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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평점 :
“끝난 거 아니었나요? 아직도 하고 있어요?”(6P)로 시작되는 여는 말처럼 나 역시도 이미 끝나버린 줄로 알고 있었다. 워낙 경제 쪽에는 관심이 적었던 터라 ‘비정규직’이라든가 ‘홈에버, 뉴코아’ 같은 이야기들을 스쳐 지나가듯 들어보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사실은 그런 내용들보다는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이 더 나의 관심을 끌었다. E랜드 계열 회사가 이런 것들이라며 나열해 놓은 회사 로고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어도 50개는 훌쩍 넘는 것으로 보였다. ‘E랜드 계열사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하는 놀라움, 그리고 그것과 함께 수년 전에 읽었던 [이랜드 사람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남동희 기자가 썼고 E랜드 초기에 쓰인 책인데,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흥미롭게 읽었었다. E랜드가 어떻게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외부인의 눈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적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E랜드 쪽에서의 요청으로 출간이 금지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그 책을 읽으면서 E랜드에 대한 호감을 느꼈었다. 투명하게 경영하려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기존의 관심이 기억 어딘가 묻혀 있다가,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어? E랜드에 대한 책이네?’ 하는 반가움(이전의 호의적인 인상에서 나온…), 그러면서도 이전에 알던 것과는 달리 숫자를 세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많은 계열사 로고를 보며 느낀 당혹감,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타깃이 되었다는 씁쓸함…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몇 페이지를 읽어가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비인격적인 대우가 마음 아팠다. 또 내가 호의를 가지고 보고 있던 기업이 어느 사이 이런 ‘시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악덕 기업’과 아무런 다를 바 없는 기업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내가 그리스도인이기에 기독교 기업인 E랜드가 이런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어가면서도 그러한 아픔과 안타까움만이 아니라, 다른 한 편으로는 ‘이건 한 편의 이야기만을 기록한 거니까, 상대편의 이야기도 들어보아야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 ‘E랜드만 그런 것은 아닐 텐데…'(실제로 이 책의 몇몇 곳들에서는 이것이 E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7, 98, 172, 177, 252pp) 하는 두둔하고픈 생각들도 들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내용들을 보면서 ‘두둔’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러한 사실들이 분명히 있었다면, E랜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업이 기업 자신만을 살찌우고자 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며, 기업이 직원들을 기업을 살찌우기 위한 ‘비인격적인 도구’로 취급한다면 그 또한 질타 받아야만 하는 부분이다. 기독교 기업이기에 더더욱 E랜드의 모토처럼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우했어야 마땅하다. ‘법대로’ 했다고 하는 변명은 쓸데없고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다. 이 부분에서 [죽음의 밥상]에 등장했던 화이트 독(247p 이하)과 홀 푸드 마켓(257p 이하)이 떠올랐다. 이들 기업은 얼마나 양심적으로, 그리고 참으로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우하고 있는가!
비정규직에 대한 ‘투쟁’은 E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이들의(사실 그것은 우리들의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 ‘소박한 꿈’을 응원해 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워낙 어쩌다 한 번 가는 마트이지만, 그곳 직원들은 이전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들을 보는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책의 구성은 잘 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인터뷰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현장감은 있지만 전체적인 이해를 갖도록 돕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4부)의 몇 꼭지 글들이 전체적인 이해를 도와주고 있어서 책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