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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세계
안수혜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7월
평점 :

◆ 소개
▷ 막다른 세계
▷ 안수혜
▷ 생각정거장
▷ 2022년 07월 08일
▷ 280쪽 ∥ 408g ∥ 135*200*20mm
▷ 청소년소설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上》
막다르다, 더 나아갈 수 없도록 앞이 막혀 있다. 소설의 무대는 죽은 사람들이 100일 동안 사는 공간을 막다른 세계로 표현한다. 이승과 저승의 구분은 명확하지만, 삶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승의 한을 풀지 못하면 저승으로도 갈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로 매우 많이 만들어졌다. 《49일》은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3명의 눈물 3방울을 얻어야만 살아날 수 있는 내용이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영혼 마을이 배경이고, 사라진 시체를 찾으면 저세상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J.J 에이브럼스의 떡밥으로 유명한 《로스트》는 정체불명의 섬에 추락한 48명의 승객의 이야기인데, 이승·중간계·저승·평행세계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결말이 없는 드라마이다. 더욱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단테의 《신곡》도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분명 죽음 이후에 알 수 있는 세계이지만,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로 알고 있는 곳이 막다른 세계이다.
“우리 엄마의 삶은 행복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늘 바쁜 아빠와 항상 어리광 많은 아들과 지내는 엄마의 하루하루는 어땠을까? 엄마의 취미는 뭐였을까? 엄마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음악은 어떤 거였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떠올려보려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한 번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도 늘 내가 좋아하는 걸 좋다고 했으니까, 엄마를 잃고 나서야 새삼 엄마에 대해 궁금해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열두 살 수훈이는 작가의 남편이다. 엄마를 여의고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엄마가 이승과 저승에서 모두 행복했기를 바라는 마음, 막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그곳으로 가서 한 번만이라도 엄마를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위 대사는 잊혀가는 기억에서 모래알만 한 기억이라도 찾고 싶은 중년이 된 남편의 이야기이다. 막다른 세계에는 수많은 망자가 있기에 엄마를 찾기 위해서는, 엄마가 행복했던 기억, 좋아했던 장소 등을 알아야 한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오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머릿속에서 엄마의 얼굴이 점점 지워진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멘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백발이 희끗희끗한 동생 진석이 백골이 된 형 진태에게 하는 대사가 있다. “돌아와서 구두 완성한다고 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돌아온다고 약속했잖아요. 왜 이러고 있어요. 말 좀 해요. 50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50년을 엄마 냄새가 나는 이불을 부둥켜안으며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울던 이산가족의 모습이 겹쳐,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10년 만에 엄마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은 어릴 적 기억이었다. 술 취하면 난동을 피우는 아버지를 피해 감나무 밑에 숨던 엄마, 곱디고운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그토록 의연하고 강해 보이던 엄마가 삶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던 날, 호흡기 하나에 의지한 채 날 어루만지던 마지막 순간….” 소설가 김하인의 《안녕, 엄마》의 내용이다. “나…. 죽을 때까지 엄마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엄마, 세상에 단 한 분 울 엄마…. 나중에 우리 꼭 다시 만나요. 나는 저승 가서도 엄마 막내아들로 살 테니까…. 엄마, 나 밉더라도 부디 절 잊지 말아 주세요. 안녕, 엄마”
막다른 세계는 엄마를 잃은 남편에 대한 작가의 위로이자 의식이다. 김하인 소설가의 말처럼 엄마를 기억에서 보내지 않으면, 엄마는 아직 저세상에서 편안함에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배가 고프면 뭐든지 다 맛있기에 반찬 투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경주마의 눈가리개처럼 성공밖에 보지 못한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가족과의 행복한 기억은 돌아오거나 예정되어 있지 않다. 잊히기 전에 가족과 행복한 기억을 만들기 바란다. 언젠가 막다른 세계에서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책이 가족을 잃은 누군가의 아픈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