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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조조전 2 - 황제의 나라, 황건적의 나라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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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투던 이야기가 ‘초한지’이다. 천하를 제패하기 위한 무력과 인재 실력을 모두 갖춘 항우였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유방에게 지고 패배자로 남게 된다. 그럼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어떤 인물인가? 중국은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는 나라였다. 한나라의 초대 황제이자 역사상 4번째로 황제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쓴 인물이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이다. 피지배층에서 황제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더욱이 초 패왕 항우를 상대로 승리하였으니 말이다. 특히 한족, 하나의 중국과 같은 오늘날까지 엄존하는 중국의 국가적 문화 정체성을 만들어 낸 창시자로서 중국사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아랫사람을 돌보고 이끄는 타고난 리더기질,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공황에 빠지지 않는 두둑한 배짱, 화끈하게 베풀 줄 아는 배포,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줄 아는 눈, 쓴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 그리고 가장 큰 것이 사사로운 감정의 문제가 있어도 실익을 잊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인물로는 일본 막부시대의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다. 그 역시 오다 노부나가의 종에서 시작하여 천하인 이라는 입지적인 인물에 오른 출세의 아이콘이다. 이런 유방(태조)이 세운 나라가 한나라이며, 기원전 202년부터 220년까지 400년을 버텨온 나라이다. 이 나라가 황제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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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굉(영제, 156~189) 후한의 제12대 황제로, 장제의 고손자이다. 어머니는 후한 황제의 5촌 조카인 동태후이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당숙 환제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168년 13세의 나이로 제위에 올랐다. 환제 때부터 환관들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제 즉위 바로 다음 해부터 두무와 진번 등이 환관들을 배척할 계획을 세우나, 환관들이 역습하여 사대부들을 몰아내고 조절, 왕보 같은 환관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매관, 외척, 환관, 황건적의 난, 강족 등 재위 동안 무능과 무기력의 끝을 보여주는 황제로 기록에 남아있다. 조조가 청년이 되는 시기가 바로 이 황제의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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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 재위 중에 장각을 중심으로 184년 봉기하여 난을 일으킨 반란집단이다. 머리에 누런 천을 두른 것이 특징이며, 태평도라는 종교를 세워 후한 타도를 목표로 했다. 외척이나 환관의 전횡으로 인하여 가난과 병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이 많았고, 책에서도 언급되다시피 자신의 벼슬을 자랑하기 위해 고향에 정원을 짓기 위해 강제로 농민들의 땅을 약탈 또는 강매하여 소작농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런 병든 백성들이 장각, 장보, 장량 형제들에게 치료를 받다 10여 년 사이에 수십만의 신도가 되어 교단을 형성한다. 184년 장각 형제들이 사망하면서 난은 진압되고 실패한다. 이후 192년 다시 봉기를 하나 조조에 의해 진압당하게 된다. 누런 띠를 둘렀기에 그들을 황건적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리고 조조에 의해 진압된 수십만 황건적들은 차후 조조의 주력 보병대가 되는 청주병이라는 부대로 창설된다.
2권의 중심 내용은 조씨 가문의 사면초가와 황궁의 새로운 권력과 황건적 난의 시작이라 하겠다. 조조의 사숙 조정의 출세 이면에는 황후 송씨가 있었다. 권력다툼에서 멸족을 당하자 당연히 그 여파는 조씨 가문 전원에게도 향하게 되고, 전원 파직당하게 된다. 어린 조조의 눈에 비친 세상은 공명정대해야 할 세상이었다면, 청년 조조에게 비친 천하는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공자가 말하는 도리라는 것이 통하지 않았고, 벼슬아치들에게 필요한 양심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양심을 가진 관리는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거나 파직당하는 세상이었다. 그렇다. 정상적인 순리적인 생각으로는 천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천하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이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그 정상을 넘어서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비열한 성자 조조’인 것이다. 비열한 성자라니 어떤 것이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치되는 두 단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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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황건적의 난이 하북 일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하룻밤 만에 장군이 되어 토벌에 참여하게 된다. 난이 없었다면 혹시라도 조조는 칠숙 조윤의 삶처럼 벼슬을 등지고 초야에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는 천하는 일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선택한 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황건적 토벌에 나서 공을 세우며 조조는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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