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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장우혜 지음 / 도서출판 야호 / 2021년 10월
평점 :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지만, 채식주의자에게 정도에 따른 단계가 있다고 한다. 《베지테리언》 비건: 윤리적인 이유로 모든 동물성 원료를 거부하는 단계, 음식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동물성 원료를 거부하는 단계. 락토: 우유까지는 섭취하는 단계. 오보: 달걀까지는 섭취하는 단계. 락토-오보: 우유와 달걀 둘 다 섭취하는 단계. 여기까지를 베지테리안 그룹이라고 한다. 《세미 베지테리언》 페스코: 육식은 하지 않고, 생선은 섭취하는 단계. 폴로: 닭만 먹는 단계. 플렉시테리언: 채식을 실천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겸하는 단계. Flexible + Vegetarian = Flexitaian 이 책이 소개하는 것이 채식의 가장 시작단계에 있는 이야기에 관해 다루고 있다.
“지나친 육식은 자연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한다. 누군가 가축을 무참히 다뤄 식욕을 채울 때, 다른 누군가는 식량 분배 불균형으로 배고픔에 지쳐 잠든다. 현재 우리가 마음껏 누리는 육식은 지구에 기대 사는 모두를 위해 지속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남들이 막고 바르고 입으니 나도 사야 하는 게 아니다. 몸과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나를 만족하는 것이면 된다. 80억 인구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나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책 소개 中」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두 부부는 갑자기 채식을 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 계기는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이튿날부터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어떤 다큐멘터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장식 축산의 잔인함이나, 환경오염, 자본에 의해 양심을 팔아넘긴 전문 집단인 의사들의 영양 불안증 형성하는 것 등 다양하다. 보통 다음날 바로 결정을 하는 경우는, 전염병을 이유로 산돼지들을 집단으로 매장하는 화면을 보았거나, 공장에서 최소한의 규칙도 없이 살해되는 동물들을 봤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의 채식은 미완성이다. 육식에 한 발을 걸친 어중간한 상태다. 충동적인 육식을 최대한 피하는 남편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스테이크나 소고기 햄버거를 먹고 싶어라 한다. 장 볼 땐 환경과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아보카도를 사고(남미의 마약 집단인 카르텔은 아보카도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이런 모순 가득한 삶을 ‘유연함’이라는 단어로 9할의 채식주의자로 사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전문가처럼 글을 쓰는 것 보다, 이렇게 솔직하게 쓰는 글이 나는 좋다. 수십 년간 비건을 해오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전문적인 지식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오래 하다 보면 고이게 된다. 나도 15년째 비건을 생활하다 보니, 나는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됐고, 맛에 대한 욕망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꾸준히 섭취하는 설탕이나, 과일의 단맛은 즐기는 편이기는 하다. 오래되고 익숙해지면 처음의 시작했던 마음이나, 실천의 과정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인 물이 되면 초심자를 잘 이해하려고 하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나쁜 습성이 생길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생명에 관한 죄책감을 느끼고 바로 끊어 버린 케이스다. 그 와중에 담배를 붙들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불을 붙이던 담배를 통째로 구겨서 버려버렸다. ‘내가 고작 이런 담배 따위도 끊지 못할 정도로 의지력이 없느냐면서 말이다.’ 그날 담배와 잡식성 식사 모두를 끊었다. 그게 15년 전의 일이다. 건강이나, 환경에 관심이 있었다면 여러 공부를 깊이 있게 했을 텐데, 나의 경우는 생명을 최소한으로 해치는 노력을 하는 것이었기에 큰 공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간간이 다큐멘터리나 서적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넓혀오긴 했다.
나는 거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10명의 전문의가 말을 해서 과반수가 인정하고, 또 거기에서 과반수가 인정한 결과라야 받아들일 정도이다. 내가 채식을 하면서도 굉장히 많이 들었던 질문이 ‘풀 먹고 힘쓰겠냐?’ 대부분의 채식 인들이 듣는 질문이다. 글로써 설명하면 귀찮고 길어진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몸을 가지고 15년 동안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반평생 체중이 60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마른 체형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왔는데, 다큐멘터리의 고릴라를 보고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몇 가지 풀을 먹지 않고, 거의 비슷한 풀을 많이 먹고, 인간은 거의 흡수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헬스를 하지 않아도 근육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내장을 가진 게 고릴라였다. 그렇다면, 나도 여러 음식이 아니라, 단일 음식을 먹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장내 미생물을 키우고 소화흡수율을 최대한 올려지지 않을까? 1년 동안 밥+무나물, 밥+시금치, 밥+콩나물 기타 바나나이게 그냥 주식이었다. 매일 그렇게만 먹었다. 결국은 근육은 더욱 늘었고, 체지방은 20%를 넘기지 않고, 턱걸이 15개 정도는 거뜬히 해낸다. 약해지기는커녕 더 강해졌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이 가장 신뢰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두 부부의 채식주의자 도전기는 사상은 위대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개인적인 식문화를 바꾸는 행위이다. 동물을 먹는 식습관에서 식물을 먹는 식습관으로 바꾸는 것뿐이다. 이 행위에는 어떤 위대한 철학이나 사상 따위는 없다.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취향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두 부부의 지금의 모습을 너무나 칭찬하고 싶다. 누구든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거든, 거창하게 말고 그냥 간단하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