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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21세기에도 전쟁이 있고 그 안에 영웅이 있다면 그 영웅은 반드시 식물성일 것이다. 유나인과 그의 친구들처럼. 『나인』은 행성처럼 무거운 눈물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우리들에게, 눈물 안에서 유효한 희망을 건져 내는 길을 알려 준다.” 「김지은 문학평론가」 “뒤틀린 어른이 뒤틀린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자라 뒤틀린 어린이 되어 다시 뒤틀린 아이를 만드는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뒤틀린 아이가 자라 온전한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 되기 전에, 상처와 슬픔이 무기가 되어 또 다른 출혈을 일으키는 세상으로 향하지 않도록. 그런 마음으로 썼다.” 「천선란 (창비 청소년 문학-107)」
『나인』을 접했을 때, 가장 큰 의문이 있었다. 창비의 소설 Y-02시리즈이며, 창비 청소년 문학-107의 두 가지 책이 존재했다. 어! 이게 멀까? 성인판 나인은 428쪽에 436g이고, 청소년판 나인은 392쪽에 498g이다.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정답은 청소년판이 원조이고, 창비의 새로운 [소설Y] 시리즈로 성인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책의 내용이 조금 다를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천선란」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나, 안양예고 문예창작과,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모든 교육을 글쓰기에 쏟은 젊은 작가이다. 나는 특히 이러한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진심이며, 좋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좋아하는 일로 결국 먹고사는 것이 가능한 사람 말이다. 2019년 26살의 나이에 첫 장편 소설 『무너진 다리』를 썼고, 2019년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시작이 화려한 작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의 수명이 길어진 탓일까? 과거에는 20대의 화려한 문호와 예술가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EBS 자연사 대기획 6부작 생명, 40억 년의 비밀」 1부. 소리 없는 지배, 식물편을 보게 되면, 식물이 우리의 머리에 고정적으로 각인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식물은 동물의 역사 보다 오래되었으며, 인간은 겨우 수십만 년의 진화의 역사를 가졌다면, 식물은 40억 년이 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곤충을 사냥하는 식충식물은 이제 더는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박고 움직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이지만, 줄기와 뿌리 그리고 잎사귀까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없다. 영리한 모성으로 지구를 품어 온 생존전략가들이다.” 식물은 다른 씨앗을 바람에 날려서 다른 식물에 기생하여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종족의 번식을 위해 개미에게 집과 먹을 것을 나눠주고 다른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도록 협력한다. 하늘 높이 뻗은 나무의 목적은 생존과 번성이다. 식물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생존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인』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인지 사실인지 무덤에만 가끔 피는 꽃이 있다고 한다. 꽃은 흰색이며 코스모스와 닮았지만 조금 작다. 무덤꽃, 무덤화, 묘화라고 불리는 이 꽃은 무덤이 생긴 지 10년이 지나면 싹을 틔우고 30년이 지나면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모와 단둘이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유나인’에게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숲은 2년 전 실종된 ‘박원우’의 비밀을 알려주게 된다. 결국, ‘유나인’은 친구들과 함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식물은 개미, 나비, 벌들과 소통하며 동반자로 살아간다. 심지어 동물과도 소통하며 생육방식을 서로에게 맞추며 진화해왔다. 오직 인간만이 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만물의 영장이라며,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앉아, 서로 간에도 알 수 없는 수천 가지의 언어를 만들어 불통한다. 식물이 말을 하는 것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 식물과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이 더욱 신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면서 영생을 탐하며, 신의 자녀라고 말하면서 자연을 파괴한다. 이처럼 불통의 존재가 또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이 세상에 왕따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