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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모아 두었던 베르베르의 책 가운데 제일 먼저 읽기 시작했다가, 이것이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후속작임을 알게 되고, 그 이전에 [타나토노트]가 먼저 씌어진 것을 알면서 뒤로 밀러 놓았던 책이다. 베르베르의 책 가운데 [개미]에 이어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2. “모든 기계에 저마다의 사용법이 있듯이, 사람을 움직일 때도 그 사람에게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요는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주된 지렛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71p).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3. 신경의 영토 정복에 대한 언급(139, 284p)은 기본적으로 [타나토노트]의 설정과 흡사하게 보인다. 거기에서 작가는 죽음의 세게 탐험을 신대륙 탐험과 비교했는데, 여기에서는 그 대상을 ‘뇌’로 바꾸었다. ‘탐험 이야기’(개미, 저세상, 과거, 뇌)는 베르베르의 기본 모티프인 듯 보인다.
4. “온 인류가 역사를 자꾸 망각해 가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가다간 머지않아 제1차 세계 대전이 존재했는가의 여부를 놓고 거수로 표결을 하는 사태가 벌어질 거예요.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내용을 바탕으로 모든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몰라요.”(195p) 지나쳐 보이지만 매우 날카로운 풍자이다! ‘인류의 기억력’에서 시작하여 ‘역사의 철저한 주관화’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나친 ‘주관화’는 위험하다! 적당한 ‘객관성’은 필요하다!
5. “그렇게 두 주가 지나고 나자, 마르탱은 자기 머릿속에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그 물건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 결론지어지는, 그 앞에 나오는 마르탱의 TV 분석(199p)은 TV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TV는 유용하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한 물건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이 교육되어야 한다.
6.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선입관의 체계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현실에 대해 미리부터 가지고 있는 어떤 생각들을 계속 유지하면서 현실을 그 생각들에 꿰어 맞추려고 해요.”(240p)로 시작되는 ‘선입관의 감옥’ 혹은 ‘선입관의 우상’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통찰력 있다. 획일화 된 사고를 주입하는 사회와 교육... 그래서 더더욱 ‘창의력’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눈, 선입견을 떨쳐버릴 수 있는 사고의 힘!...
7. “일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어려워지는 거예요.”(253p)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다. [뇌]는 분명 [개미]와는 차별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우 흡사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생각과 발상...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혁신’! ‘탐험’과 함께 ‘사회 개조/혁신’은 베르베르 작품의 기본적인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8. 식물들의 앙갚음에 대한 지적(256p)은 전혀 뜻밖이다! 베르베르의 통찰력의 빛을 발하는 부분!
9. 광기를 창조적 에너지로 보는 시각(259p)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역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10. 컴퓨터가 생명체처럼 자라고 싶어 한다는 발상(295p)은 많은 SF 소설과 영화에 등장한 진부한 내용이면서도, 베르베르 특유의 신선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SF적인 요소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이기도 하다.
11. 암시와 관련된 이야기들 가운데 재미있었던 것들 몇 가지. 우유(92p)와 보크(177p).
12. 몇 가지 인용구
“우리는 사람들의 생각 중에서 단지 그들이 표현하는 것만을 알 뿐이다.”(53p)
“남들이 우리를 비판할 때, 그들은 우리의 강점이 될 수도 있는 어떤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146p)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이것저것 알아보는 게 첫째고, 요모조모 따져 보는 게 둘째며, 행동하는 게 셋째다.”(2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