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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평점 :
◆ 소개
▷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도널드 리치
▷ 글항아리
▷ 2022년 08월 08일
▷ 344쪽 ∥ 468g ∥ 135*195*21mm
▷ 인문학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中》
인문학의 영어식 표현은 Arts(미술, 예술)라고 한다. 언어, 문화,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이 중심이자, 인간의 삶, 인간의 생각, 인간다움을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사회과학이 문명의 현상을 탐구한다면, 자연과학은 물질의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은 인간·지식·예술·과학·정치·윤리·형이상학 등 다양한 것들을 포함한다. 즉, 인문학은 인간의 삶의 본질을 다루는 학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난제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은 왜 사는가?” 일 것이다. 인간은 예술 그 자체이다.
미학(Aesthetics)은 인문학의 한 장르인 철학의 분과로서, 미(美)적인 사상만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인간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면, 미학은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시작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철학가·예술가·사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다르게 접근해왔다.
“동물 중에 유일하게 사람만이 패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 중에서 일본인은 패턴을 가장 잘 만드는 축에 속한다. 일본인은 패턴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패턴화된 사람들이다. 일본에서는 습관이 발전해 의례가 되고, 모범이 되는 전형이라는 것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해진 형식에 따라 각 부분의 모습이 정해지고, 그러한 삶의 모습이 모여 일본이라는 나라의 전체적인 틀을 만든다.”
“기모노에는 사이즈가 두 개밖에 없다. 남성용 사이즈와 여성용 사이즈. 기모노가 옷을 입는 사람의 사이즈에 맞추어 디자인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사람을 기모노에 맞추려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일본인은 성별과 같은 중요한 차이를 빼면 모두 같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진정한 독창성이 흔히 묵살되곤 하는 일본에서 개인의 특성을 살려 맞춤옷을 만든다는 개념은 중시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화합이 만사의 목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복장에서도 기꺼이 동질성을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며 인생의 목표이기도 한 행복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정의했다고 한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 말한 이후 서양철학의 최대 가치관이 되었다. 서양에서의 행복이란 자신의 이익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아시아에 행복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이후라고 한다. 19세기 이전에는 유교의 수신제가, 도교의 물아일치, 불교의 자비가 최대 가치관이었다. 이중 불교의 자비는 민중에 가장 가까운 가치관이다. 서양의 행복이 자신의 이익 추구에 있다면, 동양의 자비는 불행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마음을 다지고, 자신보다 공동체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것에 있다. 2천 년 동안 행복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살아온 서양인 저자의 눈에 일본은 참으로 신기한 나라로 보였을 것이다.
2021년 출판통계에서 일본 서적이 4,813권, 미국 3,451권, 영국 1,074권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출간되었다. 식민 지배, 일본 정치인 등에 관해서 엄청난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경제·문화 등에서는 여전히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의 사회현상이 5년이나 10년 뒤에 한국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기정화된 사실이다. 문화로는 가까운 사이이고, 정치로는 먼 나라가 일본이다. 서양인으로 60년 동안 지켜본 일본이 고유의 아름다움을 점점 잃고, 서양화되거나 통속화되어 저자는 매우 아쉬워한다. 실제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는 전통가옥을 그대로 두고 있는데, 점점 빈집이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있어,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공간 자체의 미학을 살려내지 못하고, 물질로만 채우려는 오늘날 우리 모습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다만, 책의 제목처럼 미학보다는 풍속사나 역사적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A Tractate on Japanese Aesthetics》의 번역인데, 저자의 여러 산문 중에서 일부 뽑아내 출간한 책이라 책의 연속성이나 불친절한 편집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