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 미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가치 있는 가정들 라면 교양 1
김준형 지음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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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부터 도발적(?)이다! 게임의 규칙을 누가 정하느냐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이런 ‘뒤집어 보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방식이다.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미국… 책을 읽어가면서 미국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들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사실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하게 ‘우리나라를 많이 도와준 나라’ 정도로… 그런데 어느 사이에 미국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환경 문제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오존층 파괴를 줄이기 위한 세게 환경 회의에서 보인 미국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프레온 가스를 많이 사용해서 자신들이 사용한 프레온 가스 때문에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게 해놓고서는,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프레온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리곤 개도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게 환경을 이유로 프레온 가스 사용을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프레온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이전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했다. 지극히, 지독히 이기적인 미국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내게는 미국이 곱게 보이질 않았다.

 

이 책의 곳곳에서 ‘미운 짓’을 하는 미국의 모습이 발견된다. 사실 ‘정치’ 쪽에는 상당한 ‘무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읽으며 메모한 것들, 괄호 안의 숫자는 페이지)*****

 

1. 왜 바람은 하필 해가 제안한 내기에 그대로 응했을까? 외투 벗기기 내기는 바람에게 처음부터 불리했는데… 반대로 외투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외투 입히기 내기를 했더라면? … “누가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는가?”(8-9)

 

2. 파이 하나를 둘이 나눠 먹을 때 가장 공평한 방법은, 한 사람이 파이를 자르고 나머지 사람이 어떤 파이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는 파이를 자르는 사람이 선택까지도 먼저 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12) - 저자는 친근한 말투(옆에서 이야기하듯)로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좋은 방식!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3. 유럽인드른 몽골의 또 다른 이름인 ‘타타르’가 지옥을 뜻하는 ‘타르타르’와 비슷했기 때문에 몽골의 침략을 사탄의 저주, 혹은 유럽의 타락에 대한 신의 경고로 여겼다.(21) - 흠!…

 

4. 역사가들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두고 ‘아메리카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이 역사적 사건이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18세기 시민사회를 불러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25)

 

5. 국제연합의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미국은 강대국들에게 엘리트의 지위, 즉 거부권을 부여했습니다. 국제연합의 거부권이란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유엔이 아무런 결의도 못 하게 되는 제도인데, 이는 다른 국가가 거부권을 사용할 권리를 준 것이라기보다, 미국이 반대하는 일은 아무리 정당성 있는 국제기구라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가 더 컸습니다. 이는 미국이 국제연합에게 보조적인 역할만을 기대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46) -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너무 순진하게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6. 그런데 홉스는 왜 하필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성경에 나오는 괴수에 비유했을까요? 바로 국가 자체가 다른 어떤 적보다 더 위험한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57) - 계속해서 새롭게 배운다. 여기에도 이런 뜻이!

 

7. 사실 미국만 딱히 위선적인 나라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역사 속 모든 패권들이 세계를 이끌 자격이 있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념을 개발하고 또 사용해 왔으니까요.(63) -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주로 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선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 과거의 패권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행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까?

 

8.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워 식민지 문제를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이 서구 열강의 반대에 부딪히자 민족자결주의의 적용 범위를 패전국의 식민지로 국한했다. 즉 승전국은 식민지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고, 힘을 잃은 패전국만 식민지를 독립시키도록 한 것이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은, 미국이 고귀한 이상을 가지고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했다기보다는 식민지 상태의 민족들이 나라를 되찾도록 한 다음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라고 본다.(75) - 이기적인 국가! 미국만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는 객관적이기 힘들다. ‘우리 편이 좋은 편’이라는 것이 더 솔직할 것이다. 대학시절 읽었던 책(박영선 목사의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고 싸우지만 사실 결국에는 우리는 쌀밥 먹고 너희는 보리밥 먹으라는 말이다”라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책 제목도 떠오른다. 개인은 도덕적일지라도 사회/집단이 되면 너끈히 비도덕적일 수 있다고… 그럼 ‘집단’은 다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9. 미국은 과거 식민지 시절 고난과 핍박을 가장 많이 받았던 민중이 아닌, 제국주의에 협력하며 호의호식했던 사람들을 요직에 앉혔습니다. 이들 배신자들은 자신들에게 큰 약점이 있으므로 새 주인인 미국에 충성을 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지요. 미국도 이런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친미정부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한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그리고 중남미의 많은 국가에서 그런 식으로 미국의 지원 아래 구질서의 엘리트들이 옛 영광을 재현했습니다. 민족 배신자들의 부활을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운 셈이지요.(83) - 슬픈 과거… 마음이 아프다…

 

10. 배우자에 대해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화를 참고 사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101) -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든 예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인 것과 무관하게 가정과 부부의 문제에 대한 좋은 지적이기도 하고…

 

11. 역사가인 타키투스는 로마가 군사력으로 폐허를 만들어 놓고 멋대로 평화라고 불렀다며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도 로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135) - 타키투스가 그런 말도 했구나! Pax-Romana… 그것은 성경이 말하는 ‘샬롬’과는 결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12. 2002년 영국의 한 TV가 인기리에 방영했던 프로그램은 로마제국을 분석함으로써 로마와 미국의 놀랄만한 유사점을 보여주었습니다.(135) - 이어지는 설명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정말 미국은 로마를 많이 닮았다. 그리고 절대 권력의 절대 부패라는 이야기가 미국에도 적용되리라는 생각…

 

13. 역사 속 제국 가운데 미국과 로마를 가장 비슷한 패권으로 비교하는 것은 분명 흥미롭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과연 로마의 힘이 오늘날 미국의 지배력에 견줄 수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듭니다. 규모에 있어서도 미국이 훨씬 더 세계적인 패권인 것은 물론이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로마의 지배 양식은 미국처럼 치밀하지 못했습니다.(137) - 글쎄… 현대의 기준으로 놓고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로마 당시의 기준으로 본다면 둘을 비교하는 것인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이는데…

 

14.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취임하면서부터, 21세기에도 확실하게 미국의 시대로 만들겠다며 ‘거침없이 하이 킥’을 날렸습니다.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일어난 9.11 테러는 이런 부시의 계획에 확실한 추진력을 제공해 주었지요. 강경 일변도의 공격적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부시는 세계 전체를 직접 관리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은 이제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국제협력의 움직임은 완전히 무시되었습니다. 유엔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협약과 지뢰금지조약, 생물학 및 독극물 무기 금지조약 같은 국제협정들을 미국은 모두 거부했습니다.(143) - 오만한 미국!

 

15.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군사주의가 화려한 규모나 겉모습만큼 실제로 그리 가공할 만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3억 인구의 나라가 1-2만에 불과한 이라크 반란군과 싸우기 위해 약 13만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도 5년 넘게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명성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144)

 

16. 미국은 군사 및 경제적 패권을 기반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금융의 규칙을 만들 수 있기에 웬만한 위험은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기는 합니다. 위험이 발생하면 이자율을 조정한다든지 채권을 발행하여 손해를 다른 국가에게 전가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달러가 세계 통화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그렇게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꿈쩍도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147)

 

17. 사무엘 헌팅턴은 그의 저서에서 문명 간 충돌로 인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세계가 문명의 공통점을 찾고,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우 통찰력 있는 견해이지만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 그는 대립과 갈등을 주로 종교적 가치에 의한 것으로 봤으나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은 명확한 경제적 이익, 국가 간의 힘의 경쟁에 관련되어 있다. 이는 문제의 핵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초월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그의 이론은 상당히 문화우월론적인 입장에서 서구 세계에 이슬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편파성이 있다.(150)

 

18.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와 달리 민간인 사상자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에서 군인 대비 민간이 사상자가 반반을 기록한 뒤 계속 높아져서 지금은 민간인 사상자 비율이 전체 사상자의 90퍼센트를 넘는다고 합니다. 왜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전쟁만은 피해야 하는지, 여기에서 그 이유가 분명해집니다.(152)

 

19.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처럼 당사자끼리의 다툼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경우에는 명백한 미국의 침공이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고 부를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식 해석일 뿐이며, 미국이 주장하는 ‘정당한 전쟁’을 침공이라 부르기 싫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대체 우리의 사고는 얼마나 많이 ‘아메리카’ 스타일로 물들어 있는가?(156)

 

20. 전쟁의 책임을 물어 독일을 분단시켰다면, 당연히 아시아에서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분단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일본을 기필코 자기 세력으로 만들겠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했던 것입니다.(170) - 나름대로 역사에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점들을 보면서 나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허탕’이요, 내가 그렇게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던 역사에 대한 ‘기억상실증’을 나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1. 오죽하면 당시 [뉴욕 타임스]지가 사설에서 “우리가 쓰레기 같은 침략자 일본은 우방처럼, 그들에게 수십 년간 피해를 입었던 한국인들은 적처럼 대하고 있다”라고 비난했을까요?(172) -ㅠㅠ;; 가슴 아픈 현실, 약소 국가의 슬픔…

 

22. 찰스 틸리는 1985년에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의 주요 논지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조직범죄, 즉 조폭들의 행태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다소 도발적인 틸리의 주장은 특히 한반도에서 잘 들어맞습니다.(180)

 

23. 세상은 변했습니다. 이제 맹목적으로 미국의 정책을 편들고 부화뇌동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할 때입니다. 워낙 오랜 기간 미국에 의지해 온 관성이 있어 홀로서기가 어색하고 불안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일이지요. 9.11 테러 이후 반복되는 미국의 무리수가 오히려 한국에게는 전환의 계기를 제공한 셈입니다. 물론 미국을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요. 하지만 냉전적 군사동맹의 덫으로부터 하루빨리 빠져나와야 할 것입니다.(204) - 저자의 결론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보았던 ‘한반도’ 영화의 한 장면, 마지막에 총리가 사퇴하면서 ‘친일’의 필요성을 강한 확신을 가지고 피력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일본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고… 우리는 이미 중독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끊기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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