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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간헐적 채식 - 한 달 안에 몸과 마음이 되살아나는 채식 루틴 만들기
이현주 지음 / 쏭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한 달간 고기를 끊으면, 한 달 안에 몸과 마음이 되살아나는 말은 사실일까?” 나의 경험담으로 이야기하자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51% 일어날 확률이 49%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자기만의 습관과 생태가 있다. 사람에겐 수십 년간 익숙해진 것에는 고기를 먹는다는 것 외에도, 너무나 다양한 요인 적인 습관들이 존재한다. 생각의 방향과 행동의 방향이 일치할 때, 저자가 말하는 어떠한 경험이 가능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라는 것이 엄청나게 거창한 문화가 아니다. 우리가 풀을 먹는 소나 말이나 기린을 보면서 놀라거나 대단하게 생각하는가? 채식동물이니까 그냥 그대로 보는 것뿐이다. 반면에, 고양이가 풀을 뜯어 먹으면 ‘세상에 이런 일에’ 제보가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채식·잡식·육식은 그저 먹는 방식의 하나일 뿐, 엄청난 사상적으로 보지 말기 바란다.
이현주 한약사는 경력이 조금 남다른 면이 있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한약사의 연령대가 비슷한 또래로 생각하면 그 당시 중앙대 신방과는 꽤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이다.) 우석대학교 한약학과를 다시 공부하고 졸업했다. 대구한의대학교에서 한방산업학 석사학위를 받고, 우석대학교에서 한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즉, 한의사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약의 조제만 하는 한약사라는 것이다. 외국 대학교의 여러 과정에도 참여하여 다양한 경험을 한 것으로 약력에는 소개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기린한약국을 운영 중이며, 2010년 고기 없는 월요일의 단체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
2003년 그녀가 처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해라고 한다. 한약국을 운영하기 전이었는데, 정신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시기라고 한다.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그냥 평범한 고민이라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드물다. 유지비·운영비·수익 등에 머리가 아플 때, 선배가 채식을 권유했고 매일 금강경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윤리·동물·환경·종교·건강 이러한 거창한 이유들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머리 좀 식히고자 한 행동이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100일 정도 지나면서 ‘한방 채식으로 한약국을 하자’는 콘셉트가 떠올랐고, 그렇게 한약국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계기로 그녀는 현재 18년째 채식주의자로 살아오면서, 강요가 아닌 권유를 해오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30일간의 간헐적 채식』 건강 에세이로 분류되어있지만, 건강 학술지가 더욱 어울릴 만큼 이론과 근거가 잘 집필되어 있다. 물론 나도 16년 동안 채식주의 식생활을 해오면서, 외부자료와 스스로 실험을 통해 나름의 체계가 서 있다. 그래서, 책에서 주장하는 20% 정도의 내용에 관해서는 생각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용에서는 실제 실험적·통계적 근거가 확실하므로 충분하게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은 그만큼 체계적이고, 한약사답게 전문적으로 쓰여있다. 채식에 관한 책은 이렇게 쓰여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살을 빼고, 암을 치유하고, 건강해지고, 명상하고, 환경을 살리고, 동물을 살리고, 공동체를 위하고…….” 등 이런 말들에 왜 항상 ‘채식’이라는 말이 들어갈까? 동양인이 쌀을 먹고, 서양인이 밀을 먹고 단순히 먹는 행위일 뿐인데 말이다. 요즘에야 워낙 미디어로 온갖 정보가 독일 될 만큼 넘쳐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겠지만, 채식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다. 이것은 단순한 믿음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극성 채식주의자들이 퍼뜨린 도시 괴담일까? 채식에 관한 연구는 동·서양을 통틀어서 수천 년 동안 꾸준하게 과학적·의학적·영양학적·생리학적으로 연구되어왔고, 그 통계를 근거로 말해진다. 즉, 이론에 대한 정확한 증거가 있는 것이 채식이라는 식습관이다.
나는 16년째 채식을 하지만, 식구에게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콜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이 콜라를 마시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아닌가! 또한, 일부 극성 자연주의식이나 생식을 하며, ‘채식천국 육식지옥’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 말을 외치면서 제발 무단횡단 좀 하지 말라고 말이다. 차라리, 그런 사람을 선도하는 게 백 배 사회를 위한 행동이 될 것이다. 책은 새해가 되었고, 채식에 관심이 있고, 건강이나 동물·환경 또는 나처럼 생명에 대한 윤리적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입문서로서 훌륭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