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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혹사당하는 세대와 창작가들 사이에서 장난스러운 밈처럼 퍼져 나가고 있지만, 이 밈은 흥미로운 삶으로 향하는 영속적인 길을 제시한다.” 「타임스」 밈(Meem)은 도킨스 교수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들어낸 용어이다. 문화의 전달은 유전자의 전달처럼 진화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문화도 유전자의 전달처럼 복제하고, 진화하면서 후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유전자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어디일까? 작은 소국이나 도시국가들이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인 국가로서 직장인들이 가장 행복하게 느끼는 곳은 네덜란드라고 한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cne)지수가 가장 높다고 한다. 워라벨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며,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느 순간 일이 삶의 모든 것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자영업과 직장인 근로시간이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왜 소득수준과 행복은 높지 않은 걸까?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휴일이 소파에 빈둥거리면서 퍼져있는 사람에게 잔소리한다. 그렇게 누워있지 말고, 나가서 등산이라도 좀 해. 월요일부터 금요일 심지어 토요일까지 일을 해왔는데, 일요일마저 무언가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능력자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무능력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쉬지 못하고 ‘빨리빨리’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무언가를 우리는 모르고 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관용을 베풀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관용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길 추천한다.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아무것이 아닐까? 3분 동안 숨을 쉬지 못하면 사람은 살 수 없고,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고, 30일 동안 먹지 못하면 살 수 없다. 심지어 3일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환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잠을 자면서도 숨을 쉬고, 체온을 유지하고, 상처를 치유한다. 잠을 잔다는 것은 신체의 휴식을 의미하지, 뇌의 휴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뇌는 그렇게 밤새 우리 몸을 관리하고, 하루 동안의 육체적·정신적 노폐물을 배출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 모니터, 스마트폰을 돌아가면서 바라보며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공중파와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맥락 없는 거대한 정보나 타인의 삶의 단편적인 조각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예능을 보면서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진정 나의 삶인가? 나의 SNS에 달린 하트의 개수가 나의 행복 지수를 말해주는 것일까? 얼마 전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에 대한 내부고발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페이스북이 수익을 내기 위해 사용자 간의 분열과 불안을 내버려 둔다고 말이다. 또한, 소셜네트워크 미디어는 광고로 수익을 매출을 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그 틀 안에 붙잡아 두는 고도의 심리적인 작전을 펼치고 있다.
1957년 제임스 비커리는 ‘잠재의식을 자극해서 인간의 구매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 미국의 뉴저지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 ‘피크닉’을 상영하는 동안, 영화 사이사이에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짧은 수간에 ‘코카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와 같은 잠재의식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한다. 3000분의 1초 동안 스크린에 보이는 메시지에 코카콜라의 매출은 18%, 팝콘의 매출은 585 증가했다. 나의 의식은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을까?
우리 시대를 민주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은 무한경쟁을 의미하고, 민주는 평등을 의미한다. 두 말은 얼핏 보면 굉장한 조합 같지만, 서로 모순되는 말이다. 비즈니스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법칙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자본주들은 개인의 행복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에 더 우선한다. 그게 기업에 대한 그들의 도덕이자 윤리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을 못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 되고, 무능력자가 되는 것일까? 그럼 당신은 언제 휴식을 취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