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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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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판세가 불리할 때는 한 장의 카드에 모든 것을 걸어 보는 모험도 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알프레트 요들 독일군 참모총장>
아르덴 대공세는 1944년 12월 16일 ~ 1945년 1월 25일 진행된 나치 독일과 연합군의 겨울 전투, 서부전선. 벨기에, 룩셈부르크 대공국, 아르덴 숲의 전투이다. 이 한 달 남짓의 전쟁으로 히틀러는 자살하고, 독일은 항복하게 된다.
앤터니 비버(1946년 영국출생.) Royal Military Academy Sandhurst를 나왔으며 존 키컨 밑에서 군사역사를 공부했다. 영국 제11경기병대 장교로 복무. 1975년 첫 소설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4종의 소설과 12종의 논픽션을 출판했다. 그의 역사 저술은 치밀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시각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면 기갑부대가 따로 있으므로, 전투부대가 아닌 행정부대에서 복무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른 나이부터 오랫동안 군사학 관련 교수로 재직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가르친 저자의 깊고 넓은 식견은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정말 기대하고 읽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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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와이트 아이젠하워 (1890~1969)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유럽연합군의 총사령관. NATO군 최고사령관과 컬럼비아 대학교 총장을 역임. 1942년 6월에는 육군참모총장 조지 마셜 장군의 선택을 받아 중장 진급과 함께 유럽 주둔 미군 총사령관이 되어 북아프리카 전역에 참전했다. 1943년 12월에는 아예 유럽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되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아이젠하워를 다시 대장으로 진급시켰으며, 1944년 말에는 원수로 진급, 5성 장군이 된다. 필리핀을 떠나서야 맥아더의 요청으로 육군 대령으로 승진했고, 그제야 재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해 1941년에는 준장까지 진급했다. 무려 3년 만에 원수로 진급한 것이다. 맥아더는 대권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으나 대통령이 되지 못하였지만, 맥아더보다 밑이었던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었다. 만나 본 사람은 대인 관계가 정말 좋았다고 한다. 또한, 대립하는 두 집단의 조정에도 능해서 ‘패튼’이나 ‘몽고메리’같은 고집불통 장군들 간의 갈등을 잘 무마했다. 용장보단 타고난 행정가나 외교가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읽은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같은 용장의 전술적 승리도 결국은 제갈량의 전략적 지휘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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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덴 대공세는 채 두 달이 안 되는 연합국과 추축국의 서부전선 이야기이다. 1차 세계대전을 치렀지만, 2차 세계대전은 더욱 진보된 기계 무기들과 화학전이었고, 인류역사상 최악 최대의 전쟁이었다. 수많은 명장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영화로 책으로 전해지고 있다. 몽고메리, 패튼, 롬멜, 브래들리, 클라크 등 전장에서 공적을 세운 장군들이 있는가 하면, 연합국의 상성이 맞지 않는 장군들과 정부들 사이에서 승리로 이끈 외교력과 행정력의 아이젠하워는 최고의 지략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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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은 8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문헌과 사진 목록과 그에 대한 기록들이다. 군사학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얼마나 많은 기록을 연구하고 살폈는지 보고 놀라울 따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현재 남아있다. 추축국의 리더인 독일의 항복을 받아내게 한 결정적이자, 최후의 전쟁이었다. 지독스럽게도 잔인하고, 지독스럽게도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전쟁을 말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이 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순된 계급사회와 그로 인해 희생되는 많은 양민에 가슴이 아팠다. 『아르덴 대공세 1944』는 단순히 전투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인간의 무지한 폭력의 이름인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알려주는 증언의 역사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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