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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후루타 덴의 신작 <사건은 끝났다>를 읽었다.
후루타 덴은 집필과 플롯을 맡은 두 명의 여성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앨러리 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 <거짓의 봄> <아침과 저녁의 범죄> 등의 대표작이 있고 대부분 허를 찌르는 전개와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다.
<사건은 끝났다>라는 이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지하철에서의 참극 이후 피해자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범인의 칼부림으로 옆자리 임산부는 팔이 베이고, 그걸 막던 노인은 결국 죽게 된다.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혼비백산 흩어진다.
나중에 승무원과 승객 몇 명이 달려들어 범인을 잡게 되고 사건은 그렇게 1명의 사상자를 낸채 종료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범인과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끝이 아니었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고 있던 한 대학생이 그 사건을 전부 촬영했고, 유튜브에 올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다.
범인은 잡혔지만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의 고통과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고통의 원인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을 조명한 이야기의 설정은,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고통이 오롯이 피해자들만의 것임을 강조한다.
사건의 주범인 가해자는 쏙 빠진 채 피해자들만이 온통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사건은 그들의 일상에서 계속 되풀이 된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착한 사람만 늘 고통을 당한다는 말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자기를 구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노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임산부는 그 노인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범인 바로 옆자리 였는데도 혼자 도망친 청년은 전 국민에게 질타를 받게 되고 결국 직장까지 잃고 집안에 갇힌다. 같은 칸에 있던 고등학생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며 테니스 선수를 그만둘 위기에 처한다. 호스트로 일하던 남자는 어떤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임산부를 구하다가 죽임을 당한 노인의 이야기 등.
그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에게는 전부 자기만의 사연이 있었다. 범인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도망쳤던 청년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 설사 아무 사정도 없는 그냥 겁쟁이일뿐이라 해도 우리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그 사건 현장에 있었다면 아마 나도 그럴테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자기가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다면 쉽게 말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짤막한 뉴스를 통해 접한 어떤 사건의 구체적인 진상을 과연 일반 시민들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까.
뉴스 등을 보면서 남의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비난하게 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혀를 놀린 그 결과는 절대 가볍지 않다.
범죄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사건이 끝난 뒤 일상에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여섯 개의 단편처럼 그렸고 이야기들은 모두 이어진다.
초자연적인 요소들도 등장하지만 각각의 결말에 느껴지는 감정은 묵직한 감동과 힐링인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재미와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소설이라 추천하고 싶다. 후루타 덴의 다른 소설도 바로 읽어보고 싶고 기억해 둘 작가가 한 명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