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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평점 :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오늘 하루가 고단하지는 않았는지 듣고 싶다. 게으른 아침의 안부를 묻고, 저녁의 식사는 괜찮았는지 묻고 싶다. 어떤 장면에, 어떤 바람에 미소를 지었을지 알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보고 싶었다’라고 한마디만 건네고 싶다.” 「책 소개」 어느 말을 떠나서 단 두 구절이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났을 때 ‘보고 싶었다’ 한마디가 지금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나쁜 기억 지우개』 책을 펼치자마자, 작가의 말에서 확 꽂힐 수밖에 없었다. “함께 지낸 지 2년이 넘은 화분이 있습니다. 1년 반 있는 듯 없는 듯, 잊을만하면 물주며 죽지 않을 정도로 보살폈습니다. 보살피기보다는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 맞겠네요. 어느 날, 새잎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근근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몇 달간 정성을 다해 길렀습니다. ‘마음은 닿는다고 하던가요?’ 겨우 살던 화분이 하루가 다르게 자랐습니다. 사람도 같아요. 식물에 주어지는 양분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온전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제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정과 업소에서 식물을 키우는 곳이 많아졌다. 미세먼지로 인해 환기할 수 있는 날도 적어지고, 왠지 창문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올 것 같아 꼭꼭 문을 닫게 된다. 하루에 3~4번 환기를 해야 한다는 데, 쉽지 않다. NASA 선정 공기정화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식물들을 들인다. 아레카야자,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호야, 아이비, 스파티필룸, 산세비에리아, 다육식물까지 우리 집에 있는 화분의 개수만 150개가 넘는다. 공기정화 식물의 각종 능력을 보기 위해서는 공간의 40% 이상은 채워야 숲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산이나 숲으로 가면 자연적으로 치유능력이 생긴다. 암 환자들이 두 개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한쪽은 창문으로 빌딩 숲이 보이고, 다른 쪽은 숲이 가득한 산이 보였다고 한다. 같은 말기 암 환자들이었지만, 의학적으로 숲을 보기만 한 병실의 환자들이 더욱 회복이 빨랐다.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도심 도로변에 있는 공원에게만 들어가도 숲에서 얻는 만큼의 치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숲은 식물은 인간에게 그런 존재이다.
관엽식물이 좋다고 아파트에서 마구 키우는데, 그것을 알고 있을까? 식물들에도 나고 자란 고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레카야자와 같은 열대 식물들은 일 년 내내 고온다습한 지역 출신이고, 산세비에리아나 같은 식물은 선인장처럼 건조한 지역이 고향이다. 식물마다 온도, 강수량, 토양, 바람, 햇빛의 세기가 전부 다른 것이다. 그런 생각 없이 아파트 베란다에 식물을 모아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 물을 주며 잘 크길 바란다. 아프리카에서 살아온 사람이 알래스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다못해 한국에서 살던 사람이, 러시아 정도만 가도 제대로 적응하고 살 수 없다.
책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단어들과, 간과한 사실들을 알려주며, 무엇 때문에 힘이 들었는지 위로해주는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자기계발도 아니며, 그저 저자의 넋두리처럼 보이는 글들이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에 스며든다. 내 생각과 다르면 그냥 다르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고, 무릎을 칠 만큼 공감하는 생각에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난만큼 기쁘다. “지나간 나쁜 기억들은 오늘의 내가 행복에 닿기 위한 가장 확실한 힌트가 되어준다.” 책의 마무리가 와 닿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