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상점 - 당신의 상처를 치유해드립니다
변윤하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평점 :

「변윤하」 1992년 여름 생, 책을 출판한 2020년 딱 서른의 젊은 나이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의 젊은 작가들의 책은 솔직하고 담백하다. 줄임말의 영향인지 아니면 유행은 도는 것인지는 몰라도,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는 내가 선호하는 글쓰기의 방식이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과(순수미술) 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차 적인 직업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것이고, 소중한 것들을 남겨두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한다. MZ세대의 본캐·부캐와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하겠다.
신선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체를 특징으로 하는 『그림자 상점』은 20세기 인문학적 사고의 대두에서, 21세기 예술적 사고가 대세임을 증명하듯 언어적 제한을 뛰어넘는다. 우리의 언어에는 사고에 대한 제약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인터뷰를 살펴보았는데, 그림과 글을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보이는 듯하다. “특별히 그림자라는 소재로 소설을 쓰신 이유가 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림자는 언제나 제게 꼭 붙어 있잖아요. 평소에 의식하지 않지만, 제게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저자의 이 답에 나는 첨언을 하고 싶었다. 미술가이기에 그림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람은 눈높이만큼 보이고,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만 보인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자’는 망치를 드는 목수만큼, 작가에게는 아주 익숙한 소재일 것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주인공으로 누구를 추천하시겠어요?”, “주인공 ‘여리’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는 ‘김소현’이에요 .”배우 김소현은 ‘리틀 손예진’이 불릴 만큼 이쁘고, ‘귀신아 싸우자’, ‘도깨비’에게서도 짧은 등장에도 강력한 인상을 남긴 예쁘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여리’의 모습이 그려지는 인터뷰라 하겠다.
『그림자 상점』 사람에게는 아니 물체에는 그림자가 한 개가 정상이다. 주인공 여리는 남들과 다르게 그림자가 세 개나 되었다. 다른 사람과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은 천재적이거나 따돌림 중 하나를 당하게 되는 법이다. 15살의 나이에 여리는 옥상 난간에서 그림자 두 개를 끊어낸다. 이제 다른 사람들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이야” 인사를 건네며, 그림자가 사람이 되어 찾아왔다!!!
떼어낸 그림자가 여리를 찾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그림자의 원래 주인인 여리와 함께 그림자 상점을 방문하지 않으면, 그들은 다시 그림자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림자들은 온전한 사람의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은, 여리의 그림자였던 시절 그들은 행복하지 못했을까? 그림자와 사람은 분명 다른 존재인데,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우리 민화가 있다. 천년을 살면서도 고작 100년을 살지 못하고, 밤낮 노동해서 밭을 일구어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인간이 되려고 애쓰는 ‘구미호’를 말이다. 인간의 신체 능력과 수명과 도력을 뛰어넘으면서도 ‘구미호’는 왜 그렇게 인간이 되려고 애썼을까?
과연 여리와 그림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만이 세상에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그림자 상점에서 이들은 과연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새드 엔딩? 해피 엔딩?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결말이 슬프거나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림자로 돌아가는 것? 그림자가 사람이 되는 것? 얼마 전 영화 『강릉』에서 작중 건달이 어린 시절 잠시 막노동을 했는데, 30년 막노동을 한 아저씨에게 ‘대단하세요’라고 말을 했다가, 귀싸대기를 맞았다고 한다. 현장소장도 건설사 직원도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데, 너 따위가 감히 막노동을 30년이나 했다고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한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