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전 3 - 십상시의 나라, 환관의 몰락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십상시는 영제(靈帝) 때에 환관(宦官) 장양(張讓조충(趙忠하운(夏惲곽승(郭勝손장(孫璋필남(畢嵐율숭(栗嵩단규(段珪고망(高望장공(張恭한리(韓悝) 등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명의 중상시를 일컫는 말이다. 역사서에는 그들에게서 훈육된 영제가 수장인 장양을 아버지, 부수장인 조충을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한다. 이들이 처음 거세를 하고 환관이 되었을 때 국부 항아리에 조등이 직인을 찍어줬고, 제아무리 임금을 좌지우지하는 십상시라 하더라도 자신들을 환관으로 만들어 준 조등이 살아있던 시절에는 절대복종했다고 한다. 그러니 조조의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권력자였으며, 아버지 조승이 가문을 지켜내려 애썼던 것이 이해가 된다. 조등이 죽고 이들의 전횡은 매관매직이었다. 모든 관직에 가격을 붙여 판매했는데, 그것도 임기는 전혀 보장했지 않았다. 수시로 독우를 파견해서 퇴출했기 때문에, 1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돈을 주고 관직을 구매한 자들은 본전이라도 뽑기 위해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징수하고 수탈하였다.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위에서 해 먹은 것을 아래에서 채우는 행동은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작금의 기업과 관리 하다못해 지방 공무원, 일개 주택공사 직원들의 아파트 사재기를 보아도 말이다. 아랫물이 먼저 흐려지는 법은 드물다. 모든 시작은 윗물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후한 189년 십상시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무능한 영제는 수많은 충신을 죽였다. 병약한 영제의 후계자 문제 때문에, 대장군 하진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역으로 발각되어 하진은 자신의 조카 유변을 황제로 세우기 위해 원소에게 5,000의 군사를 주어 궁궐로 쳐들어가게 한다. 그렇게 유변은 후한 13대 황제로 즉위하게 된다. 이에 십상시들은 1899월 하태후의 명령을 위조해 하진을 살해한다. 이것이 각지의 영웅들을 불러모으게 되는 계기가 된다. 조조, 원소, 원술 등이 군사를 이끌고 참여하게 된다. 2,000이 넘는 환관들이 장락궁에서 살해당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십상시의 난이라 불리게 된다.

 





난 중에 장양과 단규는 소제와 유협을 데리고 피신하다 모두 죽임을 당하게 되고, 소제와 유협은 구출되어 낙양으로 향하게 된다. 그야말로 중추가 무너진 조정이었다. 이에 민지에 주둔해있던 서량 자사 동탁이 사위 이유, 동생 동민과 함께 20만 대군을 이끌고 낙양으로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된다. 10마리의 여우가 있던 곳에 호랑이 한 마리가 들어온 것이었다. 동탁은 하씨 일족을 멸족시키고, 원소 등 청류파들을 지방으로 내치고 병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리고 소제를 폐위시켜 죽이고, 유협을 황제로 즉위시키는데 후한 14대 황제 헌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군웅할거의 시대로 돌입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반동탁연합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자들이 있나! 그야말로 죽 써서 개 주는 꼴이 됐군. 외척도 사라지고 환관도 사라졌는데 이제 사람 잡는 짐승 동탁이 왔구나!”

 






3권은 그야말로 무능한 황제의 끝을 보여주며, 환관들의 부패정치를 절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즉시 백성들의 무한 고통으로 이어지며, 누구라도 한때는 그러하듯이 패기 있는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그러한 정치를 바라보던 청년 조조, 원소 등은 이러한 세상을 고쳐보고 싶었을 것이다. 드라마 정도전의 대사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이성계는 결코 무력으로 신왕조를 세우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고 충직한 신하로 남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를 모르고, 역사를 몰랐다. 인류의 역사상 정치를 개혁하여 바르게 백성을 통치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을 말이다. 개혁이 실패에 달할 때마다 정도전은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 개혁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혁명은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청년 조조도 아직은 정치를 몰랐다. 개혁으로 부패한 세력을 몰아내고, 민본의 정치를 행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무력을 가진 동탁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정치의 본질과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을 것이다. 피를 흘리지 않는 대업이란 결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향후 조조가 무력으로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개혁이 실패할 때 혁명은 완성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조조전 2 - 황제의 나라, 황건적의 나라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투던 이야기가 초한지이다. 천하를 제패하기 위한 무력과 인재 실력을 모두 갖춘 항우였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유방에게 지고 패배자로 남게 된다. 그럼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어떤 인물인가? 중국은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는 나라였다. 한나라의 초대 황제이자 역사상 4번째로 황제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쓴 인물이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이다. 피지배층에서 황제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더욱이 초 패왕 항우를 상대로 승리하였으니 말이다. 특히 한족, 하나의 중국과 같은 오늘날까지 엄존하는 중국의 국가적 문화 정체성을 만들어 낸 창시자로서 중국사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아랫사람을 돌보고 이끄는 타고난 리더기질,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공황에 빠지지 않는 두둑한 배짱, 화끈하게 베풀 줄 아는 배포,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줄 아는 눈, 쓴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 그리고 가장 큰 것이 사사로운 감정의 문제가 있어도 실익을 잊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인물로는 일본 막부시대의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다. 그 역시 오다 노부나가의 종에서 시작하여 천하인 이라는 입지적인 인물에 오른 출세의 아이콘이다. 이런 유방(태조)이 세운 나라가 한나라이며, 기원전 202년부터 220년까지 400년을 버텨온 나라이다. 이 나라가 황제의 나라이다.

 





유굉(영제, 156~189) 후한의 제12대 황제로, 장제의 고손자이다. 어머니는 후한 황제의 5촌 조카인 동태후이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당숙 환제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16813세의 나이로 제위에 올랐다. 환제 때부터 환관들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제 즉위 바로 다음 해부터 두무와 진번 등이 환관들을 배척할 계획을 세우나, 환관들이 역습하여 사대부들을 몰아내고 조절, 왕보 같은 환관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매관, 외척, 환관, 황건적의 난, 강족 등 재위 동안 무능과 무기력의 끝을 보여주는 황제로 기록에 남아있다. 조조가 청년이 되는 시기가 바로 이 황제의 나라인 것이다.

 





영제 재위 중에 장각을 중심으로 184년 봉기하여 난을 일으킨 반란집단이다. 머리에 누런 천을 두른 것이 특징이며, 태평도라는 종교를 세워 후한 타도를 목표로 했다. 외척이나 환관의 전횡으로 인하여 가난과 병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이 많았고, 책에서도 언급되다시피 자신의 벼슬을 자랑하기 위해 고향에 정원을 짓기 위해 강제로 농민들의 땅을 약탈 또는 강매하여 소작농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런 병든 백성들이 장각, 장보, 장량 형제들에게 치료를 받다 10여 년 사이에 수십만의 신도가 되어 교단을 형성한다. 184년 장각 형제들이 사망하면서 난은 진압되고 실패한다. 이후 192년 다시 봉기를 하나 조조에 의해 진압당하게 된다. 누런 띠를 둘렀기에 그들을 황건적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리고 조조에 의해 진압된 수십만 황건적들은 차후 조조의 주력 보병대가 되는 청주병이라는 부대로 창설된다.

 


2권의 중심 내용은 조씨 가문의 사면초가와 황궁의 새로운 권력과 황건적 난의 시작이라 하겠다. 조조의 사숙 조정의 출세 이면에는 황후 송씨가 있었다. 권력다툼에서 멸족을 당하자 당연히 그 여파는 조씨 가문 전원에게도 향하게 되고, 전원 파직당하게 된다. 어린 조조의 눈에 비친 세상은 공명정대해야 할 세상이었다면, 청년 조조에게 비친 천하는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공자가 말하는 도리라는 것이 통하지 않았고, 벼슬아치들에게 필요한 양심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양심을 가진 관리는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거나 파직당하는 세상이었다. 그렇다. 정상적인 순리적인 생각으로는 천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천하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이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그 정상을 넘어서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비열한 성자 조조인 것이다. 비열한 성자라니 어떤 것이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치되는 두 단어일 것이다.

 





조조는 황건적의 난이 하북 일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하룻밤 만에 장군이 되어 토벌에 참여하게 된다. 난이 없었다면 혹시라도 조조는 칠숙 조윤의 삶처럼 벼슬을 등지고 초야에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는 천하는 일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선택한 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황건적 토벌에 나서 공을 세우며 조조는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조조전 1 - 농단의 시대, 흔들리는 낙양성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 톈진(天津) 출생. 현존하는 조조의 모든 사료를 단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통독하며 조조의 흔적을 쫓아 10여 년간 연구했다. 철저한 고증으로 가장 사실적이고, 가장 생동감 넘치고, 가장 완벽한 조조 전집을 완성했다. 저자의 정보를 검색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나마 잠시 인터뷰한 것을 찾았는데, 놀랍도록 솔직하다. 이 책의 원제목이 비열한 성자 조조이다. 정말 극과 극의 단어가 합쳐진 조조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중국에서 300만 부 이상의 판매가 있으면서 작가에 관한 관심이 커졌지만, 나이, 얼굴 그 어느 하나 공개된 것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으면서 매일 역사적 자료를 연구하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나이에 대해서도 1980년대 생으로 추측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나는 글을 쓸 줄만 알고 다른 것은 잘 모른다. 유명해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지고 책을 쓰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정도 인터뷰를 찾는 것이 저자에 대한 전부였다. 정말 느낀 것은 조조에 대한 사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글 쓰는 것 이외는 그 어떤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이렇게 장대한 대작이 완성된 것이었다.

 




우선 이 작품을 출간한 다연출판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읽은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를 너무나 그 시대로 들어간 느낌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편집이 마치 한 권의 병법서 같았다. 책을 들고 서서 읽으면 마치 전략가가 되는 기분이 들 정도니 말이다. 문고 사이트에서 검색해본 다연의 책들은 편한 내용이지만 나름의 철학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읽고 나면 사색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좋다.

 




책은 1~15권으로 마무리되는 장편 소설이다. 저자의 소개에서도 말했다시피, 나관중의 연의가 아닌 정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낸 책이다. 삼국지 소설의 시작은 항상 거의 황건적의 난이었다. 그러나 조조전은 조조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권의 중심되는 내용은 소년 조조가 청년이 되어가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성장기가 중심이다. 조조의 아버지 조승은 환관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두 성씨의 친척이 있게 된다. 조조의 유년기 시절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개방적인 아이로 성장한다. 청소년기는 칠숙 조윤에게서 사상적인 가르침을 받고 공명심이라는 것을 배운다. 사숙 조정에게서는 현실의 부끄러운 정치를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 혈기 어린 청년인 조조는 비난을 퍼붓지만, 훗날 그의 현실정치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청년 조조는 사숙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부패한 정치와 무능한 황제를 비난하며 공명심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그중에는 어릴 적 목숨을 구해준 하옹이라는 인물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사랑, 훈육, 가문을 지키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그의 정신적 유산을 자신도 모르게 얻어가고 있게 된다.

 




농단의 시대, 흔들리는 낙양성연의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황건적 이전의 시대와 조조의 집안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특히나 10~12세의 조조, 하후돈, 하후연의 이야기는 귀엽기도 하면서, 애꾸눈이 된 나중의 하후돈을 생각하니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기에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1부의 주요 내용은 청소년 시기를 거쳐 청년이 되어가면서 어른의 철학이 생기는 조조의 이야기이다. 정사에 기반을 두고 쓴 만큼 조조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정말 핵심적인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 버려도 되나요? - 당신과 닮았을지도 모를 _ 나의 가족 이야기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정재선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바야시 에리코는 성인 만화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자살을 시도했다. 그때부터 정신 질환을 앓기 시작했는데, 현재 통원 치료를 이어가면서 NPO 법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자살미수에서 다시 살아가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의 소개 부분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이 책을 출간할 수 있냐는 편협한 의문에서 시작해, 열린 사고를 하고 과연 어떤 책을 썼을지 더 궁금하게 되었다.

 




책은 가벼운 심리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프롤로그를 보자마자 가슴이 탁 막히기 시작했다. 도박과 폭력의 아버지, 매 맞는 어머니, 폭력을 대물림하는 오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렇게 20년간 함께 한 가족은 해체되었고 서로 왕래 또한 없다. 물론 대화나 용서나 사랑도 없다. 그렇게 책은 시작된다.

 




얼마 전 읽은 치료감호서 정신가 전문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조현병부터 많은 정신 질환 환자가 있지만, 정신과 의사도 해결할 답이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알코올중독으로 치료하기 위한 좋은 약물이 없다고 한다. 갈망을 줄여주는 약이 있긴 하지만, 조현병약처럼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들도 병으로 취급하긴 하지만 그저 나쁜 습관 정도로 보는 인식도 문제이다. 가정폭력 대부분은 취중 폭행으로 시작한다. 경찰들도 가정의 일에 굳이 관여하지 않으려 방관하고, 법은 음주자에게 심신미약이라며 세상 관대하다. 이로 인해 강력범죄 살인까지 빈번히 일어나는 대도 말이다. 두 번째는, 성격장애이다. “저 사람은 성격이 더러워로 단순하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고 괴롭힌다는 것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가족으로서 수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 어떤 고문보다 잔혹할 것이다. 성격장애는 성격의 병이기에 조현병처럼 격리치료도 하지 않는다. 그저 성격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치료하기도 힘들고 고스란히 가족에게 넘겨버린다.

 


뉴스에 대형산불 소식이 나올 때면 대부분 원인은 인재이다. 1초 만에 버린 담배꽁초나, 10초만 신경 쓰면 되는 안전규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타버린 산림은 100년이 걸려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의 일이라고 타인의 가족이라고 공동체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사회는 산불이 옮겨붙는 것처럼 병들기 시작해서 결국은 자신에게까지 화마가 미칠 것이다.

 




책은 20개의 장으로 쓰여 있고, 시작은 아버지에서 어머니, 오빠 결국은 해제된 가족으로 진행된다. 미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갇힌 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었지만, 결국 새로운 가족을 찾게 된다. 가족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한 저자가 마지막에 쓰는 글은 결국 가족을 찾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저자의 아픈 과거와 살아온 일상을 써내고 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했고, 현재는 치료를 받으며 마지막에 이런 글을 썼다. “그런 가족의 품에서 태어난 것, 좁은 집에서 어깨를 맞대며 살았던 시절, 그 모든 것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의미가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과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가족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혈연으로 맺어진 만큼 세상 그 어떤 공동체보다 신뢰하고 안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치료와 여러 활동을 통해서 가족의 본디 의미를 찾으며 알리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
왕숙영 엮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인하대학교 일본 언어문화학과 교수, 미시간대학 및 케임브리지대학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역서로 창조된 고전 일본 문학의 정전 형성과 근대 그리고 젠더, 일본 시가의 마음과 민낯이 소명출판을 통해 출간되었다. 현직 교수이시고 서문을 통해 퇴임을 앞두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명출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기독교 서적 느낌이 나지만, 20년 동안 학술서만을 1600종 가까이 펴낸 출판사라고 한다. 각종 탄산음료, 과일음료가 진열된 매대에 순수한 물을 파는 느낌이다. 직접 문고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다. 1600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국문학과 동아시아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데, 서점 매대에 진열되지도 못하는 것도 허다하다고 한다. 소명출판이 아니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1600권의 책을 출간하는 데 이것이 소명이라는 이름의 의미 같다. 학술서만을 내면서도 1천만 원의 상금을 주는 임화문화 예술문학상을 후원하는 곳이 소명출판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책을 보니 도대체 어떤 책일까 하는 궁금증과 나도 모르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는 일본의 고대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일본 전국에 갈대가 무성하여 일본 시가는 갈대와 닮았다 한다. 연약하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감수성을 노래했지만 쉬 꺾이지 않는 유연한 힘을 갖고 있다 한다. 책은 제본부터가 다르다. 페이지를 넘기면 실로 엮인 부분이 보이고, 내용을 몰라도 읽고 쉽게 만드는 재질의 종이다. 우선 내용을 떠나서 독서대에 올려서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또한 처음이다.

 

()는 무엇일까? 많은 독서를 하면서 가장 읽지 않은,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시였던 것 같다. 시란 일정한 형식에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를 통해 회화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문학의 형식이다. 또 일부에서는 시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시의 매력은 난해함’, ‘상상력’, ‘표현력등이 있을 것이다. 일반 문학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짧은 문장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유시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시의 한 부류로 보기도 한다.

 


처음 시집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장문의 어려운 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작정 책을 펼치고 읽는 데, 시가 굉장히 재미가 있는 것이다. 소설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편하게 펼쳐서 시를 읽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읽었는데, 하나의 시를 읽고 메신저로 시를 읊어 준 것이다. 위 두 시를 읊어 주고 시라고 했을 때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시 같기도 하고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글의 내용엔 힘이 있었다. 가을이 오는 한편에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 것 같았다. 거미로 태어나 거미줄을 쳐야만 하는 건가. 라는 시엔 대부분 사람의 숙명과 극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문장이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한 편의 시가 적혀있고 하단에는 저자의 해석이 곁들여 져 있다. 해석을 보지 않아도 그냥 와닿는 시가 있었고, 해석을 읽고 다르게 보인 시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시라면 엄청 길고 운율이 딱 맞고 그러한 것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 수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가 이렇게 달고 내 안에도 시적 감성이 있었단 말인가. 달을 보며 이렇게 좋은 달을 나 홀로 보고 잠을 잔다이 한 문장의 시로 인해 내가 보는 달은 세상에서 유일한 달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시의 힘인 것 같다. 시가 어렵거나 재미가 없다고 본인처럼 생각한 사람들은 이 책을 보기 바란다. 진정 내 마음에 풍요로운 감성들이 미치도록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