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계속 졸음이 밀려왔다. 요즘 스트레스 받으면 종종 몸이 졸음을 강제하여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려고 했다..
시험은 정말 공정한가? 시험이 그나마 채용시장에서 직접 차별당하는 것보다야 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시험에 뛰어들면서도 시험밖에 남지 않은 현실이 공정한가? 왜 먹고 살기 위해서,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서 시험에 올인해야 하는가? 시험은 시험이라는 제도에 특화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시험에 합격하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는 반드시 시험에 의해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왜 말하지 않는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마저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현실을 왜 함께 말하지 않는가? 시험이 자본을 가진 사람에게 더 유리하도록 계속 변형되고 있다는 사실, 시험의 판을 짜는 일은 노동력만 가진 사람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외면하는가?
시험 하나 통과한다고 함께 살자는 일을 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왜 공유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고립감에 몰렸던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냥 위안이 되지만은 않았다. 이미 노력했음에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게으르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갈음하는 사람들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아닌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바꿔야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지 쉽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능력주의적 평가 기준이 성별고정관념을 배제해 성차별을 완화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젠더 혹은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업 내부의 객관적 혹은 주관적 평가 기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젠더 중립적인 평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소수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의 개입은 제거될 수 없다. 우선 구성원들 간 존재하는 지위의 격차는 구성원들에 대한 기대치를 상이하게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144p
위 사안은 싱어게인 역대 우승자 3명 모두 남성인 것에서도...발견했던 것 같다. 심사위원 투표든, 시청자 투표든, 남성이 연속으로 우승한 것이 이상했다. 그 외에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여성이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남성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했고 비슷한 수준일 경우에는 여성이 하향평가 받곤 했다.
내가 사회운동을 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해방을 위해서이다. 혼자 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 돌볼 수 없기 때문이고, 사람 뿐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 함께 숨쉬는 식물들과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삶을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적응이 어려운 건, 나를 바꾼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나를 바꾸려 애쓰는 게 나를 위한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 시장에서 나 자신의 삶만 구하려 애쓰는 일로는 나 자신도 구할 수 없고, 누군가의 희생을 항상 방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희생되는 사람이 나이기도 하리라는 마음 때문이다.
돌봄 대상자가 되는 것 이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을 운명이라 여기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돌보며, 돌보는 일로 기쁨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살 수 있는 삶을 간절히 바라고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더 맡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살고 싶어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어떤 형태의 돌봄을 내가 전할 수 있을지, 어떤 형태의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그것을 개인의 힘만으로 해내도록 내던져버리는 현 사회에서, 어떻게 시스템이 돌보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를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이 꿈은 함께 만드는 꿈이 아니고서야, 누락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할 수 있는 것부터 말하되, 열려있는 꿈이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청년여성이 자신을 탓하지 않고 사회를 탓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했는데, 그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 책이 당신에게도 힘이 되기를, 나 혼자만 괴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숨을 쉴 수 있는 결정들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 길이 함께 사는 길이기를 바란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자살률이 감소하다가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한 현상에 주목하면서, 청년여성의 높은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남성의 자살률은 증가하지 않았다.”p11-12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가 교육에 개입되면서 자신이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패배감이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쳐 이들 중 대부분이 불안증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는다고 지적했다.” p13
"아빠는 원래 성격이 그래. 너가 성격을 고쳐."p74
"딸로 하여금 지금까지 수행해온 가족규범을 준수하게 만들고 그녀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균열의 존재를 지워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어머니들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딸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도록 유도한다."p75
"승진도, 성과평가도 없는 직군이라는 여성들의 직장 내 지위는 중심부 노동자들의 책임 전가뿐만 아니라 괴롭힘에 대한 고용주(사용자)의 방관을 낳는다. 불안정한 고용관계는 이들을 일회용 노동자로 인식하게 되고 회사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결을 지체하며 피해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괴롭힘 문제를 처리한다."p97
"교육상품을 구매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임금노동이 제한된다는 사실은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청년여성들에게 그 자체로 위험부담이 된다."p102
"게다가 노동시장에 만연한 성차별은 시험이 가지고 있는 공정성을 부각한다."p106
"기업별 노조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꾸려 집단주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 내부노동시장은 경력직을 채용하기보다 공채, 즉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선호하기에 외부노동시장에서 경력을 시작한 노동자들이 내부논동시장으로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에 가깝다."p109
"이들은 짧은 근속연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직에 성공했는데, 이는 많은 지원자들의 근속연수가 짧아 그것이 유의미한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대부분의 회사들이 서로 유사한 수준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p118
"앞선 참여자들이 경험한 반복적 이직은 열악한 노동지위에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선택'은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행위로 이동을 의미화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압박에서 비롯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체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즉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러한 삶을 위하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인식하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틀로도 작동한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특정한 삶을 바람직한 것으로 위치 지으면서, 그러한 삶을 향해 정진하도록 우리를 통치한다. 모든 사회관계의 토대를 시장으로 간주하여 시장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도록 명령하면서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합리성을 구축하고 동시에 경제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전 영역에서의 합리성의 세계를 그려낸다." p118-p119
"남성 노동자에 대한 선호 앞에서 여성들의 노력은 무화된다. 남성들과 함께 경쟁하는 직군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차별은 남성 노동자와의 직접적인 비교 속에서 이뤄진다...비대졸 여성의 경우 이들이 경험하는 차별은 대체로 여성집중직종에서 이뤄지는 여성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다. 이러한 가치절하는 사회적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서 성차별로 의미화되기도 어렵다." p135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일환으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야기된 실패를 개인의 무능력으로 포장하여 도덕적 멍에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사회구조적 문제는 '노력'이라는 개인의 영역으로 치환되고 은폐뙤며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잉여'들은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p143
"청년여성들이 자신의 '회피'성향의 원인으로 이야기하는 게으름은 실제로 무기력하거나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하나의 해석으로 이해해야 한다."p152
"자신의 현재적 결함에 대한 성찰이 지속될수록 이들의 결함은 과거로 소급된다. 특히 양육담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아정체성은 어린 시절의 부모 양육에 의해 형성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서사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p153
* 이 책이 궁금하여 서평단을 신청했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