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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파리 대왕은 1954년 월리엄 골딩의 작품으로, 1960년대 수많은 학생에게 읽히게 되었고, 1983년 노벨문학상을 그에게 안긴 작품이다. 그 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판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며, 전쟁을 피해가던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인해 무인도에서 고립되어 벌리는 모험담이다. 아이들은 문명의 교육을 다 받지 못한 상태였고, 그래서 더 근원적인 본능에 의한 사회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게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유일한 가치는 힘이 되어버린다. 신앙이나 이성 심지어 양심까지 상실하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마저 사라지고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의 사회게 되어간다.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암흑을 발견함으로써 소년이 아니게 된다. 현대판 파리 대왕이라고 불리는 『하피스 잔혹한 소녀들』이 어떻게 이야기가 그려질지 예측이 가는 정확한 소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소녀들의 현대판 ‘파리 대왕’ 무인도에서의 소년들이 인간의 근원적인 암흑을 그렸다면, “하피스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진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너희보다 더 나쁜 X가 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 말처럼 학교 폭력, 소셜 미디어, 정신 건강, 자살, 빈부 격차 등과 같은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점이 어우러져 섬뜩하고 독창적인 스릴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보다 진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소녀들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것이 더욱 섬뜩하다 하겠다.
“학교 폭력, 의심, 집착에 반전 결말까지! 복수는 그다지 깔끔하지도, 속 시원하지도 않다는 메시지를 주는 중독성 강한 소설이다.” < 킴벌리 벨, 디어 와이프 >
2013년 한국영화 ‘응징자’가 생각이 난다. 주상욱, 양동근 주연의 학교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주제인 영화이다. 주상욱이 피해자 준석, 양동근이 가해자 창식을 맡아 연기했다. 창식은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며, 학교 폭력 집단의 리더이다. 준석에게 갖가지 가혹 행위를 저지르고, 준석을 유일하게 위로해주는 여자친구 소은을 강간해 자살하게 만든다. 그리고 경찰에 잡혀가나, 부유하지 못한 집단의 이인자인 두준이 소년원에 가게 되고, 창식은 집안의 배경으로 풀려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준석은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취업하려 하지만 매번 면접에서 떨어진다. 자퇴와 검정고시와 가난한 그의 배경이 그를 발목 잡았고, 발렛파킹 알바를 하면서 겨우 살아간다. 우연히 창식의 차를 발렛파킹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게임회사 팀장이 된 창식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에 준석이 창식을 상대로 끈질기게 원한을 갚는 내용이다. 무척이나 암울한 내용이며,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 창식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근원적인 악의 배경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집단 공동체를 이루어 협력함으로 인해 진화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최후의 경쟁상대인 네안데르탈인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는 데, 일부 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동감하는 능력을 꽂기도 한다. 같은 동족이 아닌 들개와도 소통하여 협력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에게 동감하고 협력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오랜 진화의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소위 1%의 부를 소유한 열성인자 집단에 의해 그 신뢰의 관계가 훼손된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의 교육과 그 방식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한경쟁만을 부추기고, 계급이 없다 하면서도 부의 격차를 이용해 상대를 조롱하는 시대의 모습이 아이들의 행동으로 묘사된다. 잘못이라는 말은 바로 잡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과연 이 소년들의 잘못은 누가 어떻게 되돌려 놔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