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층적응 - 기후대혼란, 피할 수 없는 붕괴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젬 벤델.루퍼트 리드 지음, 김현우 외 옮김 / 착한책가게 / 2022년 8월
평점 :
지금 시스템으로는 기후붕괴를 막을 수 없으리란 절망감에 내내 잠식되어 있었다. 때문에 기후붕괴 이후의 사회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핵발전소 멜트다운으로 인한 지역오염, 자급자족, 농사기술의 필요성, 어쩌면 농사조차도 불가능할 환경에 마주할 가능성, 공동체와의 새로운 방식의 연결. 내게 자산이 없고, 땅을 산 이후에 이를 준비하기 시작하겠다고 한다면,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내게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내 안전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발언과 행동의 자유를 원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것인지는 모르는 채로.
기후정의에 관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조차도 누구는 비건을 하고 누구는 육식을 줄이는 데 머문다. 에너지문제에 있어서도, 누구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더라도 어떤 땅에 지을 것인지 고민해야하며,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남반구를 재식민화하여 에너지를 조달하는 유럽의 방식을 따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온도차는 그렇다 하더라도, 아예 고민조차 안하고 일회용컵에 매일 커피를 마시고 배달음식을 생각없이 주문하거나, 육식을 세끼 지속하는 사람들도, 아직도 기후위기를 거짓말이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괴로운 건, 내가 먹는 먹거리조차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며, 따라서 아무리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할지라도, 나 역시도 누군가가 생산한 음식을 구매해서 먹어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채를 포장할 때도 플라스틱 부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래서 가급적 시장에 가서 직접구매를 하려고 한다고 할지라도,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는 사실상 너무 품이 많이 든다. 그리고 내게는 그게 가능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기후위기에 계속 기여하고 있고, 그 사실이 우울을 유발한다는 점도 생각한다. 만약 이 모든 것을 다른 방식으로 실천가능했어도 우울했을 것 같기는 하다.. 혼자 실천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개인의 실천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심각한 건 단 한번의 결정으로 일반 노동자 몇십만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자들을 막지 못하는 게 더 문제니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소비시스템도 그렇고, 이토록 여유없이 살아야만 하는 이 상황도... 그리고 이것은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정의의 이름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붕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할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누군가가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하게 할 수 없다. 정의의 이름에 포함되지 않는 목소리가 많을 수록, 기존 시스템이 하던 일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구독 ai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필요없고 데이터와 자본이 있으면 되는데 이 자본을 끌어오려고ai를 구독방식으로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거다. 사회복지사가 해왔던 노인과의 대화도 이제 ai가 한다고 한다. 사람보다 더 친절하고 다정하니,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은 걸까? 이들은 ai가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해도 괜찮나? 노인이 되어서 ai와 소통하고 싶은 노인이 되고 싶은건가? 차라리? 나는 이들이 내놓은 대안이라는 게 당신들은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는 확신때문인 것 같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나라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 AI와만 접촉해야 한다면 삶에 의미를 잃을 것 같다. 아닌가, 지금도 딱히 삶의 의미를 못느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어찌되었건, 이 시선은 노인을 철저히 관리대상으로 보는 입장으로밖에 안 읽힌다. 게다가 이들이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부규제 및 투명성을 요구하는 세력을 이유로 들던데, 여기서 투명성은 '윤리성'을 의미하는 건가? 이루다의 실패 이후에도 사람들의 사고라는 블랙박스를 필요로 하는 건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든, 그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라는 건 사람들이 인터넷에 퍼올린 말들이고 그들의 삶이 담긴 자원이다. 저작권이 있는 것만 저작료를 내면 끝나는 게 아닌데 마치 저작료정도는 감수할 만한다는 듯이 말하는게 당혹스러웠다. 이들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도 아니면서, 무얼 위해서 AI개발을 한다는 건지... 우리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부 역시도 연결되어 있다면, 단지 다른 사업자가 더 빨리 무언가를 개발하여 상품화할 것이라는 점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 일을 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는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일일지 아닐지도 궁금하다.
예술이 예술일 수 있는 건, 법과 규칙으로는 다 포용되지 않는 삶을 잘라내지 못하고, 다시 삶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인데, AI가 만들어낸 '예술'이라는 것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데이터들의 집합이 무엇을 도출해낼지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모른다는 건 어쩌면 더 나은 가능성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나은 가능성조차도, 인간이 AI의 결과물을 보고 만들어낸 가능성이지 AI가 만들어낸 가능성이 아니다. AI는 결과물에 반응하지 않고, 인간이 AI의 결과물에 반응하는 것이므로. 데이터가 편향적인데 도출된 결과물이 이루다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사람도 추상화를 하면서 필요없는 데이터들을 걸러내는데, AI는 더 정량적으로 데이터를 걸러내지 않을까? AI는 인간사회가 무엇을 좋아하도록 제도화했는지 걸러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AI가 만든 결과물이 예술로서 감동을 일으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도출된 것만 계속 전달한다고 해서 사람이 그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SNS를 하고 책을 읽는 건 너머의 어떤 삶을 상상하며 소통하려 하기 때문이라 여겨서, AI와의 소통을 누가 바랄까도 궁금하다. AI가 인간의 확장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를 인격으로 느낄 때, 그럼에도 우리가 그를 도구로 대할 때, 나는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서 두렵다...
AI가 대신할 수많은 일자리들이 없어지는 세상도 두렵다. AI를 윤리적으로 작동하게 하려고 폭력적인 데이터를 걸러내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지속되는 세상도 두렵다.
특히나 우리의 목표가 사회와 자연 세계를 더 많이 구하고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면 이 어려운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소중한 시간을 몽땅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남은 삶을 그것에 맞추어 갈 기회를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대한 사회적 혼란에 직면하여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탐색하기 시작조차 하지않는 것은 패배주의라고 간주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회 붕괴를 예견하는 것에 담긴 다양한 의미들을 논의하는 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 이유다. 심층적응 Deep Adaptation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한 산업소비사회의 잠재적이거나 가능한 또는 불가피한 붕괴에 대응하기 위한 의제이자 틀framework이다. ‘사회 붕괴 societal collapse" 라는 용어로 우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지속성, 보호, 건강, 안보, 즐거움, 정체성과 의미에 관한 산업소비주의 양식의 불균등한 중단이다. 환경적, 경제적 또는 정치적 붕괴보다 이 ‘사회‘라는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불균등한 중단들이 사회에 두루 퍼지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우리 처지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붕괴‘라는 용어는 반드시 급작스러울 것 같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시스템이 포괄적으로 그리고 그 전의 모습으로 돌이킬 수 없도록 파괴되는 형태를 함축한다. ‘심층‘이라는 용어에는 기후 영향 적응에 관하여, 우리 자신들 그리고 우리 조직과 사회들 내의 원인과 잠재적 대응들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감으로써 주류적 접근들의 의제와 대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Klein et al, 2015). - P19
"멸종반란은 생태적 이유로 인한 문명 붕괴와 대량 멸종을 막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꺼이 채포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 P16
우리의 일반적 생활방식의 취약성은 2020년 한 바이러스가 처음의건강상 영향을 넘어서서 일련의 연쇄적 효과들을 촉발시켰을 때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를 시작으로 의약품과 보호장구, 식량 부족을 겪었고, 경제 활동의 둔화, 국내적 정치 격변, 외교적이고 지정학적인 갈등, 그리고 경제적 충격을 줄이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엄청난 국가 부채가 초래되었다. 여러 곳에서 생겨난 자원활동가 주도의 상호부조 활동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코로나-19는 지구화된 경제에 스트레스 테스트가 되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엇이 심층적으로 중요한지를 가감 없이 일깨워주기도 했으며 미래의 재난들과 심리적 불안에 대한 실시간 예행연습이기도 했다(Read 2020:ch. 26; Gray 2020). 일부 사람들이 사회 붕괴를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문제로 생각할 때, 유엔이 잠재적으로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것을 포함하여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이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 모두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UnitedNations 2020). 이러한 분석은 기후변화의 간접적 영향들에서 비롯하는혼란들이 이미 세계 대부분의 사회에서 느껴지고 있음을 뜻한다. - P20
2019년 11월, 일곱 명의 유력한 기후과학자들이 <네이처>지의 기고를 통해 사회 붕괴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왜냐하면 지구의 상태를 조절하는 알려진 지구 기후 티핑 포인트 15개 중 9개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Lenton et al. 2019).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우리의 기후 상황에 대한 과학자 다섯 명의 의견이 생물과학지에 실렸고 인류에 대한 경고로서 11,000명이 넘는 전 세계 기후과학자의 서명을 받았다. "기후 위기가 다가왔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 예상보다 심각하며,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Ripple et al. 2019).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그토록 위험스러운 이유들은 2장에 설명되며, 기후과학자들이그 위험성에 대한 진술에서 왜 보수적인지는 1장에서 설명된다. 2020년에는 2백 명의 과학자가, 다른 기후 및 환경적 인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서로 증폭하는 방식 때문에 ‘지구의 시스템적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P21
|