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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이지은 지음 / 달 / 2021년 11월
평점 :

“여전히 책이라면 힘이 납니다. 15년 차 편집자가 말하는 책장 틈새의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의 힘은 얼마나 센 걸까?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책을 권한다. 이토록 부지런하게, 온 마음을 다해서, 매일의 일을 기어이 좋아하는 일로 바꾸는 사람의 말을 읽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일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반질반질해질 테니까.” 「김민철 작가」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좋아하는 일, 해야 하는 일,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이 중에서 마지막 일을 가장 많이 한다. 어릴 적 장래희망을 적어냈지만,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꿈과 현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사람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이지은」 저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너무 설레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참이슬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테지만, 가수 아이유의 본명이다. 이지은 씨는 돌잡이 때 책을 잡은 이유로 운명적으로 편집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15년째 책을 만들어오고 있는데, 책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 만남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1986년 출간하여 몇 번의 재출간한 책이 있는데, 古 고정기 선생의 『편집자의 세계』이다.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편집자를 두루 소개하는 내용인데, 자유 언론에 대한 저자의 동경이 묻어있는 수작이다. 고정기 선생은 편집자를 매파라고 부르며 혼인을 중매하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다. 출판사와 작가의 사이에서 양쪽 집의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 그제야 한 권의 책이 출판된다고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의 능력이 필요한데,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하며, 무엇보다 양쪽에게 신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퍼킨스는 나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충실한 친구였으며, 인생과 문학 양쪽에 걸쳐서 가장 현명한 조언자였습니다. 문장을 단 한 줄도 삭제하거나, 다시 쓰도록 말한 적이 없는 ‘고개가 숙어질 정도로 훌륭한 편집자’였습니다.”「어니스트 허밍웨이」 쿠바의 술집에서 그냥 인생을 허비했을지도 모를 그를 세계의 대문호로 설 수 있게 한 위대한 편집자였다.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돌잡이의 꿈을 이루고, 자기 일에 즐거움을 가지는 저자가 왜 인생을 편집하려고 하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질문하는 쪽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였다. 오늘도 온종일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다. “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만 써주세요. 무엇이든 쓰면 그다음은 제가 정리해볼게요.”라며 작가들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인생이 책처럼 편집이 된다면 얼마나 편하겠느냐마는,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위로의 말이 힘이 될 때가 많다.
편집자는 작가가 미처 꺼내지 못한 영감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해력과 문해력을 갖추고,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 그것을 완벽하게 편집해 세상에 알릴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 책은 작가의 원고가 어떻게 조율되고 세공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는지 알려주는 직업에 관한 소개이기도 하다. “덕질이 나의 직업이라고요” 애니덕후, 게임덕후 정말 여러 덕후를 했지만, 현실은 늘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해왔다. 덕력이 높았다면 애니업계나 게임업계로 갔었을 수 있었을까? 그 계통의 일을 했다면, 온전하게 만족했을까? “이따금 제 인생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을 다해 좋아했을 뿐인데, 그것들이 지금 제가 받 딛고 서 있는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정지혜」 인생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지은 씨는 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라고 한다.
역사에는 가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록이나 흔적을 찾고, 합당하는 증거를 가지고 탐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가정한 역사에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다. 인생 또한 작가의 글처럼 편집되고 그러지 못한다. 지나간 일은 경험이 되고, 다가올 일은 도전이 된다. 지금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까? 거창한 게 아니라도, 작은 거 하나라도 좋아하는 덕력을 한번 쌓아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