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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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책이 금융자본주의를 마냥 예찬하기만 했으면 이 책에 몰입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돈의 속성에 관하여, 도박에 빠지는 사람의 심리에 관하여, 그걸 허용하는 합법적인 시스템과 정부,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나열된 불법적인 일과 그 경계에 있는 일에 관하여, 어떻게 이렇게 잘 드러낼 수 있는지, 그마저도 옳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휘말려들어가는 사건을 쓰는 힘에 놀랐다. 장편인데 지루한 곳 하나 없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읽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나, 소망 등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적응하지 못한 본래의 삶에서 느낀 좌절감도, 스스로 한 말을 번복해야 하고 사람들을 실망시켜야 하는 그런 과정들도... 상황을 통제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좌절감도. 그럼에도 계속 그가 바라는 삶을 놓치 못하는 것도, 바라는 삶을 놓아버릴 정도로 수단에 집착하여 주객전도가 되는 모습도, 내가 봐왔고 겪었던 일들과 비슷했다. 나는 금융자본주의가 지닌 속성을 경멸하기만 해왔던 사람이라, 이 욕망이 이토록 좋고 나쁜 의미에서 인간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할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전통적 의미에서 인간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성을 몰살하고서라도 쫓는 욕망과, 그 욕망의 파괴적인 속성, 그 파괴적인 욕망을 좇은 이유가 인간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앞으로도, 그가 걸었던 길과 비슷한 길을 전혀 갈 생각이 없으므로, 이 책은 내게 완전한 판타지 소설 속의 이야기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판타지 소설은 현실의 은유이므로. 이토록 선명하게 현실을 비틀어 만들어낸 판타지를 판타지소설이니 뭐니 하는 표현으로 말하는 것조차도 이상한 것 같기는 하다. 여러 의미에서 이 소설에서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이 사태에 이 시대에 사는 다수가 한 번쯤은 얉게나마 발을 담궈보았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주식을 한다고 말을 했었기도 하고... 나는 노동수익으로 삶을 꾸려갈 수 없어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발전과 안정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라고 믿고 있었기 떄문에, 이는 위험부담을 개인이 어느정도 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돈으로 돈을 버는 일이고, 불로소득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알지 못한다. 모든 불로소득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예 노동을 할 수 없더라도, 그를 위한 수입은 필요하다. 투자자, 또는 피투자자가 되어야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건 이상하다. 투자자나 피투자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은 버려진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느정도 노동을 할 수 있을 때, 이들의 노동력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동등하게 놓고, 해낸 만큼만 수입을 준다고 하면, 임금 노동자의 수입이 능력에 따라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기준에서 조금씩 더 주어진다는 사실이 잊혀진다....  누군가는 크게 차등을 두는 게 옳다고 여길지는 모르겠으나, 노동한 가치만큼 주는 것도 측정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능력주의'를 표방한 곳마저도 그렇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사업가'로 일해야만 하는가? 이것 역시도 이상하다. 모두가 사업가가 되면, 모두가 사업가로 살아남을 수는 있는가? 대다수는 대기업에 병합되거나 하청업체가 되지 않던가?
편향적으로 주어지는 불로소득,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고 역할을 하는 개인과는 무관하게, 그 시스템이 괜찮지 않아도 시스템에 따라 행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불로소득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어떤 종류의 불공정이 유리한 인간에게 비인간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에도 부정적이다. ….이 분배 시스템은 노동강도에 따라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빈익빈부익부에 따라서 제도 활용에 따른 유불리가 나누어질 뿐.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킨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투자자본'인 만큼이나, 정부의 눈먼 돈을 활용하는 건 더 많이 감시받고 검증해야 하는 빈자가 아니라 부자라는 점에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금융자본주의를 한 인간이 도박처럼 활용하는 모습을 묘사한 이 소설이,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진 우리 시대 사회상을 잘 그리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두가 비슷하게 바라는, 인간다운 삶을 살리라는 소원을 이루려고 금융자본주의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결국 나쁘지 않은 결말을 얻었기 때문에도, 시스템이 인간을 착취하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권장하기는 어렵다. 신랄하게 비판하는 서술어 사이에 선명하게 살아있는 욕망이 나와 닮아서 어쩔 수 없이 몰입해서 읽고 말았다, 종종 매력적이고 분석적인 문장들과 묘사와, 이야기 구성 측면에서도. 잘 만든 이야기라서,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부러워졌다. 그렇지만... 역시 이 길에 눈꼽만큼도 발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럴 능력도 없고. 욕망을 이룬 사람이 지고 있는 반대편의 그늘이  무섭고 섬뜩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이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건, 아마 내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라 그렇기도 한 것 같다. 내가 과연 내가 바라는 대로 계속 조심하면서 살 수 있는 인간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나 살자고 다른 것들에 눈감으며 살면 어떡하지 항상 무섭다. 그래서 이렇게 리뷰를 쓰고 나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소설은 인물의 욕망이 계속 끌고나가는 세계이지 않나 싶어서,  하여튼 이 소설은... 잘 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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