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5.가을호 - 87호
서미애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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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특징은 일단, 미스터리 신인상 선정작이 없었다. 항상 받으면 제일 먼저 관심이 가는 게 신인상 당선작인데 이번호에는 선정작이 없어서 아쉬웠다.

심사평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존 트루비의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직장이나 친구에게 매일 뭔가를 이야기하듯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야기에 관련된 업을 삼거나,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난관에 부딪친다는 것' 그리고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한 이해와 그걸 실천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응모작들은 문장은 훌륭해도 미스터리로 보기 힘들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갈피를 잡기 힘든 작품들도 있었다고 언급한다.

미스터리 작품으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하고 싶다면 매호 심사평을 꼼꼼히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잡지가 글을 싣는 방향과 어떤 작품을 선정하는지 심사평을 통해 조금 더 확실히 캐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편 소설은 홍정기, 김인영, 서동훈, 무경 작가의 작품들이 각각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인영의 단편을 인상 깊게 읽었다. 잔잔한 문장들도 괜찮았고 묘사가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홍정기의 <인공지능의 살의>도 요즘의 큰 화두라 흥미롭게 읽었다. 범죄를 밝히는 트릭보다도 텔레포트가 가능한 방법이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방법이어서 거기에 더 놀랐다.

AI에 대한 작품들이 오래전부터 많이 있어왔지만, 이제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보니 마냥 허구라는 생각만은 아니어서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 가을호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나비클럽에 대한 기사였다.


이번 서울국제 도서전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게 돼서 아쉬웠는데 기사로나마 나비클럽 부스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미스터리 전문 브랜드로의 도서전 첫 참가이자, 나비클럽의 업을 재정의하는 결실이라는 문구를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참가였던걸로 보인다.

또, 토론토 무비 크라임, 미스터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추리 작가로 데뷔 30년이나 되신 서미애 작가의 글이 실려 있다. 추리 축제, 미스터리 페스티벌에서는 뭘 하는지 궁금하다면 기사를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호러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호러 장르와 공포의 사회학]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탐정 소설, 추리 소설에만 국한된 나비클럽이 아니라 새로운 슬로건처럼 좀 더 인생의 많은 것을 아우르는 미스터리를 보여줄 나비클럽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계간 미스터리의 수많은 수상작들과 소설들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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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 부부는 끝났지만, 부모 역할은 계속된다
글짱 지음 / 담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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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든, 혼자 사는 삶을 택하든

그 이유는 하나 일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결혼은 엄연히 하나의 계약이다.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약을 하고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 결혼 생활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냥 혼자 살아야 한다. 행복 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혼자 살 때랑 똑같이 생활하고 노력도 안 한다면, 이혼밖에 답이 없다고 본다.

가끔 유튜브 보면 댓글을 거의 다 읽는 편인데, 어릴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는 댓글을 많이 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댓글 보면, 성인이 된 지금 부모가 자기 어릴 때 이혼해서 원망스럽다는 댓글은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쉽지 않았을텐데 어린 자기들을 위해서 이혼을 선택해준 부모가 감사하다, 그때 나의 행복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준 엄마한테 고맙다는 글이 많이 봤다.

어릴 때는 아빠, 또는 엄마의 부재가 빈 자리로 느껴지고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부부가 계속 좋지 않는 관계로 평생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쪽의 부재가 백 배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댓글들도 많이 봤다.

그리고 요즘은 이혼하는 부부도 엄청 많고,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도 참 많다.

예전에 비하면 사실 이제 이혼은 별일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냥 만났다가 맞지 않는 사람, 혹은 평생을 같이 못할 사람이라 헤어진 것 뿐.

이 책에서 말하듯이 이혼과 육아는 별개의 개념으로 가져가야 할 일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똑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마음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분들께 이 책이 더없이 좋은 참고서일 거라는 건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 분은 직접 겪었고, 그 긴 과정을 이겨내었고, 작가라는 꿈도 이루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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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한 가족
최이정 지음 / 담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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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의 완벽한 가족>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설이었다.

거의 완벽한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가족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가족의 정의에 대해 떠올려본다. 사전적 의미로는 나와 핏줄을 나눈 사람들, 혹은 모두가 등을 돌릴때도 내 편인 사람들일까?

하지만 가족이 모두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나를 지지해줘야 할 사람들이 때론 남보다 못한 경우도 많을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타인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 역시 때론 살다보면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느껴지고 정이 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람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다.

미혼모로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지원에게는 혈연관계보다 더 가족같은 언니가 있다.

완벽함을 요구했던 진짜 혈연관계인 가족은 지원이 임신이라는 실수를 했을때 그녀를 버렸지만, 지원 곁의 이웃들은 버림받은 그녀를 보듬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은 살면서 누구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지금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심지어 다양한 부모의 형태마저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원의 딸 봄이가 어린이집에서 놀림 받았던 '반쪽짜리 가족'이란 말은 별 의미조차 없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가족이란 혈연 관계가 아니라 실제로 내 편이 되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원과 같은 상황에 놓여 고민 중이거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 주변에도 지원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처럼 그런 따스한 '가족들'이 분명 존재할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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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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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

가끔 책의 맨 뒤부터 먼저 읽을 때가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 어떻게 쓰게 됐을까 궁금할 때 작가의 말부터 보게 되는 것 같다.

담다 출판사의 강소영 작가 신간 에세이 <사랑이라는 시절>도 뒤의 작가의 말부터 펼쳐봤다.

'갑천 씨가 죽었다.' 한 문장을 쓰고 더는 쓸 수 없었습니다. - 라는 말로 맨 뒤의 에필로그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 책 제목에는 긴 부제가 있다.

[나의 아버지를 자랑합니다. 나의 어머니를 애정합니다.]

강소영 저자가 본인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잘생긴 갑천씨와 단정한 혜옥씨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내용의 에세이다.

그런데 프롤로그부터 격한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는 대체 왜 그럴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프롤로그에 나온 말인데 어릴 때 언니와 둘이서 늘 되뇌이던 말이다. 정말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그 시절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비슷한 부모에 비슷한 삶들을 살았구나 새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분은 자라면서 서서히 깨달았다고 한다. 아빠와의 추억은 상실의 슬픔을 통과해 농축된 힘이 있고, 엄마와의 일상은 삶의 이정표와 긍정적 에너지가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어릴때는 저랬던 나는 지금,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풍족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사랑만큼은 부모님으로부터 부족하지 않게 받고 자랐다고 작가 소개에 나와 있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저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축복은 자식이 존경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갑천씨와 혜옥씨는 이미 성공하신 훌륭한 부모이신 듯하다. 모든 사람이 자기 부모를 존경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첫 책은
나를 위해 쓰고 싶었습니다.
나의 첫 책은
그들의 이야기여야 했습니다.


강소영 저자는 24년만에 용기내어 이 책 쓰기를 시작했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한 문장을 쓰고 눈물이 차올라 더는 쓸 수 없었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이 간다.

엄마라는 말을 꺼내려면..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목구멍에 마치 가시가 걸려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나는 엄마 아빠의, 내 부모의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려면 지금부터 몇 년이 걸려야 할까.

나도 엄마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뒤에는 엄마인 혜옥씨가 저자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두 통이 실려 있다.

정말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읽었다.....

눈이 아프거나 잘 안 보이게 되더라도 걱정말라고, 엄마는 많이 살았고 많이 보았으니 괜찮다고. 엄마 눈을 네 눈과 바꾸어 줄게... ㅠㅠ

나는 아직 부모의 입장이 되보진 못했지만 정말 엄마만이,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다음 생에도 꼭!
나의 아빠, 엄마가 되어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다음 생에도 내 부모가 되어달라는 말...

이 책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크게 울었다는 저자는 '비로소 슬픔을 오롯이 마주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오롯이 마주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도 조금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꼭 나도 내 슬픔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부모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라 추천한다. 눈물 콧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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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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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후루타 덴의 신작 <사건은 끝났다>를 읽었다.


후루타 덴은 집필과 플롯을 맡은 두 명의 여성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앨러리 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 <거짓의 봄> <아침과 저녁의 범죄> 등의 대표작이 있고 대부분 허를 찌르는 전개와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다.


<사건은 끝났다>라는 이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지하철에서의 참극 이후 피해자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범인의 칼부림으로 옆자리 임산부는 팔이 베이고, 그걸 막던 노인은 결국 죽게 된다.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혼비백산 흩어진다.


나중에 승무원과 승객 몇 명이 달려들어 범인을 잡게 되고 사건은 그렇게 1명의 사상자를 낸채 종료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범인과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끝이 아니었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고 있던 한 대학생이 그 사건을 전부 촬영했고, 유튜브에 올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다.


범인은 잡혔지만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의 고통과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고통의 원인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을 조명한 이야기의 설정은,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고통이 오롯이 피해자들만의 것임을 강조한다.


사건의 주범인 가해자는 쏙 빠진 채 피해자들만이 온통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사건은 그들의 일상에서 계속 되풀이 된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착한 사람만 늘 고통을 당한다는 말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자기를 구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노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임산부는 그 노인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범인 바로 옆자리 였는데도 혼자 도망친 청년은 전 국민에게 질타를 받게 되고 결국 직장까지 잃고 집안에 갇힌다. 같은 칸에 있던 고등학생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며 테니스 선수를 그만둘 위기에 처한다. 호스트로 일하던 남자는 어떤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임산부를 구하다가 죽임을 당한 노인의 이야기 등.


그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에게는 전부 자기만의 사연이 있었다. 범인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도망쳤던 청년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 설사 아무 사정도 없는 그냥 겁쟁이일뿐이라 해도 우리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그 사건 현장에 있었다면 아마 나도 그럴테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자기가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다면 쉽게 말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짤막한 뉴스를 통해 접한 어떤 사건의 구체적인 진상을 과연 일반 시민들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까. 


뉴스 등을 보면서 남의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비난하게 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혀를 놀린 그 결과는 절대 가볍지 않다.


범죄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사건이 끝난 뒤 일상에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여섯 개의 단편처럼 그렸고 이야기들은 모두 이어진다.


초자연적인 요소들도 등장하지만 각각의 결말에 느껴지는 감정은 묵직한 감동과 힐링인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재미와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소설이라 추천하고 싶다. 후루타 덴의 다른 소설도 바로 읽어보고 싶고 기억해 둘 작가가 한 명 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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