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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 마쓰다 아오코
▷ 한스미디어
▷ 2022년 03월 03일
▷ 280쪽 ∥ 314g ∥ 128*188*17mm
▷ 일본소설 / SF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中》
마쓰다 아오코(松田?子, 1979년~) 일본 효고현 출생의 번역가, 소설가, 동화작가, 전 여배우이다. 도시사 대학교 문학부 영문과 재학시절 1999년에 극단에 음향 스텝으로 참가한 것을 인연으로 배우의 일까지 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에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사원으로 일하면서 번역가를 하게 된다. 서른 초반인 2010년에 「와세다 문학」에 『ウォ?タ?プル?フ?ばっかり!(워터프루프는 거짓말뿐)』로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2013년 『적재 가능』으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 제35회 노마문예 신예상 후보에 오르며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에서 “절망으로 가득 찬 희망의 서”라 평하며 한국의 페미니즘 소설에 공감과 경의를 표했다. 그렇다. 저자는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작가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여성의 권익 신장을 포함한 성 불평을 타파하자는 운동이다. 18세기~1950년까지의 영미 중심의 참정권 운동을 1세대라 부르며, 1960~1970년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2세대, 1990년 이후 정치·사회적 보다 여성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에 집중하는 3세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소셜 미디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며, 3세대와 다르게 1세대의 정치적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집착하는 4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정치적 문제를 크게 지적하는 4세대 페미니스트이다.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고, 퀴어리즘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나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고 여성에게 할 수 있는 만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집단의 차별이 아닌, 소수의 그 누구라도 ‘편견’과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페미니즘이 여성의 틀에서 벗어나, 더욱 넓게 모든 이들의 차별에 맞서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젠더 안에만 갇혀있기에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
P.011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아저씨’들이 동요했다. ‘아저씨’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응당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났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극성스럽게 난동을 피웠다. 《중략》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아저씨’ 특유의 농담이거나 몸개그이겠거니 생각하며 대부분 사람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디 ‘아저씨’의 말과 행동은 그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저씨는 부모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을 기준으로 20~30년 정도의 세대가 차이 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아저씨’의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래의 어느 날, ‘아저씨’들은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성 선진국으로 불리는 곳이며, 국민이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사회·문화를 주도하는 남성들에 의해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는 성향이 크다. 일본의 AV, 그라비아 등 소녀들은 아저씨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산업이다. 물론 강제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돈이 되는 문화를 제공하는 것에는 아저씨들의 영향이 크다. 성 매수자가 없으면 10대들은 쉽게 그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많은 부분이 닮았지만, 또 본직으로 매우 다르다. 특히 성에 대하는 자세나, 가부장적인 제도는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이 더욱 폐쇄적이다. 일본의 정치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정치인의 3/2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즉, 사무라이는 칼을 쓰고, 평민은 생업에 종사하듯 나누어져 있다. 민주주의 지수가 낮고, 성차별에 대해서는 심하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원래 무사와 평민은 다르듯이 말이다. 한국은 은밀하고 불법적으로 성 매수가 일어나지만, 일본은 대놓고 상업적으로 소녀들을 눈요깃거리로 상품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세일러문 감독이 제작한 1997년 『소녀혁명 우테나』는 기존의 신화적·가부장적·남성 우월적인 세계로부터 여성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독립하는 과정을 연출한 애니메이션이다. 페미니즘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고뇌에 대해 연출한 것이라 밝힌 감독은 말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이 애니메이션의 대사를 첫머리에 놓으며, 소설의 전반적인 구성과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서평은 전반적으로 묵직하게 썼지만, 소설은 꽤 가볍고 유쾌한 편이다. 강하기보다는 약하고, 할 줄 아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세상을 향해 새로운 혁명을 하듯이 말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소녀들이 어떤 혁명을 하는지를 유쾌하게 바라보며 읽는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유쾌한 복수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며, 너무 사상적으로 깊이 파고들려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