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이다. 방대하고 폭이 넓기도 하지만 저자들이 공정한 태도를 취하려는 모습이 돋보이기도 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책이다. 모두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기본적인 구성은 간단하다. 먼저 세 가족을 소개한다.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의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 ‘양심적인 잡식주의자’인 메서렉-모타벨리 가족, 그리고 ‘완전 채식주의자들’인 조앤과 조 파브 가족이다. 각 가족과의 만남과 식사, 먹거리에 대한 그들의 생각에 대한 대화, 그리고 장보기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선택한 음식과 상표, 회사 그리고 그와 관련된 폭 넓은 내용들을 소개한다. 책만 뒤적거려서 만든 내용이 아니라 실제 발로 뛰면서 알아낸 사실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이 그러리라는 생각을 하는데,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쪽에 속하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베건이나 프리건 같은 개념은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깊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자가 후기에서 밝히듯이 나 역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적 부담에도, 아직 육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2. 새로운 생각과 시각이다! 이전에 틱 낫한의 [화]에서 공포(?) 가운데 도살된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이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내용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더 나가 음식에 대한 ‘윤리’를 논한다. 먹을거리의 윤리라는 주제에 이르러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는, 어렸을 때 명절이면 TV에서 방송해주던 ‘진기명기’ 프로그램이다. 기네스 북 같은 세계 신기록에 이름을 올리려고 별 희한한 기록을 세우려는 사람들의 시도들을 방영해 주었던 프로그램. 어렸을 때는 마냥 신기하다는 생각만으로 보았지만 조금 나이가 먹으면서는 그들을 향해 ‘배가 부르구나’라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먹고 살기에 바빠서 생각조차 하지 못할 ‘쓸데없는 짓’들을 저렇게 열심히 하다니…”라는 거리감과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처음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사람에게 ‘닭장에서 기른 닭의 달걀’인지 ‘풀어 놓고 기른 닭의 달걀’인지를 따지는 것은 그저 ‘배부른 소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고 절대 빈곤 상태에서 아무 것이나 주워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이 자주 지적하듯이 미국보다는 영국이나 유럽이 이 문제에 대해 더 빠르게 대처했고 더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해감에 따라 사람의 인권(인종 차별, 성 차별 등)에서 동물의 권리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짐승들, 심지어는 물고기까지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 근거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마음이 끌렸다. 사실 ‘공장식 농업’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거기 나오는 소 돼지 닭들이 왠지 짐승처럼 여겨지지 않았던 것은 나만의 감상적인 반응인 걸까?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생태계와 동물들을 위해서(?)도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덜 가혹하게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나은 삶의 수준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3. 이 책의 기본적인 전제와 주제는 ‘먹을거리의 윤리’(116p)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책 전반부에 걸쳐서 ‘공장식 농업/어업’과 그 부산물들에 대해 비판한다. 그것들을 먹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겉보기로는 사소한 문제”가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고, “환경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동물의 고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지금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환경 피해, 즉 삼림 소멸, 표토 소실, 청정수 부족,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사회적 부정의, 공동체 파괴와 새로운 전염병 창궐 등의 저변에 있음이 뚜렷해졌다”(338p).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340p)을 고려한다면, 공장식 농업은 더 이상 가축을 기르는 ‘농장’이 아니라 단지 고기를 생산해내는 ‘공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짐 모타벨리가 “사람들은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 합니다. 환경에 이로운 쪽으로 선택하고 싶어 하죠. 그러나 그 대신 뭔가를 희생할 의사는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싼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거죠.”(130p)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사람들이(사실은 나 자신부터도!) 이 일을 위하여 희생하고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나라에서 수백 차례의 실험을 실시한 결과 사람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거부함으로써 얼마간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239p)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저 실험의 결과일 뿐 실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실제 상황 속에서 이 문제와 부딪혀 가는 화이트독의 주디 윅스 이야기(247p 이하)와 홀푸드마켓의 존 매키 이야기(257p 이하)가 훨씬 고무적이고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여러 견해들이 제시되고, 저자들은 ‘베건’(완전 채식주의자)으로 결론을 이끌어가기는 하지만, 내 경우는 매튜 스컬리가 제시한 “비록 신이 우리에게 동물에 대한 ‘지배권’을 내리셨으나 우리는 그 지배권을 ‘자비롭게’ 행사해야 한다”(341p)는 견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책의 끝 부분에서 제시되는 5가지 윤리적 지침(379p)은 그러한 ‘자비’의 원리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포괄적인 지침으로 여겨져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저자들도 ‘베건’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먹을거리는 윤리 문제이다. 하지만 광신은 필요 없다”(394p))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이것이 저자들의 결론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