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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저을 때 물 들어왔으면 좋겠다
샴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어떤 일에서 좋은 시기를 얻었을 때, 근면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는 사자성어 ‘得時無怠(득시무태)’에서 유래된 말이다. 반대되는 말로 ‘박수칠 때 떠나라’가 있는데,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에도 등장한다. 또한, 배에 관한 말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동서양에 전부 존재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양의 지휘를 받는 사자무리보다, 사자의 지휘를 받는 양 떼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동양에서도 실제 배에서 각자가 제멋대로 노를 저으면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게 된다. 즉, 한 사람이 노를 제대로 젓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로, 의견 수렴 없이 자기주장만 펼치다가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거나, 괴랄한 사태가 생긴다는 말이다.
『노 저을 때 물들어왔으면 좋겠다』 전작 『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뭐 우주를 만들 것도 아니고』 에세이로 20대 후반의 MZ세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3년 전 20대였다면, 저자 「샴마」는 이제 30대로 돌아왔나 보다. 전작의 유쾌함에서 이번에는 조금 더 여운 있는 서사를 담고, 깊고 진하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 관계에 관한 것들을 뼈 있고 힘있게 말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 말장난처럼 보이는 말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성숙한 성장의 말로 들린다. 흔히, 성공을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이루었다고 많이 말하는데, 실제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성공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정치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능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야 하며, 의식주를 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세상은 능력이란 말로 굉장한 보상을 받아갈 때, 누군가는 그 1000분의 1도 안 되는 보상을 받으며 희생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1000의 보상을 받았다는 성공한 사람은 다른 1000명분의 보상을 혼자 챙긴 것이다.
‘노 저을 때 물들어왔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도전을 했을 때,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주변이 나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들리고, 그 말에는 오롯이 자기의 능력이 아닌, 우리는 사회공동체로 함께 하고 있다는 성숙한 말로 들린다. 호모 사피엔스는 유전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을 배척하고 ‘이타적인’ 사람을 선호하게 진화해왔다. 저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세 친구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애들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해 ㅠㅠ.(ENFP) 그건 바로 우리가 함께이기 때문이야! 우리 같은 친구들은 없을껄!! (ENFJ) 둘 다 이제 그런 말 그만해. (ISTJ)” 친구이기에 같이 하기에 행복하다. INFJ-A 선의의 옹호자 케이스인 나는 덧붙여 말하면, 서로를 인정하고 나눌 수 있는 세상이기에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이 읽히고, 가볍게 읽히고,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솔직한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다들 한 번씩 이런 적 있잖아, 나만 그래?”의 말처럼, 사람이 사람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거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하다는 말처럼 말이다. 위로와 공감이 되는 것은, 그런 실수를 솔직하게 먼저 말해주며 다가오는 이런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감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