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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세계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이명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평점 :
{황금가지 출판사 도서 제공}
황금가지에서 나온 브릿G 단편 프로젝트 <당신이 보는 세계> 입니다. 단편 소설집이고 수록된 9편 모두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들 입니다. 소설들 장르는 SF, 공포, 판타지, 일상 등 다양한 장르들이네요.
브릿G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장르 소설 온라인 플랫폼인데, 단편들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저도 몇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 브릿G에서 진행하는 문학상 중 하나가 황금드래곤 문학상 입니다. 벌써 7회 진행중 이네요.
발단 부분 간단 요약 (스포 없음)
1. 당신이 보는 세계 - 이명희
사람들의 뇌에 칩을 심어 브레인 네트워크를 통해 대화하는 미래 시대. 그러나 뜬금없게도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괴담이 유행한다. 일명 전단지 괴담. 주인공 설란은 룸메이트 시서의 실종과 이 괴담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느낀다.
2. 탐정 김희영희 - 배예람
2년간 집에서 칩거하며 탐정 만화를 그리던 김희영은 어느 날 큰 위기에 처한다. 자기 집에서 반상회가 열리게 된 것! 반상회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김희영 앞에 난데없이 자신의 만화 주인공인 탐정 김영희가 나타난다.
3. 신규 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 - 담장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실패한 뒤, 트위터는 급속도로 쇠락해 사용자들이 거의 사라진다. 아무도 없는 트위터에서 혼자 중얼대는 게 낙이었던 '이목탁'은 어느 날 자신의 비공개 계정에 멘션을 단 '파록소'라는 인물과 조우한다.
4. 눈의 셀키 - 이아람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한 마을에 마녀라 불리며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던 노파가 있다. 얼어붙은 언덕 위의 집에서 마을 사람들을 피해 혼자 지내던 마녀는 어느 날 물개의 모습을 한 바다 정령을 구해주게 된다.
5. 명랑한 함진아비 - 정비정
요양원에서 지내는 아버지 앞에서 중년 딸은 어릴 때를 회상한다. 화축동이라는 동네로 이사갔을 당시 친해졌던 친구 은이. 그리고 그 친구가 들려준 괴담들. 괴담이라고만 생각했던 함진아비가 실제 눈앞에 나타났던 일을 떠올린다.
6. 외자혈손전 - 리리브
조선 후기 한 고을에 산짐승, 들짐승 할 것없이 잡아다가 얻은 고기를 곳간에 잔뜩 쟁여둔 놀부같은 양반집 대감이 있었다. 그 양반의 딸인 무명에게 어느 날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7. 나의 첫 장례식 - 박꼼삐
갑작스런 누나의 죽음에 주인공은 누나의 짐을 정리한 뒤 장례식을 치른다. 방에 남아 있던 카메라를 들고 누나가 찍은 사진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주인공. 우연히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게 되고 배 안에서 한 여자와 마주친다.
8. 모란이 피기까지는 - 한켠
정복전쟁을 벌이던 고나라에 끝까지 투쟁하며 버티던 현나라는 전쟁에 패배한다. 현나라의 세자는 화친혼을 명분으로 고나라의 후궁이 되어 이름만 남은 현나라의 명맥을 유지시킨다.
9. 세 번째 도약 - 달리
1999년 연화 고등학교에는 '외계지성체와의 지적 소통을 위한 탐사경로 개척반' 이라는 동아리가 있었다. 창단 멤버 김은조, 서혜민, 윤사라의 동아리 설립 목적은 새로운 차원으로 통하는 '관문'을 만들고 그 곳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떠나기 위한 것. 9월 9일 도약의 날, 그들은 새로운 차원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들의 비밀을 밝히는 누군가의 메세지.
{기억에 남는 문장}
"이 사람들의 눈에는 아직 다른 진실이 보이지 않는 걸까, 보고도 외면하고 있는 걸까.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다른 판단을 내릴 기회를 잃어버리고 살았을까."
"설란은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도 시서에게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기회'가 주어져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이명희, 당신이 보는 세계 중.
"내가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요. 인간인 당신이 보기에 우리는 작위적인 존재로 보이겠죠. 학습된 알고리즘, 입력된 매뉴얼…….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당신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 담장, 신규 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 중.
"눈앞에 여전히 열려있는 문 안에는 김희영의 스위트 홈이 펼쳐져 있다. 쓰레기로 가득하지만 평화롭고 고요한 그곳. 평생 이렇게 살다가 택배 박스를 무덤 삼아 죽어도 되는 곳. 그래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곳. 영희의 손가락이 천천히 문에 닿았다. 어디선가 적절한 바람이 불어 영희가 문을 미는 것을 도왔다. 김희영의 안락한 감옥은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 배예람, 탐정 김희영희 중.
"그래서 그냥 남보다 절반만 웃고, 슬퍼도 남보다 절반만 슬프고. 마음껏 누리는 것이 없었어. 나도 모르게 팔린 내 팔자를 서러워하는 것도 관뒀지." - 정비정, 명랑한 함진아비 중.
"아주 잠시간, 그 열기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심장 언저리가 차갑게 얼어붙는 순간이 있었다. 무명의 눈동자에 불길의 희뿌연 아지랑이가 아른거렸다. 무명은 고개를 돌렸다. 타들어 가는 종이가 내지르는 미약한 비명이 주변을 감쌌다." - 리리브, 외자혈손전 중.
"어쩌면 그곳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를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다수와 소수를 식별하는 피상적인 이분법을 넘어, 한 존재의 본질을 이루는 가장 진하고 내밀한 영혼을 응시하는 우주가 저 어딘가에 펼쳐져 있지 않을까요"
"당신이 나와 같은 이방인을 위해 작은 문 하나를 열어줄 수 있다면, 전 주저 없이 그 문턱을 넘어갈 것입니다. 단단한 철제방벽이나 최첨단 보안 설비로도 결코 막을 수 없는 문을 당신의 마음으로 열어주세요." - 달리, 세번째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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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재밌었지만 그 중에 특히 이명희, 배예람, 담장 작가의 단편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현대물만 고름)
이명희, 담장 작가의 단편은 변화한 미래 상황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라 좋았습니다. 챗GPT와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미래라기보다 이미 일어사고 있다고 볼 수 있네요. 일론 머스크가 머스크 향수 사업에 뛰어들었대서 빵 터짐.ㅎ
배예람 작가의 <탐정 김희영희>도 맘에 들었는데요. 굉장히 귀여운 단편입니다. 주인공 김희영에게 점점 감정이입 되고, 특히 김희영과 김영희의 케미가 참 좋아요. 둘 다 매우 귀엽습니다.
제목만 봐도 왠지 웃음이 나오는 정비정 작가의 <명랑한 함진아비>는 그러나 전혀 명랑하지 않은 섬뜩함을 줍니다. 여운을 주는 마무리가 더 섬뜩함을 줘서 해서 마음에 드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
특히 달리 작가의 <세번째 도약>은 여러가지로 맘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SF 장르를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구인들 서로간의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단편입니다.
단편집 한 권에 여러가지 장르가 들어있어서 굉장히 다양함을 느낄 수 있었고 여러 작가의 스타일을 한 권으로 맛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