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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ㅣ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만나고, 고양이를 키우고, 길 고양이와 교감을 하는 사이이지만, 서점에서 아직 책 제본상태를 못본상태라, 생각외로 크고 볼품없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선뜻 사기엔 망설여졌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은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고양이 자랑이 난무하는 수필 집도 아니고, 너무 길에사는 고양이에게만 치우쳐있지도 않고, 심한 동물애호를 주장하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사 주변에 흩어져있는 한 생물체를 조금만 더 너그러운 시각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잔잔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펴낸 고경원씨는 길고양이를 찍고다니는 다소 요상해보이는 아가씨이다. 자신의 고양이를 예쁘게 찍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우리들이 늘상 보게되는 길고양이를 쫓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런 사진과 에피소드를 다음과 이글루스 블로거에 담았고, 다른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고경원씨의 길고양이 에피소드 북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이상하다기보다 너무나 이기적인 발상의 소유자들이다. 고양이들이 자신들이 내 놓은 쓰레기봉지를 헤집어놓으면 뛸듯히 화를 내며 이 쳐죽일 것들, 쥐약을 놓아야 겠다 한다. 고양이들이 왜 그들의 쓰레기봉지를 뜯어야만 했는지, 왜 배고픔에 못이겨 죽은 고양이들의 뱃속에 담배꽁초와 목장갑 비닐봉지가 나와야했는지는 그들의 관심밖이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먹는 보신탕에 개고기가 아닌 이런 전쟁터같은 도시의 길바닥을 누비는 고양이들의 육체도 섞여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냉정한 도시, 야박한 인정, 배고픔과 추위, 인간들의 말못할 학대 속에서도 길 고양이들은 참으로 대차게 살아남고 있다. 그 것은 이 차고 넘치는 도시 속에는 박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도, 인간을 경계의 대상이 아닌 사랑스러운 생물체로 봐주는 길 고양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고경원씨는 그런 스쳐가는 사람들과 고양이의 길 이야기를 소담하게 이끌어 낸다.
아직은 고양이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해 그리고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해 아연했던 분들이라면, 좋은 고양이 가이드 북이 될만큼 길고양이들의 습관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 들도 있고, 일본의 마네키네코 이야기라던가,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고양이그림을 그리는 마리캣님과 다섯마리의 고양이, 화가 노석미님의 고양이, 고양이 탐정 고냉이님의 이야기, 넘치는 끼와 재능을 가진 대오아저씨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이런 주위의 애묘가들의 인터뷰를 읽는 숨은 볼거리들도 다양하다. 그래서 알차고 재밌게, 밝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리고 책의 약 1/5정도를 차지하는 고경원씨의 고양이 스밀라를 통해 실제로 고양이와 살(털을 이라고 하는게 맞으려나)을 맞대고 사는 것에 대한 은밀한 내용들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시행착오, 파양, 고경원씨와 그녀의 고양이 스밀라의 첫경험을 통해 고양이 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 고양이와의 동거에 대해 다소 생소하셨던 분들, 고양이는 키워봤지만 이 녀석들의 행동에 의문이 많았던 분들에게는 스밀라의 이야기나 고양이에 대한 상식 등등을 통해 좋은 정보도 많이 접할 수 있을 듯하다.
고양이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애묘가들이 늘상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한 선택을 내리라고 말이다. 그 이유에는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고양이는 단순히 예뻐하는 동물이 아닌 나와 십수년을 같이 호흡하면서 살 수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생물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길가에서 젖먹이 고양이를 덜컥 데려와 무방비하게 사람우유를 먹이면 그 어린 고양이는 사람우유를 소화할 수 없어서 설사를 하고 탈수가 와서 결국 죽고만다. 아무런 준비도 지식도 없이 그 녀석들과 만나게 되면 이런 것들이 위험한 것이다. 살릴려다가 내 손으로 죽이게될지도 모른다는 것. 예뻐서 껴안았다가 털이 날려서, 부모님들이 반대해서, 너무 시끄러워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서, 그런 식의 이유때문에 버려지는 고양이들은 야생에 적응을 못하고 차에 치여 죽거나, 배고파서 죽거나, 동물보호소에 안락사 당하고 만다.
한 생명체가 그렇게 세상에 버려지지않기 위해서 비단 고양이 뿐만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기를 더욱 간절하게 바라게 된 책이였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면 나로서는 기쁠 것 같다. 오늘도 거리를 헤매이고 있을 인간들과 길고양이들을 응원해본다. 자 !!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