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선, 양버즘나무 그늘 중편선 3
김시홍 지음 / 그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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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선』에 실린 「양버즘나무」는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다.
크게 요동치는 사건 없이도,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며 독자를 그 안으로 이끈다. 그 중심에는 ‘양버즘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들의 시간을 함께 견디고 기억을 품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작품 속에서 ‘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이자 마음의 경계를 의미하고, ‘물’은 그 경계를 넘나드는 감정의 흐름처럼 다가온다. 인물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조심스럽게 선을 그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감정은 물처럼 번지고 스며들며 그 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절제된 문장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인상적인 점은 시간의 흐름이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독자는 어느 순간 인물의 기억 속에 함께 머물게 된다. 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따라가듯, 한 사람의 시간이 조용히 쌓여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 소설은 특별한 결말보다, 읽고 난 뒤 남는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양버즘나무 아래에 가만히 서 있는 듯한 여운, 그리고 지나온 시간과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울림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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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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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는 거창한 사건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작품이 아니다.

대신 아주 익숙한 감정들기대, 흔들림, 체념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조용히 해부한다.

 

작품 속 서울은 기회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포기의 도시다.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곳으로 향하고, 또 누군가는 이미 무언가를 내려놓은 채 하루를 버텨낸다.

그 사이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이데아를 붙잡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 이상을 조금씩 마모시킨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조용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변화는 때로는 포기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주연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이 닿아 있었던 두 사람이 결국 멀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사랑보다 삶이 앞서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놓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소설은 그 질문을 던지고 아무런 답도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는 동안보다, 덮고 난 이후에 더 오래 남는다.

분명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이미 지나온 감정인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서울에서,

각자의 이데아를 조금씩 수정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남는다.

나는 지금,

내가 믿었던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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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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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artist._.moment)작가 모도(@knitting79books )님 서평단 선정을 통해서 생각을 나눠 보았습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어둠을 안고 살아간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그 보이지 않는 영역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들의 삶 속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조용히 끌어올린다.

읽는 내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은, 이 작품이 마치 ‘현장에서 사례관리를 하는 과정’을 닮아 있다는 점이다.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과 서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사례’처럼 다가온다.
소재 하나하나마다 드러난 문제와 그 이면에 숨겨진 호소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작가의 시선이 드러난다.

특히 그 접근 방식은 단순한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풀어가는 ‘사회복지적 관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작가의 고민과 시선이 깊이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결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과정을 문학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직접 겪지 못한 삶이라 할지라도, ‘가상의 현실’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힘을 길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완전하지 않다.
상처를 안고 있고, 때로는 흔들리며, 관계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내 곁의 누군가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은지,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소설은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를 다시 사람과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로 향하게 만든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단순히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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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김미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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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닿는 곳이 있다.
그리고 어떤 날은 관계 속에서, 어떤 날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 마음이 동요하는 때가 있다.

《다시 쓰는 마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책은 무너진 마음을 고치기보다, 다시 써 내려가는 마음의 이야기이다.

김미영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상처와 흔들림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마음이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수정되고 덧붙여지는 기록임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삶의 관계와 지나온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그리고 지나간 감정, 그리고 기억 속 정리되지 않았던 문장을 꺼내주는 것 같다. 그것은 곧 추억일 것이다.

사회복지사로서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문장 하나쯤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있는 기억학교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기억은 흐려질 수 있어도

“마음에 남은 감정의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쓰는 마음》은 단순한 위로의 에세이가 아니다.삶은 한 번 쓰고 끝나는 대본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하루하루 쌓인 경험과 감정선을 통해 고치고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갈 것이다.
그렇게 마음은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끝으로 삶의 여백 속에서 우리는 다시 쓰고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가질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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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엔딩 노트 -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주부의벗 지음, 야마다 시즈에 감수,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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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엔딩 노트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다.

우리는 끝을 생각하기보다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끝을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일...

어찌보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나의 엔딩 노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책이다.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기록장이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노트에 가깝다.(마치 가계부를 보는 듯한 구성이라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나의 삶에서 소중했던 기억, 마지막 순간에 바라는 것들을 천천히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된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매일 만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책이 전하는 의미는 조금 더 깊어진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기억학교에는 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떤 어르신은 어제의 일을 잊어버리지만, 수십 년 전의 기억은 또렷하게 떠올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 젊은 날의 직장 이야기, 자녀를 키우던 시절의 추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사람에게 기억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기록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엔딩 노트는 단순한 마지막 준비의 의미를 넘어선다.

어르신들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아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삶의 정리 노트이자 희망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남겨 두는 과정은 기억이 흐려지는 시간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작은 등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어르신들과 함께 떠올리며 읽다 보니, 기록한다는 행위가 단순히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는 희망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돌아보는 사람은 남은 시간을 더 신중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엔딩 노트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활용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엔딩 노트의 특성상 가족 관계, 재산,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매우 많이 기록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만약 외부에 노출된다면 개인에게 불편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록을 할 때는 보관 장소를 신중히 선택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정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주의가 함께 필요하다.

삶의 끝을 생각하는 일은 결코 우울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삶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어르신들이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느낀다.

사람의 삶은 결국 기억과 기록 속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나의 엔딩 노트는 그 기록을 미리 남겨 보는 작은 연습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기록은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다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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