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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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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나의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삭제할 것인가. 우리가 행복한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지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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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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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8월에 출간된 신간, 진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새로운 글로벌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장편소설 공모인 제1회 'New Korean Voice Prize' 수상작으로 예스24 크레마 클럽에서 출간 전 선연재된 작품이다.


저자인 진보라 작가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이 작품이 공모에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기억 관리 시스템 '메모리 케어'로 사람들의 기억이 관리되는 세상]


나의 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분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래에 사람들이 도입한 기억 관리 시스템인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긍정적인 기억만 보존하고 트라우마가 될만한 기억들은 모두 인위적으로 제거해서 사회의 불안정과 불행을 없애는 시스템.


그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가장 중요한 규칙은 바로 '고인이 된 가족들의 기억은 모두 삭제해야 된다는 것'.


처음에는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왜 고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해야만 하지? 모든 가족의 죽음이 반드시 트라우마와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상실감을 줄 것이고,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에 더해 '정서적인 약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수긍이 갔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죽음과 고인에 대한 기억에 더해 특정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행복한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인위적으로 나의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삭제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암울하고 불행했던 기억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아는 상태에서도 과연 행복할까?


더구나 그것이 나의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법 제도에 의한 인위적인 규칙에 의해서라면.



주인공 '봄이' 역시 이런 의문을 품는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반드시 꼭 삭제해야만 할까? 꼭 그래야만 행복한 것일까?


"나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규칙인 고인에 대한 기억 삭제라는 규칙에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고 좋아 보이는 시스템도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비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은 시스템을 만든 도시의 주도권을 가진 자들과 치열하게 대립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과 행복에 대해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은 반드시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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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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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청소년문학 에서 나온 9월 신간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이다.



사실 이 소설의 가제본 책을 신청할 때만 해도 청소년 소설인지는 몰랐다. (상관은 없지만) 그냥 이 소설의 소개에 홀렸던 것 같다.



책을 그렇게 가려서 읽지는 않지만, 소설은 스릴러나 공포 장르, SF 장르를 주로 읽는 편이다.



평소 전혀 읽지 않던 '로맨스'라는 단어를 보고도 책 신청을 하게끔 나를 홀린 이 소설의 설정은 바로 - '인간 7부제'



이 소설의 배경은 하나의 신체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미래, 바로 '인간7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래이다.



식량난과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많은 인간을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몸을 공유하는 방법을 고안한다.



일곱 명씩 '보디메이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는데 일주일 중 단 하루만 몸을 사용할 수 있다.



각자 몸을 사용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고 화요일에 몸을 쓰는 사람들은 '화인', 수요일을 사는 사람은 '수인' 등



다른 사람이 몸을 쓰는 나머지 6일간은 가상 현실 공간인 '낙원'에서 생활한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뇌의 상태로만 존재하며 세계를 가상으로 느끼다가 일주일 중 하루만 실재하는 오프라인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뇌'의 상태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환경부담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들은 자기 몸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자유롭게 살아간다.



참, 현재와 다를게 없는 미래이지 싶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신체가 없이 뇌로만 존재하는 미래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이 소설의 제목을 그냥 <<네가 있는 요일>>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목을 자세히 보니 '네가 있는' 다음에 언더바가 쳐져 있다. <<네가 있는 _요일>>



그러니까 네가 있는 요일이 무슨 요일인지 빠져 있다. 왜 요일이 없을까. 네가 무슨 요일에 있든지 따라가겠다는 뜻일까?



SF적인 설정에만 빠져 있느라 이 소설이 로맨스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는데, 로맨스임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다시 떠올려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몸을 같이 쓰는 '보디메이트'여선 안 된다. 평생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을 테니까. 나와 같은 '요일'을 쓰는 사람이여야 만날 수 있다.



주인공 '현울림'은 보디메이트 '강지나'와 웬수같은 사이이다. 화인인 강지나는 수인인 현울림에게 항상 '거지같은' 상태로 신체를 넘겨준다.



지금 현실에서도 인복은 정말 중요하고 어디에서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데, 현울림은 '보디메이트' 복이 지지리도 없는 것 같았다.



룰을 지키지 않는 보디메이트는 벌점을 때리고, 강지나 같은 사람은 그룹에서 영구 제명시키는 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봤다. ㅎ



가상 세계에서 뇌만 살아간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영화고 소설 등에서 많이 봐왔지만, 몸을 여러 명이 공유한다는 설정은 새롭게 느껴졌다.



박소영 작가의 소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물론 소재도 한몫하지만, 마치 웹툰이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미 6개국에 수출됐고, CJ에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박소영 작가는 웹소설 <<인생 2회차를 샀다>> 를 쓴 경력이 있고, 2016년에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서 창작스토리상을 받았다.


2020년 <<스노볼>>로 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스노볼 2>>도 펴냈다.



뛰어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에 굉장히 강점을 가진 작가분이 아닌가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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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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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몸이 좀 약했다. 어린애인데 뭣 때문인지 항상 머리가 아팠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코피가 났다. 늘 기운이 없었고 체력도 약했다. 학교 체력장 점수는 거의 꼴찌였고, 성적표 '체력발달상황'(이런 비슷한 제목이었지 싶다.)은 가, 나, 다 중 늘 '다'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이런 저질 체력은 그대로였고 거기에 지병 몇 가지가 더 추가됐다. 한의원에 갔더니 맥박이 노인 같다고 했다. 나는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의 에너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베프였던 윤경이는 건강 체질을 타고난 것 같았다.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녀도 지칠 줄 몰랐고 기운이 넘쳤다. 한참 쌩쌩하고 건강할 청소년기이니 당연했다.



윤경이랑 쇼핑이라도 할라치면, 나는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백화점 한 바퀴를 돌려면 몇 번이나 쉬었다 가야 해서 우리는 몇 번이나 벤치에 앉았다가 다시 걷곤 했다.



한 번 더 쉬었다 가자고 했을 때 윤경이가 "또 쉬어?" 하고 놀라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때 윤경이 표정은 그 후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윤경이의 표정은 진심으로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노인의 몸을 체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노인 전용 용품을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노인의 몸 상태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몸에 여러 개의 무거운 추를 달고 인위적으로 목과 허리도 굽게 만든 후 얼마간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실험이 끝나고 그 사람은 놀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결과를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노인 몸 체험 실험' 같은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고통이 공유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내가 다리가 아플 때 그 통증의 수치를 입으로 설명하는 게 아닌 타인이 그대로 직접 느낀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그럼 윤경이처럼 튼튼한 애들도 내 다리가 얼마나 아픈지 이해할 텐데.. 절대 엄살이 심해서 쉬는 게 아니라는걸. 내 몸의 고통을 타인이 수치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상상들. 마치 노인의 신체적 고통을 젊은이가 체험하듯이..



정보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 고통에 대한 상상들.. 그리고 잊었던 윤경이의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이 소설의 배경은 한국의 미래 어느 때이다.



부작용도 없는 완벽한 '진통제'가 개발되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어느 미래.


이성과의 결혼만큼 동성과의 결혼도 일상적인 일이 된 어느 미래. 체세포로 정자나 난자를 만들어서 임신하는 것도 일상인 어느 미래.



완벽한 진통제가 존재하는 세상. 얼마나 행복할까. 부작용도 없으니 매달 독한 진통제를 먹으면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너무 부럽고 나도 살고 싶은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진통제가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끔찍한 희생이 존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인위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되니, 오히려 그 고통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교단'이 그런 단체였다.



'교단'은 고통의 숭고함을 말한 '데카르트'와 '도스토옙스키'의 주장을 근거로 교리를 만들었다.


-고통이 없는 삶은 자신의 영혼을 자각하지 못함.


-고통을 겪지 않는 인간은 신의 구원을 갈구하지 않음.


-고통이 없는 상태는 죄악보다 더 무서운 타락.



결론적으로 통증의 신체적 감각뿐 아니라 고통에 수반되는 두려움, 절망, 모멸감, 자괴감, 분노 등의 정서적 반응, 이것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통은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이기에 고통을 거부하는 것은 곧 신과 구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간주한 그들은 인위적으로 없는 고통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러한 '교단'의 중심인물인 '태'의 테러로 인해 완벽한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의 오너 부부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단의 눈에는 진통제를 만들어서 구원에 이르게 하는 고통을 없애는 그들이야말로 악의 무리였기 때문이다.



'륜'과 '순' 형사, 피해자인 제약회사 부부의 딸 '경', 제약회사의 운영을 맡고 있는 '현', 범죄자 '태', 그리고 정신과 의사. 이들이 함께 제약회사의 본사가 있던 곳으로 사건 조사차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기는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본문 중에서.)


제약회사 부부의 딸인 '경'은 이야기의 초반부터 등장한다. 경은 테러를 일으켜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태'에게 어떤 행위를 하는데, 이 행위를 하는 의미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소설의 끝부분에 '경'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바로 위의 문장이다. (스포가 되는 부분은 생략)



설명 부분을 읽고 그제야 나는 '경'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물론 '몸'이 아닌 '머리'로 이해가 갔다. 아마 작가가 나를 붙잡고 경의 행위의 이유를 밤새워 설명해 준다 해도 나는 끝끝내 경의 행동의 100 프로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 이기에.



나에게 10인 고통도 건강한 윤경이에게는 3 정도로 느껴진다. '태'와 '경' 모두 어린 시절 끔찍한 경험을 하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은 것은 같다. 그러나 태를 '탐색'했던 경은 태에게서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경의 고통은 경 자신만의 것'이니까.



나와 윤경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뿐한 몸 상태를 가져본 적 없는 나는 늘 쌩쌩한 윤경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윤경이는 노인의 몸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맥박이 노인 같은 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아플까. 많이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몸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고통을 '체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경, 현, 태, 효, 한, 륜, 순, 홍, 욱, 민, 안, 엽... 12명의 등장인물들 중에 나는 몇 명의 삶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느꼈을까.



극단적이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한 경, 태, 등에 비하면 비교적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산다고 느낀 인물에게조차 감히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철학적인 소재에 빠져들어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끝에 다다랐을 땐 급작스럽게 뒤통수를 맞으며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저주 토끼'의 괴이한 단편들을 쓴 작가의 책이라는 걸 잊었던 것 같다. 사실 이 리뷰 글을 쓸 때까지 이 책의 분류가 SF 소설로 돼있는지 모르고 읽었다.



진중한 주제, 그리고 다소 기묘한 이야기, 미래 소재 등이 마음에 든다면 추천해 주고 싶다. 진지한 주제와 가볍지 않은 스토리에 마음이 무겁다가 살짝 반전을 준 결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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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의 법칙 - 마약중독자를 8000억 자산가로 만든 단 하나의 마인드셋
그랜트 카돈 지음, 최은아 옮김 / 부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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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그랜트 카돈은 책을 읽기 전에는 모르던 사람인데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기업가, 투자자, 세일즈 전문가, 강연가에 책도 여러 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엔 저자에 대해서 단 두 가지 단어만 떠올랐다.

미치광이 와 관종. (물론 좋은 의미로)


저자는 현재 58세로 이미 유명한 억만장자이다. 그런데 본인은 더욱 부자가 되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고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만족할 줄 모른다'라며 그를 심하게 비난했는데, 저자는 그 말이 대부분 사실이라며 인정한다.


저자는 10세 정도에 ADHD, 그리고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6세 때는 마약 치료 센터 상담사로부터 '당신의 중독 성향은 절대 치료할 수 없고 벗어나려 해도 실패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에 쉽게 중독되고, 뭔가에 집착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를 견딜 수 없는 면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던 저자가 거기서 벗어나서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이 바로 '집착'이었다고 말하며, 그의 경험을 중심으로 어떻게 '집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살면서 많이 들어본 말이 '은근히'라는 말이었다.

너 은근히 웃기네, 은근히 잘하네 등등

뭘 하든지 극단적으로 빠져드는 법이 없고, 몰입을 한다 해도 은근하고 잔잔하게 하는 편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그랜트 카돈은 이 은근함, 즉 '평균적인 것'을 아주 노골적이고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과 저자는 이런 성향의 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으며, 저자 역시 내가 평소 생각해온 인생의 롤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책을 덮지 않고 계속 읽은 이유는 아마도 저자가 '관종'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종은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니까.


저자 정도의 '미치광이'나 '관종'이 아니고선 그 정도의 성공을 할 수 없고, 또 그 정도로 '집착'을 유지하기도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약을 해도 미친 듯이 하고,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로는 미친 듯이 일해서 영업왕이 되더니 또 회사를 차려서 겨우 30세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엔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평범한 사람이 저런 경험들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착'을 꾸준히 유지하기만 한다면.


저자는 마약을 끊기로 결심했을 때 본인이 '집착할 대상'을 마약에서 다른 것으로 옮겼다. 바로 '성공'과 '부자가 되는 것'으로.


미친 듯이 마약을 했듯, 미친 듯이 일을 하고 미친 듯이 사업을 하고 또 미친 듯이 부자가 되는데 '집착'한 것이다.


  • 천천히 해, 속도를 늦춰, 안전하게 해

  •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거야.

  • 너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지 마.

  •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해.

  • 돈이 전부가 아니야.

  • 어느 정도를 가져야 충분한 거야?

  • 그냥 행복하게 살면 안 돼?


저자는 돈과 부자에 집착하는 일중독자로 살면서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평생 저런 말을 들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간혹 TV에서 이미 성공하고 돈도 많은 사람이 아직도 일에 매달려 사는 걸 보면, '나 같으면 벌어논 돈 쓰면서 노후를 즐길 텐데 왜 힘들게 저렇게 살지?'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던 내 의문이 틀렸다.


저자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는 "당신 같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내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느냐고 늘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서 똑같은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렇지 않은지 전혀 모른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모든 활동과 무모하고 새로운 도전을 사랑하고 갈망한다.


걱정 전문가들이 하는 말의 속뜻은 내가 하는 일을 그들이 그대로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들은 내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들에 휩싸여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의사였다."



부자가 되는데 집착하고 일중독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들이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저렇게 살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힘들고 지쳐 보이고, 그만 쉬어야 될 것 같고, 숨차 보이지만 정작 숨이 찬 건 저자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일 뿐이었다.


숨이 차게 휘몰아치면서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쉴 새 없이 사업을 벌이는 그 일상들이 저자에겐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인 것이다.


그랜트 카돈이 누군지도 모르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집착'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집착'이란 단어를 들으면 헤어진 연인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행위가 자연스레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집착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져 있다.


그런 집착을 어떻게 좋은 쪽으로 활용한다는 것일까. 집착에 과연 어떤 법칙이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만약 저자처럼 뭔가에 깊게 몰두하거나 중독되는 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경험과 방법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집착'하는 대상을 어떻게 좋은 쪽으로 정하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당근보다 옆에서 채찍질하면서 강하게 몰아붙이는 게 더 좋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 책에서 강한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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