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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짜증, 불안, 게으름, 폭음과 폭식, 의존, 고독 등 이 모든 문제는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책은 말한다. 위의 본능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에서도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책은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생물이기에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새겨진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말하며, 유전자의 명령이 강하면 강할수록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노화나 죽음을 멈출 수 없듯이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과 ‘노력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 51가지를 통하여 생물학적 본능을 알아보는 책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살이 찌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든 동물은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자손을 번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위험한 장소에 다가가면 공포가 작동해 그곳에서 멀어지려고 하고, 생존에 유익한 행동을 하면 즐거워진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생존에 유익한 행동이므로 생물학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그런데, 왜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다. 지난 100년 동안 100배 이상의 생산물을 생산한 자본주의로 인해, 인류 역사상 이만큼 음식이 풍부하던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아직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이크 유전자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 먹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당했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먹는 것은 ‘지금 많이 먹어 두어야 한다’는 우리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명령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항상 가슴 안쪽에는 사직서를 준비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월요일 출근을 한다. 침대에 누웠나 싶었더니, 벌써 아침이고 출근을 하고 있다. ‘그래 오늘은 기필코 사직서를 내고 말겠다.’ 그러나 금세 주눅 들고, 오늘도 열심히 출근한다. “동물은 의식주가 해결되면 현실에 안주하려 하므로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현재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상태라면 이익과 손해를 비교했을 때 손해가 더 큰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직이나 사업을 생각한다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이 문제부터 잊어야 한다. 즉, 실패와 성공의 가늠이 아니라, 그 도전에 집중했을 때 우리는 시도할 수 있다.
“바람피우고 싶을 정도로 섹스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이 섹스를 좋아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마귀나 특정 동물들은 교미 후에 잡아 먹힐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섹스를 한다. 이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명의 가장 근원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 섹스를 좋아하지 않으면 자손을 남기기 어렵게 때문에 유전자 정보가 다음 세대로 계승되지 못한다. 즉, 섹스를 싫어하게 되면 우리 유전자는 이를 강하게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다처제인 고릴라의 고환은 인간보다 훨씬 작다고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일부일처제인 인간의 고환이 고릴라보다 훨씬 크다. 사실은 인간은 역사적으로 ‘난혼’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인간 남자의 고환은 ‘일부일처제+약간의 난혼’에 어울리게 진화한 것이다. 여자보다 남자의 바람기가 많은 것이, 이러한 유전적인 특성에 기인하므로, 말로써 나무란다고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태오의 말처럼 ‘사랑은 죄가 아니잖아!’가 정당화되는 것일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남성의 이런 유전적 특징을 줄이는 것에는 여성의 사회적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몇 가지의 이야기만 소개했지만,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책은 굉장히 재미있고, 논리나 근거도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우리가 홀로 고민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유전적으로 각인된 사실들을 인지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습관을 고치는 것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원인을 알면 수정을 하는 길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새해에 계획을 세워도 잘 안 지켜지고, 이유 없이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원인을 찾게 되면 해결방법도 나올 것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