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 -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국, 찌개, 반찬 52
김보배 지음 / 길벗 / 2021년 12월
평점 :

「生老病死」 생로병사의 비밀 86세의 요가강사, 102세의 바리스타 편에 나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2020년 기대수명은 평균 84세이다. 매년 0.5세 정도가 증가한다고 봤을 때, 30년 후인 2050년엔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단순히 세월을 오래버티는 것이 오래 사는 것일까?
「블루존」이라는 말을 들어봤을까? 일명 장수 마을이라 불리는 세계의 마을을 말한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일본 ‘오키나와’, 그리스 ‘이카리아’, 미국 ‘로마 린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특히 이 5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블루존(Blue Zone)은 단순히 통계학적,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곳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행동하고, 건강하게 생각하며, 건강하게 어울리며 장수하는 마을을 의미한다. 4곳의 특징은 비슷한데, 큰 섬 지역이며, 산과 바다가 존재하며, 자연에서 나고 자란 것을 채식 위주로 먹으며, 가족 중심의 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의 ‘로마 린다’의 경우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내륙의 도시인데, 이곳은 매우 독특하다. 이 지역은 다른 섬들과 다르게, 지리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지역이며, 같은 종교를 가지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종교적으로 술·담배·육식을 금하는 교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 다이어트나 건강을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있다. ‘채소’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의 배변 활동에 이롭고, 동물성 식품보다 소화로 인한 부작용이 적다. 또한, 음식으로 소비하는 가축(소, 돼지, 닭, 오리)이나, 특정 생선처럼 한정되지 않고, 수천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올라오는 고기는 돼지고기 하나이지만, 쌈 채소는 10가지가 넘는다. 저자는 비건 음식으로 지구를 구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터’이자 비건으로 지속 가능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완벽한 비건은 아직 아니지만, 최초의 채식 해장국을 개발했으며, 채수로 만든 국밥도 개발했다고 한다. 채식 해장국 식당을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비건 한식을 개발·유통하는 사업을 본격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15년간 신념에 의한 비건을 해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 조미료의 맛이나 가공된 맛을 싫어하게 됐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됐다. 실제로 식사를 할 때, 콩 잡곡밥과 하나 이상의 반찬을 먹지 않는다. 체지방은 20% 미만을 유지하고, 턱걸이도 15개 정도는 하는 건강한 중년이다. 오히려 갈수록 힘이 세지는 것 같다. 완전 비효율적인 자연 생식이나, 기타 비효율적인 식생활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념에 의한 비건이니만큼, 생명을 덜 해치는 방향,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방향, 공동체가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에 맞게 노력하고 있다. 오랜 잡식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 갑자기 채식 위주의 식사를 권하면 굉장히 불쾌해한다. 언젠가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유명한 순두붓집에 친구를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식사 내내 인상을 쓰던 것이 기억난다. 본인은 기사 식당의 시뻘건 국물의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순두부찌개가 진짜라고 말이다. 수십 년간 익은 식성을 바꾸는 건, 담배를 끊는 만큼 어려운 일인 것이다.
건강해지고 싶고, 날씬해지고 싶고, 환경을 지키고 싶고, 반려동물을 사랑해서 어떤 이유든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미 비건이 아닌, 비건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나,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 기존에 먹던 음식의 식감이나 맛은 유지하면서, 재료는 식물 위주로 바뀐 채 말이다. 대표적인 감자탕, 순대 볶음, 찜닭, 생선조림, 두루치기, 장조림, 전골, 덮밥, 닭죽 등 이건 채소로 불가능한 음식들이 아닐까? 저자는 100% 식물성 재료로 52가지의 기성 요리를 구현해냈다.
채식은 어떤 강요나 의식이 아니라, 단순히 식물을 먹는 식습관의 하나이다. 이것에 거대한 철학이나 사상 따위는 없다. 그냥 내가 동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거나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식물을 먹는 일에 관심이 있는데, 기존의 맛을 끊기 힘들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