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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 위어드
▷ 조지프 헨릭
▷ 21세기북스
나일강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강 인도 문명, 황하강 중국 문명을 우리는 4대 문명 발상지라 부른다. 기원전 3,000~4,000년 경 큰 강 유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언어, 기술, 제도 등을 발달시켜 인류 최초의 문명사회를 이룬 곳들이다. 이집트와 중동 지역은 과거보다 영향력이 떨어졌지만,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 중 하나이다. 중세 초기 인도의 GDP는 세계 최고였고, 중세 후기 청나라의 GDP는 세계의 절반에 육박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역사에서 군사·정치·문화 등으로 세계를 지배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1858년부터 100년 동안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청나라는 1840년~1856년 두 번의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패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라스트 킹덤》에는 잉글랜드 최초의 대왕이라 불리는 알프레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9세기경 모든 잉글랜드의 왕국은 바이킹에 점령당했고, 잉글랜드의 마지막 왕국인 웨섹스의 알프레드 가문이 바이킹을 몰아내고 통일 왕국을 형성해가는 내용이다.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바이킹의 침략을 받았고, 잉글랜드는 약하고 보잘것없은 국가였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몽골,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면적을 가졌던 국가가 대영제국이다. 또한 오늘날 세계공용어는 영어이며, 세계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이 영국이다. 영국은 어떻게 변방의 약소국에서 세계 최대의 제국이 될 수 있었을까? 책은 중세 후기 유럽이 어떻게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는가에 관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쩌면 당신은 WEIRD(위어드)일지 모른다.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일지 모른다. WEIRD는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이다.”
“중세 후기에 이르러 어떻게, 왜 일부 유럽 사람들이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면, ‘서구의 부상’이라는 또 다른 커다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 또한 분명해진다. 1500년경부터 서유럽 국가들이 세계의 많은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18세기 말에 서유럽에서 신기술과 산업혁명을 동력으로 삼은 경제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오늘날까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을 일으킨 걸까? 만약 서기 1000년이나 1200년에 외계인 인류학자 팀이 비행 궤도에서 인류를 관찰했다면, 유럽 사람들이 밀레니엄 후반에 지구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의 종교는 그리스에 영향을 받은 다신교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 로마이며, 325년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기 전까지 잔인하게 박해했다. 기독교를 받아들인 로마는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국가로 재탄생하게 된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바이킹으로 유명하다. 이들 역시 북유럽신화를 숭배하는 다신교이다. 북쪽 지역은 척박해서 농사가 힘들고, 불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어 전 유럽을 약탈했다. 10세기 무렵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봉건제로 바꾸며 바이킹이 사라지게 된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문화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인류사를 다룬 책들이 지리나 자원 등의 물리적인 요소에 집중했다면, 책은 유럽인들에게 새롭게 생긴 심리변화로 발생한 사회 변화에 집중한다. 로마와 바이킹의 개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럽에서 기독교는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 교회의 규범과 믿음은 수 세기에 걸쳐 유럽의 결혼과 가족, 유산과 소유 같은 근원적인 개념을 극적으로 바꿔놓게 된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로 발생한 WEIRD(위어드)는 종교개혁·상업혁명·산업혁명 등을 주도하게 되고, 긍정적인 결과로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700쪽에 이르는 책을 읽고 나면 압도적인 물리 자원을 가진 인도나 중국이 WEIRD(위어드)가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이해된다. 문화적 요인이 어떻게 물리적 환경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