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에 빠진 악마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5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림원 / 2021년 11월
평점 :

「환상 문학」 판타지 문학, 가상적이고 비사실적인 요소 등으로 상상력이 강조되는 문학을 의미한다. 주로 공상(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상)의 영역을 소재로 삼는 장르문학이다. 마술적 사실주의 대표주자 격인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역시 환상 문학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나, 북유럽신화, 각 민족에서 내려오는 신화나 종교적인 민담에 공상을 더하여 문학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현대 이후에는 범위가 좁아져 톨킨의 『반지의 제왕』 같은 세계관을 갖춘 문학을 판타지 문학이라 많이 부른다.
악마(惡魔, Devil) 기독교, 이슬람, 불교를 막론하고 종교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악한 영이나,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인간을 질투하고, 인간 세상을 파멸하기 원하는 종족으로 그려진다. 천사가 인간을 돕는 연적 존재라면, 악마는 인간을 파멸시키는 존재이다. 기독교에서는 지옥의 왕으로 불리는 루치페르(샛별,금성)가 존재하는데, 9개의 계급이 있는 천사 중에서도 1등급의 세라핌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 볼 수 있는 대천사 ‘가브리엘’, ‘미카엘’이 8등급임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높은 계급의 천 사장이었다. 인간보다 최상의 종이며, 인간은 감히 신을 쳐다보지도 못하지만, 신의 바로 옆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는 왜 악마가 되었을까? 성경에서는 천사의 자유의지로 타락하고, 신의 자리를 탐하여 모반을 일으켰다고 한다. 게다가 이 모반에 참여한 천사가 반수가 넘었다고 한다.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면 모두 악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부 미국에서 늑대무리를 이끌고 수십 명을 죽인 늑대에게 ‘회색 악마’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늑대로서는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고 살기 위해 가축과 인간을 사냥한 것이 아닐까? 인간도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하지 않는가? 가축의 관점에서 그러면 인간은 악마가 되는가? 인간은 사랑하고, 가축도 사랑하고, 야생의 동물들도 사랑하며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악마가 왜 인간과 적대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종족들 간에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 악마들 사이에서는 자기들만의 윤리도, 규칙도, 사랑도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사랑에 빠진 악마』 “내 사랑, 나와 함께 인간들을, 우주를, 자연 전체를 복종시키고 싶지 않아?” 마치 파우스트 박사를 보는 듯한, 호기심과 지식욕으로 가득한 귀족 청년 알바로에게 악마 비온데타가 다가오고, 마술적 지식을 얻기 위해 악마와 계약한다. 그런데, 25세의 청년 앞에 나타난 악마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 악마다. 비온데타도 알바로를 마음에 두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알바로는 갈팡질팡 고민만 할 뿐이다. 사랑에는 거짓이 없다. 또한, 사랑은 각자의 주체성을 가진다. 꼭두각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비온데타의 사랑이 진심이라면, 알바로의 영혼을 취할 수가 없다.
악마가 인간에게 사랑에 빠졌고, 인간은 그 사랑의 유혹에 고민한다. 인간들을 복종시키고 싶은 것도 악마의 본심이다. 알바로와의 육체적 관계를 맺기 위해 물리적인 여성의 몸으로 변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온데타에게 인간의 복종과 알바로의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비중이 있을까? 알바로는 비온데타와 사랑을 맺고 인간을 복종시키는 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 이종 간의 사랑, 원수 집안의 사랑, 맺어 질 수 없는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
살아오면서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가? 나만 평생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세상의 종말을 원한다면 기꺼이 그 길에 따르겠다. 부도덕한 길임을 알지만, 내게 유일하게 사랑을 준 그 사람을 막을 순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음을 불사하겠다. 둘 간의 사랑은 1대1의 관계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둘 사이에 세상이라는 것이 사이를 디밀고 들어올 자리가 있을까?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어느 부분에 중심을 두는 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책으로 읽히리라 생각이 들고, 이런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