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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질 볼트 테일러
▷ 윌북
▷ 2022년 03월 30일
▷ 392쪽 ∥ 564g ∥ 145*220*30mm
▷ 뇌과학
“정신분석과 약물치료, 지극히 다른 두 치료법을 사용하는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마음과 뇌가 연결되어 있음을 매일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오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다.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무의식의 세계는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걸까? 하나의 뇌에서 비롯되는 마음인데, 왜 항상 서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로 평온하지 못할까? 사람의 마음을 극명히 다르게 바라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시각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뇌졸중에 걸린 뇌과학자가 이 정신과학계의 오랜 난제를 풀어낸 듯하다. 게다가 이토록 명쾌한 해석이라니!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그의 통찰과 해석에 빠져들게 된다.” 「김지용(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심장, 뇌, 영혼, 그 외 수천 년 전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알기 위해 노력했고, 20세기 게놈 프로젝트, 21세기 뇌과학/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알아내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결국, 뇌를 인간이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그래서 인간이 무엇인지 알아낸다면 더는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 인간이라고 불리는 필수조건 중에 ‘불확실성’을 가지기에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는 하버드대학교 연구원 시절인 1996년, 37세의 나이에 뇌졸중에 걸린다. 뇌 기능이 하나둘 무너지는 과정을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몸소 관찰한 최초의 뇌과학자라 한다. 개두 수술과 8년간의 회복기를 거치며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자각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세계적인 강연자가 되었고, 현재 미드웨스트 방사선치료 연구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뇌졸중 가족이 있는 나로서는 그 증상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흔히 말하는 중풍처럼 일단 언어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몸의 한쪽으로 편마비가 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더욱이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성격이 형성된다. 환자 본인도 힘들지만, 옆에 있는 가족들도 엄청 힘들어지는 질환 중 하나이다.
P.124 “뇌수술을 받은 후 나는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능력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감정을 명명하는 법은 다시 다 배워야 했다. 고통이 한 요소를 설명하던 것이 기억난다.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턱에는 경련이 일어났으며, 목 뒤에 있는 머리카락은 따끔거렸고, 손은 주먹을 꽉 쥐었으며, 피부에서는 땀이 솟아나고 있었다. 야생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논리적인 우뇌와 감정적인 자뇌, 기억의 연산을 담당하는 해마 등 뇌의 구조를 정의해서 알고 있다. 사고로 뇌의 한쪽 또는 대부분을 잃으면 인간의 기능이 중단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5분의 1도 남지 않은 뇌로 여전히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도 있고, 음악과 미술을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의사나 물리학자들은 그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껏 알아낸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고, 지금껏 알아낸 지식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예전에 읽었던 「템플 그랜딘」의 『동물과의 대화』가 생각나게 한다. 그랜딘은 2살 때 뇌에 장애가 있다고 진단받아 자폐증의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일반적인 사람과 대화가 어렵고 동작이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오히려 우리의 소통방식에서 20%밖에 차지하지 않는 언어를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물은 우리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서로 소통을 한다. 16년 동안 채식을 하면서 살아가면서 결코 알 수 없었을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생명을 바라보는 눈높이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얻게 된 것이다. 수치와 논문만을 근거로 뇌를 이해하려 대낮에 눈을 가리고 걷는 것과 다름이 없다.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뇌의 능력에 신뢰하고 뇌의 능력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 신뢰와 공감으로 신에게 부여받았을지도 모를 능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진짜 뇌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