 이 책의 논지는 많은 부분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나, 같은 라면 교양 시리즈 1권인 김준형의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과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3. 국제분쟁 전문가 김재명은 “전쟁의 첫 희생자는 언제나 ‘진실’”이라고 얘기한다. 전쟁은 평화나 민주주의, 자유 등 여러 가지 대의명분을 갖고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약자와 소수자를 짓밟고 강자의 배만 불린다. 그런 점에서 고대 로마의 사상가이자 정치가 키케로는 “가장 정당한 전쟁보다 부당한 평화가 훨씬 낫다”고 했다(17)
4. 의무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군대는 성인 남자들, 그것도 신체 건강한 남자들에게만 궁방의 의무를 지운다. 만일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면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다른 형태로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규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에서 많은 이득을 얻는 사회의 지도층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데도 국방의 의무가 모든 이의 의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가 아닐까?(23) - ‘모든’ 국민의 의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참 말 잘한다!’ ‘올바른 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등한 의무라는 것…
5. 군대에 가지 않는다고 나라나 공동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제 국방의 의무는 공적인 일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유독 궁방의 의무에만 신성함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51) - 병역 거부와 관련된 저자의 일차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합리적으로 보인다.
6. 군대가 없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이 함부로 침략하거나 식민지로 만들지는 못한다.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 오히려 그 나라를 침략할 마땅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95) - ‘평화’에 대한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은 아닐까? 중립을 지킨다는 것만으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군대가 없어도 평화가 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군대를 없애고 중립을 지킨다고 해서 평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 쪽의 논리를 지나치게 밀고 나가면 다른 쪽을 놓치기 쉽다.
7.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 평화롭지 않다면 그것은 평화일 수 없다.(98) - 이 면에서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소개하는 톨스토이의 사상(159pp)을 잇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폭력주의. 물론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 수 있을까?
8.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상비군이 생기고 군대의 규모가 커지자 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잦아졌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게 됐기 때문이다.(108) - 저자의 지적처럼 이것은 ‘악순환’이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겠냐는 점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먼저 총을 내리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까? 저자가 책의 뒷부분에서 소개한 함석한 선생의 말처럼, 이것은 물리적인 총의 문제가 아니라 ‘혼’의 문제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실질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에게는 저자가 좀 미흡하게 여기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복무(대만의 경우가 매혹적이다!)가 보다 더 실질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9. 아마 소로(Thoreau)는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개인이 왜 국가에 복종해야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리고 집단이 더 중요하다면 국가보다 더 큰 단위인 인류를 위해 국가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다.(112) -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10. 한 사회의 의견은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할 때에만 발전할 수 있었다.…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양심과 신념을 짓밟으면 안 되고, 전체의 이익을 우해서라도 소수의 주장은 존중되어야 한다.(118)
11. 평화는 그냥 주어지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을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134)
13. "살아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