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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나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은 환자들은 퇴원할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놓은 작은 상자도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미공개 원고 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살인 사건」 2018년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양극성 장애(조울증)로 외래 진료를 보러온 30대 남성에 의해 수차례 흉부를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다. 성균관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는 해당 남성을 외래 진료를 하던 도중 흉기로 위협당하게 되고, 진료실을 뛰쳐나와 간호사들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임세원 교수는 진료 예약 없이 당일 접수로 찾아온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수락했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다. 또한, 간호사 및 근처 의료진들의 대피 지시를 하느라 주춤하였고, 이 과정에서 넘어진 것이 화가 되었다. 범인 ‘박모’는 대법원에서 겨우 징역 25년이 확정되었을 뿐이다.
임세원(1971년~2018년, 47세) 임세원 교수는 주변의 의료진을 대피 지시하느라 피난 구역에서 나왔다가 범인에게 살해됐기에 의사상자 지정 요구가 있었으나, 2019년 보건복지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 9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유족의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행정가들은 군이고, 행정기관이든 어떻게 이렇게 판박이 같은지 모르겠다. 그러한 사람들만 공무원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2016년 생전에 출간한 책에, 교수의 미공개 원고와 공동 개발한 ‘보고 듣고 말하기’의 요약본을 실은 개정증보판이다. ‘보고 듣고 말하기’의 핵심은 자살을 예방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교수는 책을 통해서 환자들이 ‘죽고 싶다’라고 말하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거잖아요’라며 상담을 이어간다. 듣기 좋은 말도 수백 번 들으면 듣기 싫어진다고 한다. 교통사고나 화재를 당한 환자들의 모습은 정말 처참하다. 이들을 응급실에서 맞이해야 하는 의사들의 트라우마는 정말 심각하다고 한다. 실제 14% 정도의 의사가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의사직을 포기한다고 한다. 저자는 20년 동안 싫은 말이 아니라, ‘죽고 싶다’라는 말을 매일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통증이 시작되고 뒤이어 우울증까지 심해지자. 나 역시, 죽고 싶어졌다.” 환자를 돌보며, 자신 또한 극단의 생각을 하면서 ‘막연한 희망’이 아닌 ‘근거 있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감성적으로 위로와 배려를 한다고 하여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연한 것은 추상적이고, 근거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뇌? 심장? 영혼? 마음을 다치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추상적인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임세원 교수는 본인 또한 자살에 충동을 느껴봤고, 극복과 상담의 과정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다. 2018년 그해는 교수의 이런 연구실적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였고,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쳐 흐를 때였다. 20년간 환자들을 치료하며 ‘좌충우돌’하였지만 “내가 모르면 그것에 대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자부할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책을 출간하고 환자를 돌보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통증만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타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타인의 병을 가져와야만 하는 것일까?’
“보통 사람의 정신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적당한 수준의 사기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나쁜 사건, 특히 답이 없는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런 긍정적인 경험조차 중단하는 것이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활동을 말이다.” 「p.141」 친구와 수다 떨기, 강아지와 산책하기, 좋아하는 팀 스포츠 경기 보기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살게 하는 일상의 경험인 것이다. 물방울이 모여야 비가 된다. 일상의 긍정적인 삶이 모여서 인생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