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 ㅣ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8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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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 (1764년~1845년)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저술가이다. 본관은 대구이며 이조판서 서호수의 아들이며, 김덕균이 외조부이다. 1790년(정조 14)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올랐으나, 정조가 승하한 후 숙부 서형수가 김달순의 역모 사건에 연루돼 정계에서 축출당하자, 1806년 스스로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내려와 18년간 힘든 농촌 생활을 지냈다고 한다. 순조 때 관직에 복귀하고, 예조 판서, 대사헌을 거쳐 1838년(헌종 4) 병조판서, 대제학 등 중앙 요직을 역임했다고 한다. 실학에 조예가 깊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18년간의 농촌 생활에서 농민의 고달픔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생각된다. 벼슬길에서 물러난 후 『임원경제지』를 저술했으나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출판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82세의 일기를 마치는데, 시대상을 반영해 보면 지금의 100세 못지않은 장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임원경제지」 입원십육지 또는 임원경제십육지라고 불리는 이 책은 양반의 농촌 생활과 농업을 주 내용으로 하며, 무려 113권에 달하는 2만 8천 항목 252만 자 분량의 방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한다. 8번째 해당하는 정조지(鼎俎志)는 41권~47권의 분량이며, 각종 식품에 대한 의학적인 논저와 영양식으로의 음식과 조미료 및 술 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적은 것이다. 1930년대에 임원경제지도 출간의 주목을 받으나, 워낙 분량이 방대하고 어려운 한문으로 되어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8년 도올서원과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임원경제연구소를 차리고 본격적인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기관의 도움 없이 순수 민간연구소이며, 2015년에는 풍석문화재단이 설립되어 번역지원과 학술대회 개최, 요리연구소의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세프 서유구의 식초이야기』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식초 대백과 사전이다.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1권은 식초에 관한 정의, 역사, 과학 등에 관하여 웬만한 이론은 다 적혀있다고 볼 수 있다. 2권은 임원경제지의 기록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식재료로 만드는 다양한 식초의 제조법, 미용법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고, 논리와 근거가 매우 과학적이다.

 

 

「발효, 醱酵」 ‘미생물이 무산소 조건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이라 정의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효모균의 알코올 발효와 젖산균의 젖산발효라고 한다. 부패와 같은 의미이지만, 결과물이 사람에게 유용할 때는 발효라고 구분한다. 부패한 음식을 잘못 먹고 대표적으로 걸리는 병이 ‘식중독’이다. 부패한 음식들은 웬만해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 거의 없다.

 

 

모양이나 색상이 화려한 버섯에는 독이 들은 것이 많다. 중국에서는 이런 독버섯에서 항암작용 성분을 발견하고, 이를 약재로 이용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약방에 감초’라고 불리는 흔한 약재가 감초인데, 안 쓰이는 곳이 없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목숨을 잃게도 할 수 있는 약재이다. 피부의 주름을 없애는 시술인 ‘보톡스’ 또한 독을 이용한 시술이며, 한약에서 사용하는 많은 약초를 그냥 사용하지 않고 ‘법제’라는 정제의 과정을 거쳐 약재로 쓰이는 것이다. 독이 약이 되는 순간이다. 서구권의 연구에서도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하여, 고지방 식사를 하는 프랑스인들이 영국이나 인근 국가의 국민보다 낮은 허혈성 심장병 질환을 앓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연구의 결과로 식사에 곁들인 포도주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고, 포도주 역시 발효식품의 대표이며, 식초와 비슷하게 만들어진다.

 

 

「식초의 오래된 이야기」 고대 바빌로니아, 중국의 ‘남쪽은 달고 북쪽은 시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알프스산맥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00년경 사과 식초와 꿀을 섞어 마시면 기침에 좋다고 썼다고 한다. 기침은 사람의 기력을 떨어뜨리므로 기력이 회복되면 기침이 낫는 데,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효능과 원리는 현대에서도 변함이 없다.

 

 

세 번째 「자연경실」의 책이지만, 이번 식초 편은 면역력 강화를 위해 추천하고 싶을 만큼 건강과 관련된 측면에서 훌륭하다. 15년 동안 채식을 해오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자부하였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훌륭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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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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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기준으로 표를 행사했는가? 정치판에 누군가 그어놓은 구획에 들어가서, 저 악의 세력이 설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분노를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는가? 글쎄, 그 세력의 집권을 막았다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었으니 이제 그런 짐은 내려놓는 게 어떨까.” 존 스튜어트 밀, 에드먼드 버크, 토머스 페인, 마르크스·엥겔스, 애덤 스미스, 존 롤스, 유발 하라리, 아리스토텔레스, 공자들의 사상을 인용해 이 책을 저술했다.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제목이 굉장히 ‘어그로’를 끌고 도발적이다. 서평을 의뢰받아 쓰는 책이라 하더라도, 단 한 줄의 문장을 발견하지 못하면 매몰차게 평을 한다.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수의 기업, 단체에 인문학 프로그램을 공급했다고 한다. 쉽게 프로그램 기획이나 강연을 한 사람으로 보인다. 현재는 삼육대학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미디어에서 좌우 매체가 쏟아내는 꼴을 보고 이 책을 쓴 듯하다. 진보진영 매체와 보수진영 매체와 그들을 부추기는 정치권에 대한 비평의 의도로 말이다.

 

 

「당신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아니면 중도인가?」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독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10대 시절 국가 경제의 기반을 닦고 배고픔을 해결해준 사람이 박정희라고 배워 등하굣길 사진관에 있는 그의 사진에 진심 인사를 하고 다니던 보수적인 아이였다. 20대 학생 시절엔 전대협과 한총련을 거치며 민주노총 발대에 함께한 극진보였으며,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자본주의 계급의 부조리를 혐오하는 청춘이었다. 간부라는 운동권 리더들의 변질 적인 모습과 추태를 보면서, 결국 어떤 물이든 계급이 존재하는 곳은 이권이 있고, 썩기 마련이라며 중도처럼 지냈다. 지금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일이다. 이 질문을 던진 저자는 퇴근 시간만 되면 짜증이 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때와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말도 반복적으로 들으면 짜증이 나는데,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가 반복되면 개소리가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모르고 개소리를 뿜어내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책의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중용’을 인용하며,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가 제3세력으로 정치세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은 그저 당신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결국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영은 무조건 존재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좌파와 우파 힘 있는 기존 세력이 아니라, ‘이이제이’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통제하듯이, 중도가 그 세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인간이란 생물 자체가 다른 생명을 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만든 시스템에 완벽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고, 또한 이 세상 어디에는 완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1860년 노예해방을 선언한 링컨의 공화당이 2015년 인종차별의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고, 1828년 흑인 노예를 소유하며 인디오를 학살한 잭슨의 민주당이 2009년 오바마의 민주당이 되었다. 좌파와 우파가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들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100년 동안 인종차별의 민주당에서 문제 있는 자들을 걷어내고, 케네디를 비롯한 신선한 인재들로 인해 지금의 민주당이 된 것이다.

 

 

저자의 답답함에 공감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피곤함도 공감한다. 한 줌의 볶은 빈을 갈아서 내리는 커피를 핸드드립이라고 한다. 커피콩을 볶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벌레가 먹은 것, 가공 중에 부서진 것, 덜 자란 것 같은 불량 원두를 골라내는 일이다. 불량 원두가 섞인 커피에는 좋지 않은 맛이 섞여 나온다. 그것은 커피를 내리는 방식의 문제도, 커피 자체의 문제도 아니다. 좌파와 우파, 기회를 엿보는 얼치기 중도 이런 진영의 문제를 따지고 해결하는 것 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불량 정치인들을 골라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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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가 업무에서 자주 물어보는 101가지 컴퓨터 활용팁
반병현.이효석 지음 / 생능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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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해야 겨우 끝낼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단순 반복 업무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상상도 하기 싫은 그런 상황. 고용노동부 안동지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반병현 씨에게 얼마 전 닥쳤던 일입니다. 하지만 그는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능력자였습니다. 그 일을 30분 만에 끝내버렸죠. 이런 이야기를 그는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글 때문에 병현 씨에게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출처 : SBS 뉴스」 책의 소개에 잠시 언급되는 뉴스를 실제 찾아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에 달린 댓글에서 진정한 뉴스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래서 공무원은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함. 아무나 응시해서 뽑지 말고 까다롭게 골라서 적정한 곳에 배치해야 사회가 좋아지지 않을까?”, “공무원들이 젤 싫어할 듯. 저 프로그램 보급되면 자기 할 일 없어진다고 크크크”, “그래 공무원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구먼. 창의력을 발휘하면 30분에 할 일을 공무원 시키면 만고강산 크크크” 평소에도 철밥통이라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공무원들을 곱게 보지 않는데, 30분이면 끝낼 일을 6개월 동안 국민 세금 2,000만 원을 받으며 일을 해왔다는 것에 치가 떨린다.

 

 

『비전공자가 업무에서 자주 물어보는 101가지 컴퓨터 활용팁』 부산에서 서울에 가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다. 먼저 배낭을 메고 국토 대장경 걷는 것이다. 한 보름이면 걸어서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자주 그리 걸었으니 말이다.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오토바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다. 다만, 운전에 피로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KTX는 어떨까? 제시간에 맞춘다면 2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외 비행기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속도는 빠르지만, 비행기가 뜨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KTX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예전에 원본 문서와 재작성한 문서를 모니터 양쪽 면에 열어두고 눈으로 교정하는 직원을 본 적이 있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그런 일을 하면서 노력을 허비하고 있었다. ‘UltraEdit’라는 편집 도구를 개발하는 회사에는, ‘UltraCompare’라는 프로그램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1년에 10만 원의 비용만 지급하면, 해당 회사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UltraCompare’로 600페이지의 문서 비교 교정은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모르는 직원은 사흘 내내 그 작업에 몰두해있었다.

 

영화의 대사인데, 깡패 두목이 검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검사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검사는 머 문을 연다, 넣는다, 닫는다 이거 말이냐며? 반문하는데, 깡패 두목은 웃으며 말한다. 저는 제 오른팔에게 시킵니다. 웃긴 이야기지만, 이것이 업무의 효율이라는 것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약사에게, 운전은 기사에게 시켰을 때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낸다.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하면서, 윈도 단축키 10가지만 알면, 업무 시간 내내 30분 정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원하는 파일을 찾기 위해 폴더를 살필 시간에, ‘Everything’이라는 프로그램을 띄워두면 단 1초면 찾아진다. 컴퓨터로 업무를 보면서, 윈도 설치 정도는 하지 못해도, 그 정도의 지식은 없어도 상관없다. 디자이너들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능숙하게 다루면 그만이니까. 그럼, 문서를 작성하고, ERP를 이용하고, 전자결재를 이용하는 직원이라면 어떠할까? 최소한 자기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관한 응급대응 능력과 윈도가 마련해둔 시간 단축 기능들을 숙지하는 것이 직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저자의 이야기대로 이 책을 사무실에 비치해두면, 정시에 퇴근 가능한 마법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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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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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오늘 하루가 고단하지는 않았는지 듣고 싶다. 게으른 아침의 안부를 묻고, 저녁의 식사는 괜찮았는지 묻고 싶다. 어떤 장면에, 어떤 바람에 미소를 지었을지 알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보고 싶었다’라고 한마디만 건네고 싶다.” 「책 소개」 어느 말을 떠나서 단 두 구절이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났을 때 ‘보고 싶었다’ 한마디가 지금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나쁜 기억 지우개』 책을 펼치자마자, 작가의 말에서 확 꽂힐 수밖에 없었다. “함께 지낸 지 2년이 넘은 화분이 있습니다. 1년 반 있는 듯 없는 듯, 잊을만하면 물주며 죽지 않을 정도로 보살폈습니다. 보살피기보다는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 맞겠네요. 어느 날, 새잎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근근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몇 달간 정성을 다해 길렀습니다. ‘마음은 닿는다고 하던가요?’ 겨우 살던 화분이 하루가 다르게 자랐습니다. 사람도 같아요. 식물에 주어지는 양분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온전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제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정과 업소에서 식물을 키우는 곳이 많아졌다. 미세먼지로 인해 환기할 수 있는 날도 적어지고, 왠지 창문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올 것 같아 꼭꼭 문을 닫게 된다. 하루에 3~4번 환기를 해야 한다는 데, 쉽지 않다. NASA 선정 공기정화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식물들을 들인다. 아레카야자,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호야, 아이비, 스파티필룸, 산세비에리아, 다육식물까지 우리 집에 있는 화분의 개수만 150개가 넘는다. 공기정화 식물의 각종 능력을 보기 위해서는 공간의 40% 이상은 채워야 숲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산이나 숲으로 가면 자연적으로 치유능력이 생긴다. 암 환자들이 두 개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한쪽은 창문으로 빌딩 숲이 보이고, 다른 쪽은 숲이 가득한 산이 보였다고 한다. 같은 말기 암 환자들이었지만, 의학적으로 숲을 보기만 한 병실의 환자들이 더욱 회복이 빨랐다.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도심 도로변에 있는 공원에게만 들어가도 숲에서 얻는 만큼의 치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숲은 식물은 인간에게 그런 존재이다.

 

 

관엽식물이 좋다고 아파트에서 마구 키우는데, 그것을 알고 있을까? 식물들에도 나고 자란 고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레카야자와 같은 열대 식물들은 일 년 내내 고온다습한 지역 출신이고, 산세비에리아나 같은 식물은 선인장처럼 건조한 지역이 고향이다. 식물마다 온도, 강수량, 토양, 바람, 햇빛의 세기가 전부 다른 것이다. 그런 생각 없이 아파트 베란다에 식물을 모아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 물을 주며 잘 크길 바란다. 아프리카에서 살아온 사람이 알래스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다못해 한국에서 살던 사람이, 러시아 정도만 가도 제대로 적응하고 살 수 없다.

 

 

책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단어들과, 간과한 사실들을 알려주며, 무엇 때문에 힘이 들었는지 위로해주는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자기계발도 아니며, 그저 저자의 넋두리처럼 보이는 글들이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에 스며든다. 내 생각과 다르면 그냥 다르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고, 무릎을 칠 만큼 공감하는 생각에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난만큼 기쁘다. “지나간 나쁜 기억들은 오늘의 내가 행복에 닿기 위한 가장 확실한 힌트가 되어준다.” 책의 마무리가 와 닿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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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6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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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1809년~1852년, 제정 러시아 시절 극·소설작가. 그는 작품 속에 당시의 러시아 현실, 특히 지주 사회의 도덕적 퇴폐와 관료 세계의 결함과 부정 등을 예리한 풍자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훗날의 러시아 문학과 연극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 대문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제국의 수도인 페테르부르크의 도시와 귀족들을 허영에 찌든 속물들이라 비판하였다. 유럽을 선망하여 프랑스어를 쓰던 당대의 러시아 귀족들을 비판하였다. 괜찮은 시골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인이 되고자 하였으나, 인맥과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현실에 좌절한다. 이후 이런 마음과 우크라이나 농민의 현실과 설화를 바탕으로 쓴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로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다. 당대의 문호인 알렉산드로 푸시킨이 칭찬하면서 그와 친분을 가지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의 명성에 가려져 왔었지만, 러시아 문학을 연구할수록 고골에 빠져드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그의 문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후배 도스토옙스키는 고골의 작품에 빗대어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며 매우 칭송하였다. 1836년 『코』, 1842년 『외투』 등은 무능하고 위선적인 관리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라 하겠다.

 

 

『디칸가 근교 마을의 야회』 지역의 민담과 설화, 마녀와 악마, 인간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소설 이전에 『간츠 큐헬가르텐』이라는 시집을 내었으나, 문단의 악평을 받으며 호되게 당한다. 250부도 팔리지 않은 것을 보며,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를 알았으리라 생각된다. 단편집으로 1부와 2부로 구성되고, 낭만 문학을 좋아했지만, 그의 재능은 시대를 꿰뚫어 보고 풍자하는 글쓰기이다. 이번 ‘을유세계문학전집 116’은 고골을 세상에 알린 단편집과 전성기의 작품 『마차』, 그리고 6년간의 로마 생활을 하면서 써낸 말년의 작품 『로마』를 싣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과 톨스토이의 ‘부활’, 고골의 ‘코’ 올해 읽은 러시아 문학이다. 세 명의 작가에게는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었는데, 그건 제정 러시아 시절의 빈곤한 농민들의 삶이었다. 당대의 양심 있는 지식인이자, 중산층, 귀족인 그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삶을 지켜보고, 지주 계급을 비판하고, 농민을 계몽하여 그들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 대귀족인 톨스토이는 말년에 농민의 삶을 살겠다고 가출하였다가 폐렴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200년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들을 능가하는 작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천재는 시대가 만들어 내는 것인가?

 

 

제정 러시아의 작가들 특히 고골의 작품을 읽으면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수사와 기소를 많은 수장이, 자신의 정치 욕망에 본연의 업무를 망각했을 때, 피라미드의 아래쪽의 경찰과 검사들은 200년 전 러시아의 관리들만큼 무능하고 부도덕해졌다. 30년 전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며, 탈주극을 벌인 범인들이 있다. 강도와 강력범죄자들이지만 세간은 그들을 옹호한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자신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 전씨 때문이었다. 사망하는 그날까지 전씨의 형은 아무런 벌을 받지 않았다. 양심 있고, 본연의 일에 전념했다면 가능했을 일일까?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세계뉴스가 있다.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이다. 그 뉴스를 들을 때마다 미국은 참으로 위험한 국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2011년까지 기네스북에 등재된 단일범이 가장 많은 총기 살인을 저지른 것이 대한민국의 순경 우범곤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의령 총기 사건으로 불린 이 광란의 밤 96명이 사상을 당했고, 62명이 사망했지만 출동한 기동대는 겁먹고 숨어있었고, 현장지휘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정권의 수장인 전씨는 순식간에 사건을 덮어버렸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그날의 고통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단 하나의 위령비도 없이 말이다. 40년의 세월 동안 국가의 그 누구도 그들을 알지도, 돌보지도 않은 것이다. 이러한 세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고골과 같은 대문호가 날 수 있을까?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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