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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독자
막스 세크 지음, 한정아 옮김 / 청미래 / 2021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은 간결하고 날카로운 현재시제의 문장들로 긴박감과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제시카의 과거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섬뜩하고 기괴한 사건들이 그녀의 개인사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음울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월스트리트 저널」 추천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간결한 문장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는 부분이다. 문장의 꾸밈이 지나치면 산만해지고,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에, 책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간결한 문체이다.
막스 세크(Max Seeck, 1985년~37세) 핀란드의 영화제작자 및 시나리오 작가이다. 2016년 『Hammurab's Angels』 스릴러로 데뷔했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40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2020년 『The Witch Hunter』는 2022년에 텔레비전 시리즈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핀란드 작가의 작품이 마지막으로 영화화된 것은 1954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경력도 상당히 특이한데,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스위스 취리히에서 MBA를 수료했다고 한다. 영화제작, 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 어린 시절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방독자』 영미와 일본의 추리소설 위주에서 노르딕(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작가들의 추리소설이 최근 늘고 있다. ‘아바’, ‘아하’ 같은 음악의 주류가 되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까지 든다. 작가의 특징은 우연이 아닌 개연성이 확실한 탄탄한 플롯을 중심으로,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표현력에 있다. 작은 부분까지 섬세할 수 있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학문이나 자료를 엄청나게 섭렵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 마치 의사 공부를 하듯이 말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일본적 설명을 빌리자면, 사회파 추리소설에 가깝다. 사회파의 특징은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잔혹한 사건의 묘사에 집중하고, 주로 경찰이 사건의 실마리에 다가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인」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극소수의 변종을 제외하면 살인에는 각자의 이유들이 존재한다. 법에서도 의도와 행위가 모두 인정될 때 살인죄로 처벌하며, 고의가 없이 행위가 있을 때는 과실치사로 구분하여 비교적 약한 처벌을 한다. 고대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복수가 정당한 법 집행의 수단이 될 수 있었으나, 복잡해진 문명의 사회에서는 법체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이라는 것이 만드는 것도 상류층이고, 집행하는 것도 상류층이고, 또한 그들은 서로서로 혈연으로 연결되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상류층의 일탈보다 더욱 많이 일어나는 불공정한 사례들이다.
바닷가가 보이는 아름다운 고급주택가들이 모여있는 저택에서 북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코포넨의 아내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코포넨은 자신의 책 『마녀사냥』을 언급하며 책에 등장하는 살해방법과 유사점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근처에 또 다른 시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찰의 조사로 그의 집 앞의 얼어붙은 바다 밑에서 마리아와 똑같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시신이 발견된다. 코포넨의 소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썼기에, 주변에 다른 시신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사건에 가까운 코포넨은 경찰과 함께 수사본부로 향하지만, 도착하지 못한 채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다.
담당 경찰관 제시카 니에미 경사는 늘어나는 피해자들을 보면서,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판단하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인행위를 이어간다고 추리해낸다. 단순 사이코패스의 모방 살인이라는 초동수사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다음 희생자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가장 유력하게 살인의 목적을 설명 가능했던 원작자가 사망함으로 인해, 이제 경찰은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나는지를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동기와 이유가 밝혀질 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날 테니 말이다. 찾지 못하면 계속해서 다음 희생자가 나온다.
2013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순간 생각났다. 자신의 정의로 할머니와 손주가 굶어 죽었다. 민준국은 박수하의 아버지의 비리로 아내를 잃었다. 드라마는 복수와 정의 용서의 경계가 모호했다. 복수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법은 과연 정당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